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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완주의 한 로컬마켓 매대의 모습.
▲ 과일값 고공행진 속 나타난 못난이 사과, 배 매대 지난 2월 25일 완주의 한 로컬마켓 매대의 모습.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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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이 설 전보다 더 뛰었다고 하죠."

어제 생방송 때 온 한 청취자의 문자였다. 비슷한 문자가 쏟아졌다. '과일 비싸도 너무 비싸요, 너무 합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27일 발표한 이달 하순 기준 소매가격은 사과의 경우 10개에 2만9301원으로 1년 전보다 27.4% 올랐고 배는 10개에 4만455원으로 39.1% 비싸다.

문제는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위기가 올해 더 심해질 전망이라는 점에 있다. 기온 상승으로 예년보다 일찍 핀 꽃이 밤사이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동해 피해를 입으면서 생산량 급감으로 이어지는데, 올 겨울은 지난 겨울보다 더 온화한 기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계속 금사과에 금배일까?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나, 어제 밤 <오늘의 기후> 제작진은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을 관리 운영하는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서 4년간 전문위원을 역임한 백혜숙 지속가능 국민밥상 포럼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과일 가격을 결정하는 건 농민이 아닙니다."

과일을 비롯한 거의 모든 농산물 가격이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표준화되고 있는데, 경매의 특성상 그날 들어오는 물량이 많으면 가격은 폭락하고 물량이 적으면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과일 생산량이 줄어드니, 농민들이 대형마트 고정물량을 우선적으로 빼주고 가락시장으로 출하하는 물량은 급감하면서 과일 표준시세는 폭등하게 되고 그 부담을 소비자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경매제도는 투명하고 좋은 것 아닌가?" 

진행자가 이렇게 묻자, 백 대표는 가격 정보화가 안되던 1980년대에는 맞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틀린 말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경매제도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고 상인직거래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오직 경매제도만 독점적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제도에 있는 거죠. 앞서 경매제도를 시행했던 일본도 경매와 상인 직거래를 서로 경쟁시키며 농민에게는 제 값을,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보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데 우리네 도매시장 질서는 오로지 경매, 다른 형태의 거래는 허용하지 않고... 이게 문제입니다."

"공영도매시장의 유통 구조를 반드시 혁신해야" 
 
출처 :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유튜브 채널
▲ 백혜숙 지속가능 국민밥상 포럼 대표 (전 서울시 농수산유통공사 전문위원) 출처 :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유튜브 채널
ⓒ OBS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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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백혜숙 대표와의 방송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과일 가격이 왜 이렇게 오르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기후위기, 생산량이 약 30%가량 급감을 했다. 두 번째로 수입제한, 사과와 배 수입이 제한돼 있다. 동식물 검역 조치에 따라서 외래 병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약 8단계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 조치를 다 통과하려면 4년~6년이 걸린다. 과수 화상병 등에 걸리면 약도 없기 때문에 과수원이 문을 닫고 과일을 땅에 묻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그전에 없었는데 이런 부분들 때문에 검역 조치를 철저히 한다."

- 세 번째 원인은?

"유통 구조의 문제다.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 과일 가격을 누가 결정을 하느냐, 공산품처럼 원가를 계산해서 최소한의 이윤을 남겨서 유통을 시키는 게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일 가격을 결정하는 건 농민이 아니다. 경매시장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채소 과일들이 가락시장으로 올라와서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이 응찰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이걸 경매가격이라고 한다.

경매의 단점이 뭐냐면 그날 들어오는 물량이 많으면 가격은 폭락하고 물량이 적으면 가격이 폭등한다. 생산량이 줄어들면 대형마트에서 먼저 과일 물량을 빼간다. 농가 입장에선 고정적으로 거래하던 곳이니까 물량을 빼줄 수밖에 없고, 그러면 가락시장으로 출하할 물량이 더 줄어든다. 물량이 줄어들면 가락시장 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 그래도, 경매는 그 중 좋은 제도 아닌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신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잘 아셔야 되는데 이 내용을 너무나 모르고 계시다. 사실은 (가락동 들여다 보기 전까지) 저도 몰랐으니까. 가락시장은 경매를 하도록 독점적 수탁을 하도록 법으로 그냥 정해놨다. 농안법이라고 한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그래서 가락시장에 농산물이 들어오면 90% 이상이 그냥 경매를 한다. 독점적 수탁을 하다 보니 담합이 가능하다. 수수료라든가 다른 부가적 비용의 담합, 그리고 다른 경쟁 체제가 들어가지 못한다."

- 다른 형태의 유통방식이란?

"생산자 농민과 직거래하는 직거래 도매상이 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물건을 팔아주는 유통인들이 한 명보다는 2명일 때 서로 가격을 더 많이 쳐줄 테니까 유리하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유통인이 많을 때 더 싸게 팔고 더 신선하게 팔기에 유리하다. 따라서 경쟁이 있게 되면 농민에게도 좋고 소비자에게도 좋은 건데 가락시장 유통 구조를 보면 독점을 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오픈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그런 구조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 경매제도를 도입했을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1985년도에 가락시장이 개설됐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정보통신이 발달돼 있지 않았다. 그냥 유통인이 '얼마에 팔았어' 그렇게 값을 주면 주는 대로 받았기에 농민들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 제도 그대로 본떠와서 85년에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시작했다. 지금은 몇 개 안 되는 소수 독점 유통 회사, 경매 회사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보호하기 위해서 뭉치고, 법적 제도적 로비 등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독점 구조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에 가격 급락과 등락이 상당히 커지는 데 일조하게 된다. 걱정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말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되나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또 밥상 물가 오를까 봐 전전긍긍하고 아이들에게 과일을 못 먹일까 봐 어머님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이제는 정부가 해야 될 일들을 방기하지 말고 이 유통 구조, 공영도매시장을 책임감 있게 바꿀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22대 국회가 밥상 물가를 책임지고 공영도매시장의 유통 구조를 반드시 혁신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2월27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기후위기, #금사과금배, #농산물유통구조, #백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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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99.9 OBS 라디오에서 기후 프로그램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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