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의 새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책 <권력과 안보>를 지난해 초 펴낸 이후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포함해 현재 4건의 사건에 휘말려 있다. 최근 가처분 소송에서는 국방부 측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의 새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책 <권력과 안보>를 지난해 초 펴낸 이후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포함해 현재 4건의 사건에 휘말려 있다. 최근 가처분 소송에서는 국방부 측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 :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대한 출판·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국방부 측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상황에 따라 공문서 위변조 의혹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이 쟁점은 가처분 소송을 넘어 부 전 대변인의 군사법원 재판(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부 전대변인의 책 일부 내용이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며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는데, 5월 1심(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은 이를 기각했지만, 7월 2심(서울고등법원 제25-3민사부)은 일부 인용했다. 출판사 측이 이의를 신청하면서 같은 재판부에서 다시 진행중인 항고심 이의 소송에서 국방부는 서면을 통해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 제목의 국방부 문서 사본을 제시했다.

이 문서는 회의록 보고서의 표지로 보이는데, 상단과 하단에 "군사 Ⅱ급비밀 SECRET"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내용은 명시적으로 군사비밀 Ⅱ급이라고 표시 또는 고지되어 있다"면서 "(부 전 대변인의 책 일부 내용은) 명벽히 군사기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판사 측은 "문서가 위조된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러운 정황"이라면서 또다른 국방부 문서 사본 두개를 제시했다. 국방부가 제시한 문서와 출판사가 제시한 문서 두개는 모두 좌측 상단 '관리번호'란에 같은 손글씨로 "Ⅱ-2021-1618"이라고 쓰여있다. 즉, 모두 같은 문서라는 의미다. 그런데 완전히 같아야 할 세 문서는 서로 조금씩 달랐다.

관리번호 Ⅱ-2021-1618 동일... 국방부 발(發) 서로 다른 버전 문서 
 
문서 제목이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라고 되어 있다.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아무 표시가 없다. 붉은색 상자 표시는 국방부 측이 한 것이다.
▲ ①번 문서 사본 (국방부가 제시한 것) 문서 제목이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라고 되어 있다.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아무 표시가 없다. 붉은색 상자 표시는 국방부 측이 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서 제목이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라고 되어 있다.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손글씨로 표시가 되어 있다.
▲ ②번 문서 사본 (출판사가 제시한 첫번째 것) 문서 제목이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라고 되어 있다.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손글씨로 표시가 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서 제목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 부분 중 '보고'에 두 줄로 지우고 옆에 '오기'라고 손글씨로 적혀있다.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손글씨로 표시가 되어 있다.
▲ ③번 문서 사본 (출판사가 제시한 두번째 것) 문서 제목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 부분 중 '보고'에 두 줄로 지우고 옆에 '오기'라고 손글씨로 적혀있다.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손글씨로 표시가 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설명의 편의상 국방부가 제시한 문서를 ①번, 출판사 제시 문서를 각각 ②번과 ③번 문서라고 하자. 양측이 서면을 통해 제시한 문서 ① ② ③의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①번 문서의 붉은색 상자 표시는 국방부 측이 함. ② ③번 문서의 모자이크 처리는 기자가 함.)
 
- ①번은 하단 작성자란(대미정책총괄담당 / 미국정책과장)에 아무 표시가 없다. 하지만 ②번과 ③번은 대미정책총괄담당 옆에 "중령 서OO", 미국정책과장 옆에 "代 서OO"이라고 손글씨로 적혀있다.

- ①번과 ②번의 제목은 "제53차 SCM 회의록 보고"로 동일하다. 하지만 ③번은 "보고" 부분에 두 줄로 삭제 표시가 된 채 바로 옆에 "오기"라고 손글씨로 적혀있다.

그렇다면 출판사 측이 제시한 ②번과 ③번 문서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난 2일 출판사 측이 가처분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두 문서는 국방부 검찰단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했던 증거기록에 있던 것이다. 국방부는 출판사 측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해 7월 군 검찰은 부 전 대변인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즉, ① ② ③ 문서의 출처는 모두 국방부라는 뜻이다.

출판사 측은 같아야 할 문서들이 조금씩 다르다는 지적과 함께 "작성일자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세 문서는 공통적으로 하단 작성일자에 인쇄된 "21. 11. 25"의 월·일 부분이 두줄로 그어진 후 그 위에 손글씨로 "12. 3 오기"라고 적혀 있다. 출판사 측은 서면을 통해 "이는 공문서 작성의 일반적 방식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반적인 경우는 삭제의 의미로 두줄을 그은 후 삭제 부분에 작성자의 도장을 찍고, 삽입한 부분에도 다시 작성자의 도장을 찍는다. 이 문건은 이러한 방식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2021년 12월 2일 열렸다. 최초 적시된 2021년 11월 25일은 아직 회의가 열리기 전 시점이다.

