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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간 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강사법을 만들었건만 대학 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대학 시간 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강사법을 만들었건만 대학 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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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4월 30일(2023년 4월 30일) 해고됐다. 매년 근로 계약서를 맺었으니 해고라기 보다는 법적으로는 계약해지다. 관례적으로는 지난 7년간 재개약을 맺어왔으니 필자가 보기에는 부당해고다.

물론 필자는 박사학위 소지자이기 때문에 2년 이상 계약해도 갱신기대권을 인정받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박사학위를 가진 고급인력은 프리랜서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과거의 통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사 학위 소지자는 넘쳐나고 대학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박사학위 소지자의 요새 법적 신세는 일반 근로자보다 못하다. 필자가 일했던 대학 연구소에서는 소장의 입맛에 따라 필자의 신분은 교원이기도 했다가 노동자이기도 했다 하였다. 소장이 그때, 그때 유리한 방향으로 교원으로 취급했다 노동자로 취급했다 하였기 때문이다.

대학 시간 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강사법을 만들었건만 대학 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 입학생 수의 감소이겠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입학생 수 감소의 재정적 부담을 법적으로 약자인 강사들을 정리함으로써 부담을 줄이는 것이 손쉽기 때문이다. 대학교 직원이나 전임교수에게 작은 불이익을 강요했다가는 이들이 법적으로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들 입장이나 필자와 같은 연구원의 처지에서는 계약서를 따질 형편이 못 된다. 수많은 박사 소지자 중에서 그나마 강사나 연구원으로 간택된 것만도 감지덕지한 것이다.

강사나 연구원은 전에는 전임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젊은 박사들의 자리였지만, 이제는 노년의 박사들이 강사와 연구원을 하다 퇴직한다. 물론 정년퇴직이란 표현을 쓸 수도 없다. 강사나 연구원이나 1년마다 재계약을 하니 계약 해지다.

대학에서 근무한 지난 30년을 둘러보니 문득 2014년에 한국에서 개봉한 <노예 12년>이란 미국 영화의 제목이 떠오른다.

그때는 미국에서 노예해방이 일어난 지가 언제인데 이런 진부한 주제의 영화가 미국에서 아카데미상을 받나 했다. 그러나 내 주변의 대학 강사, 연구원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과연 이들이 노예 신분을 벗어났는지 근로자의 날 다시 생각하게 한다.

30년을 같은 직장을 다녔는데 함부로 다니는 직장을 내 직장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퇴직을 해도 퇴직이라 말할 수 없다.

대학 강사, 연구원들은 <노예 12년>의 주인공의 직업이 음악가인 것처럼 직업 자체는 고상해 보인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그때, 그때 예비 타이어 쓰듯 필요할 때, 부르고 필요 없으면 냉정히 내쳐버린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는 입학생 감소로 이 제도를 개선할 의지는 없다. 그러나 강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볼 때, 그들의 인생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평생을 살면서 자기가 사는 집과 일터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절반은 훨씬 넘는다. 국가는 모든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날 대한민국의 장래가 밝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경제볍률신문에도 기고될 예정입니다.


태그:#근로자의 날 , #노예 12년 , #대학 강사, #연구원,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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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립대 중남미 지역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상기 대학 스페인어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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