건물에서 바라 본 경기장
ⓒ 임채우

관련사진보기

한국 축구의 '사관학교' 용인FC로 인해 요즈음 많은 축구인들이 흐뭇해 하고 있다. 한국적 시스템을 갖춘 이상적인 최초의 축구학교 설립이란 점과 용인시 자체에서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성한 데 높은 만족감을 표시한다. 전 대표팀 허정무 감독과 이우현 용인시의회 의장이 앞장 서 '꿈'을 이룬 것이다.

지난 4월 25일 1차 준공식을 마치고, 현재는 잔디 구장 5개(천연 2, 인조 3), 축구 박물관, 수영장 등 남은 공사를 위한 예산이 확보된 상태. 바야흐로 한국 최고를 넘어 프랑스의 유수 축구 학교인 클레르 퐁텐에 버금가는 경쟁력 높은 축구 학교가 곧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지난 25일 용인FC를 찾아 밀착 취재했다.

꿈나무 '무럭무럭'

용인FC는 일반 중, 고등학교와 연계한 곳이다. 선수들은 인근 원삼중, 백암중, 백암종고 등에서 일정 교육을 모두 받고 정해진 양의 훈련을 한다. 선수별 특징을 신상 카드로 만들어 포지션 별로 그에 따른 훈련 스케줄을 세분화 하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 교육시킨다. 연령별 차이를 둬 근육 발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하루 2시간씩 훈련만 해 평균 4, 5시간 훈련을 시키는 일반 학원 축구와는 다르다.

 왼쪽부터 17세 이하 대표팀의 정인환, 백승민, 15세 이하 대표팀의 복준희
ⓒ 용인FC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선진 시스템의 효과는 거짓 없이 나타났다. 왼쪽 윙 백승민과 중앙 수비수 정인환이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 왼쪽 윙 복준희는 15세 이하 대표팀에서 각각 활약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왼쪽과 수비라인에 선수층이 얇은 한국대표팀으로선 이들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정인환은 이탈리아 세리에A 브레시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 박세원 기획실장은 "정인환의 경우 특별한 케이스이고, 첫 번째이기 때문에 심사숙고 해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좋은 선수를 배출해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흑자 전환을 꾀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는 용인FC가 이번 일로 물꼬를 텄다는데 그 의의를 찾아 볼 수 있겠다.

여기에 허정무 총감독을 필두로 11명의 국가대표 출신 코치진의 질 높은 교육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과 하나가 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부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비록 허 총감독은 "아직 코치들이 경험이 많지 않아 나아갈 길이 멀다. 하지만 코치들도 아이들과 함께 꾸준한 노력하고 있어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오랜 합숙 생활로 힘이 들만도 할텐데 입이 귀까지 걸려 있을만큼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서울체고 감독을 맡다 올해 부임한 송영대 축구 부장은 "전에 학교 축구부에서는 어린 선수들 도망치는 게 다반사였는데 이상하게 이 곳에서만 단 한 차례도 그런 일이 없었다"며 다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과 코치가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
ⓒ 임채우

관련사진보기

완벽한 시설

"여기 들어온 애들은 행운아."
송 부장이 건물 안 시설 한나하나를 자세히 소개하며 한 말이다. 4인 1실의 방, 의무실, 헬스장, 샤워실, 식당 등은 물론 pc방, 탁구장, 강당 등이 완벽하다. 왜 도망치는 선수가 한 명 안나오는 지 이해가 될 뿐만 아니라 연이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린 선수들과 코치가 대화 할 수 있는 회의실이 눈에 띈다. 여기서는 전략, 전술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피하고 되도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고간다. 이 날 대화의 주제는 '스타의 인터뷰 요령'. 선수들은 벌써 스타가 된 마냥 기분 좋게 웃는 것과 동시에 스타가 되기 위해 스스로 또 한번 다짐을 받아두는 듯 했다.

의무실도 눈에 띈다. 축구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선수의 사고가 잇따른 지난해였다. 이런 시기에 중, 고등부 선수들에 의무 트레이너를 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실업 팀에서도 보기 드문 의무 트레이너가 2명(정희찬, 김광진)이나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돋보인 시설은 강당. 송 부장은 "이 곳에서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찍어, 비디오 분석을 한다"며 "이로써 선수들이 이전 보다 훈련 습득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프로팀에서도 보기 힘든 비디오 분석을 중·고등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도한다고 하니 이 곳의 훈련 시스템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 하다.

송 부장은 "이곳에서 주전으로 못 뛰는 선수들은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곳에 남길 원한다"며 "여기에 오기 전 모난 선수들도 있지만 분위기에 점차 동화돼 순해지고 한 단계 성숙한 선수로 거듭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송영대 축구부장, 박세원 기획실장
ⓒ 임채우

관련사진보기


적자해결 선결과제, 궁극적 목표는 '유망주 배출'

초기 건립비 311억 원이란 액수를 모두 용인시에서 부담했고, 이후 비용도 시 자체에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프로구단 등이 상상도 못할 이런 투자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주인공은 이우현 용인시의회 의장. 이 의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 돼 초대형 프로젝트가 가능했다. 이 의장은 영등포공고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한 바 있고, 당시 훈련 환경이 너무 열악해 좋은 시설에 대한 꿈을 현실화시켰다는 후문이다.

용인FC는 남은 5개의 잔디구장(천연 2, 인조 3)과 축구박물관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산은 이미 확보된 상태로 적어도 금년 안으로 계획을 수립, 내년 3, 4월에는 더욱 웅장한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축구박물관의 경우 기념비적인 사업으로 20억의 예산이 확정돼 완공되면 1, 2층을 기념품, 휴게실, 사이버 게임 등으로 중무장해 용인FC에 대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될 유물은 개인소장품으로 70~80점을 확보해 놓았고 협회와 OB축구회의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축구 박물관은 물론 미니 구장, 수영장, 콘도 등을 설립해 축구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송 부장은 전국에서 가장 큰 수영장이 들어설 것이라며 자랑을 하기도. 이렇게 다양한 시설을 확보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골키퍼 교육과 앞으로 계획중인 임대사업으로 적자를 최대한 빨리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박 기획실장은 "모든 공사가 끝나고 교육생 200명을 확보하면 손익분기점이 될 것이고, 5년 후쯤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가깝게는 8월 28일 고교축구선수권 대회가 이 곳에서 열려 대회본부가 이 곳에 개설돼 협회 직원이 상주하며 완벽한 시설에 대해 가능성을 시험할 예정이다.

그리고 가장 큰 주안점은 매니지먼트 사업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인FC란 축구학교 특성상 좋은 선수를 배출해 여러 팀으로 '수출'해야 한다. 송 부장은 "값 비싸게 선수를 프로에 진출시키는 것보다 '용인FC 출신은 역시 달라'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순수 아마축구로 구성돼 있는 용인대학교가 올해 정식 창단하고, 용인시가 향후 프로팀을 창단 할 계획에 있어 용인시가 축구도시로 발돋움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용인대학교로도 선수 수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른 프로팀에서도 벌써부터 강력한 눈길을 주고 있어 용인FC로선 절로 콧노래가 나올 법 하다.

허 총감독은 "용인FC와 같은 곳이 광역시 별로 1개씩 있었으면 좋겠다"며 용인FC의 성공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용인시는 엄청난 돈을 용인FC에 투자하며 유소년 축구발전과 훌륭한 선수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묘목을 심는 사람의 초심처럼 그 노력이 헛되지 않길 기원한다.

@BOX1@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