국방부 "그림파일 형식으로 첨부돼 빠졌을 뿐" - 출판사 "원본 제출하라"

국방부 측은 ①번 문서에 작성자가 비어있는 이유에 대해 그림파일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에서 국방부 측은 "문서 내용 중 일부는 그림파일 형식으로 첨부된 사정으로 작성명의자 실명이 빠진 사정에 불과할 뿐"이라며 "문서의 진정성 입증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필요한 보안대책이 강구된 상태에서 문서가 원본임을 증빙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공문상의 오기가 발생하는 경우 손글씨로 수정하여 공문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는 "수사 과정에서 제출된 '사본'에 오기 표시가 있다고 한들 이 사건 기밀이 Ⅱ급 군사기밀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하등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출판사 측은 9일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에서 "채권자(국방부)의 주장대로 그림파일 형식으로 첨부되어서 작성명의자의 실명이 빠진 것에 불과하다면, 그림파일 형식으로 첨부되기 전의 작성명의자가 표시된 원본을 제출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책 출판 사흘 후 비밀로 등재된 녹취록... "보복 조치" - "행정상 착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국방부 측은 8일자 서면에서 "이 사건 기밀은 Ⅱ급 군사기밀로 지정되어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국가정보원에서 운영중인 행정부처 비밀관리시스템이라는 '보안나라 체계'의 캡쳐 화면 4개를 제시했다. '생산용 비전자문서 조회'라는 타이틀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캡쳐 화면에는 각각 '한미 국방장관회담 회의록', '21년 3월 한미 국방장관회담 녹취록', '제53차 SCM 회의록', '제53차 SCM 회의 녹취록'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군사Ⅱ급"이라는 등급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21년 3월 한미국방장관회담 녹취록' 화면에서 기안일자와 결재일자가 모두 2023년 2월 6일로 되어 있었다(아래 이미지 참고. 붉은색 상자 표시는 국방부 측이 함). 부 전 대변인의 책이 출판된 날은 그로부터 사흘 전인 2023년 2월 3일이었다. 문제의 한미국방장관회담은 2021년 3월 17일 열렸다.
 
한미 국방장관회담 녹취록
 한미 국방장관회담 녹취록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출판사 측은 9일자 서면에서 "그러니까 한미국방장관회담이 끝나고 무려 2년여가 경과되고 나서, 책이 출간되고 3일 후에 비로소 비밀로 등재된 녹취록을 근거로 군사기밀유출이라고 문제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방부가 국군방첩사령부에 발송한) 비밀유출신고를 보면 국방부는 부승찬이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2023년 2월 4일 식별했다고 하고 있다"면서 "종합하면 2023년 2월 6일에서야 비밀로 등재된 한미국방장관회담 녹취록에 대해 부승찬이 2023년 2월 4일 군사기밀누설을 했다는 모순된 상황이 된다"고 주장했다.

출판사 측은 "도서가 출간되고 불과 3일만에 비밀로 등재한 것으로 봐서 탄압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들게 한다"면서 "천공 목격담 소개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뒤늦은 등록을 인정하면서도 단순 착오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측은 15일자 서면에서 "이는 행정 절차상의 착오로 인하여 비밀등재가 늦게 된 것에 불과하다"면서 "보복 등을 위해 일부러 비밀로 등재하고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 한미국방장관회의(비정기적 개최) 녹취록 비밀등재 현황을 보건대, 과거에도 한미국방장관회의 녹취록은 지속 비밀로 등재되어 왔음이 증명된다"라며 과거 회담의 비밀 등록 화면을 제시했다.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의 새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책 <권력과 안보>를 지난해 초 펴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이후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포함해 현재 4건의 사건에 휘말려 있다. 군사기밀누설 혐의로 군 검찰이 기소했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서울경찰청이 수사중이며,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이 수사 후 검찰에 송치했다. 부 전 대변인은 "윤석열 폭정에 맞서겠다"며 총선출마(경기도 용인시병)를 선언한 상황이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권력과 안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권력과 안보>.
ⓒ 해요미디어

관련사진보기

 

태그:#부승찬, #국방부, #천공, #권력과안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