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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푸드 노동자들은 육가공 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 수작업이고, 서늘한 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는 업무다. 만성적으로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던 도드람푸드 노동자들은 2017년 도드람푸드지회를 만들었고, 3년 전인 2019년에 처음으로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이하 근골조사)를 시행하였다.

어떻게 조사하고 변화를 만들었는지 등을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 권우봉 부지회장, 이미호 실천단원을 만나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1월 24일,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 도드람푸드지회에서 근골조사를 했던 이유와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오홍석 : "육가공 회사가 노동 강도가 심해서 그에 따른 설비 개선이 필요했어요. 노동 강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자는 취지에서 근골조사란 방법을 취하게 되었어요.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게 1일 생산 두수가 정규근무시간 기준 800에서 850두까지 했던 거였어요. 기계 자동화 설비가 안 돼 있다 보니 그날 두수가 얼마냐에 따라 속도가 임의로 정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한 번에 몰아치기로 두수를 뽑아내는 경우도 있었고, 이에 따른 신체 부담이 엄청났던 거죠."

- 2019년 당시 산재 신청을 하는 게 현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근골조사 교육한다고 했을 때 현장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이미호 : "지회장님이 처음 말씀하셨을 때 공감되는 부분은 많았는데 어떻게 시작하고 얘기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리 현장에서 불편한 게 있으면 개선하는 쪽으로 가기로 했고 현장에 있는 한 명, 한 명한테 물어보고 개선할 점을 찾았어요.

두수가 지금처럼 정해지지 않았을 때 정형 부서는 쉬지를 못했어요. 물량이 쌓여 있어 쉬는 시간까지 따라가야 했으니까요. 화장실을 갔다 오면 쌓인 걸 해결해야 했었죠. 정형부서에서 취급하는 뒷다리를 당기거나 밀고 올리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어요.

다들 이미 설치돼 있는 설비니까 해결이 안 될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거운 것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덜하면 몸에 무리가 덜 간다고, 컨베어벨트를 고칠 수 있다고, 지회장님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근골조사를 하면서 두수가 줄어들며 적정 두수가 생겼고, 현장이 개선된 후 자세도 편안해졌어요. 발판을 조절할 수 있어서, 키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박스는 소량 단위로 바뀌기도 했고요. 개선할 점을 요구하면 반영되고, 더 편히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뒤 설치된 발판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뒤 설치된 발판
ⓒ 도드람푸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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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하면서 업체만 선정하면 알아서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설문조사 결과도 심각하게 나와 고민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돌파하셨나요?

오홍석 : "민주노총에서 진행하는 근골조사 교육을 받았던 게 제일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조남일 부지회장이나 권우봉 부지회장도 같이 교육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우리 현장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처음에는 업체 선정하면 알아서 어느 정도 해주겠지 했는데, 현장에 있는 분들이 의지를 갖고 하지 않으면 바꿀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현장에서 같이 동참해서 가능했던 거죠. 집행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장, 집행부, 실천단이 삼위일체가 돼서 문제가 생기면 같이 의논하고 토론하고 조합원 모임을 통해서 내용을 변경에 대한 현장의 생각을 많이 들었어요. 분기별 1회 하던 노사협의회를 매월 1회 하면서 사측과도 얘기를 많이 했고요.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합원들이 있는 것 같아요. 본인들이 익숙하게 하고 있던 작업을 이렇게 바꾸면 편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거부감부터 표현하세요. 자세히 들으려 하지 않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고 했던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권우봉 : "처음 지육 자동레일 설치할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골발부서에서 엄청 반대 했거든요. 그걸 해놓으면 회사에서 속도를 조절해서 지금보다 더 정신없이 일할 거라고 했어요. 집행부에서는 속도를 우리가 조정하게 만들면서 주체적으로 그 속도를 끌고 나갈 거라고, 우리 힘을 믿자고 설득했는데도 반대를 엄청 했어요. 그때 간담회를 한 30번 정도 진행했던 거 같아요. 자동화 레일이 되고 난 이후에도 그거를 빨리 돌려야 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몸에 이미 익숙해진 속도가 있잖아요, 느리니까 몸이 더 힘들다는 거예요. 일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안 그럴 거라고 얘기하고 설득하는 데에 시간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좀 편하다 이런 거를 조합원들도 느꼈고, 우리도 자신이 생겨서 정형 컨베이어벨트 개선할 때도 자신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해요인조사 후 컨베이어벨트를 교체할 때는 회사 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설득해야 했다.
 유해요인조사 후 컨베이어벨트를 교체할 때는 회사 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설득해야 했다.
ⓒ 도드람푸드 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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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실천단의 활동 시간을 회사로부터 보장받기로 했었는데 막상 교육하고 활동하려니까 회사에서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실천단도 작업에서 빠져야 하니 동료 눈치도 보였을 것 같아요.

이미호 : "눈치가 진짜 많이 보이더라고요. 처음에 얘기할 때 충분히 시간을 준다, 빠져도 된다고 얘기했는데, 인원이 더 투입된 게 아니고 고정된 인원이잖아요. 라인에서 빠져서 일하는 모습 사진 찍고 할 때 눈치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뭐 그렇게 대단한 것 한다고'하는 뒷담화가 들릴 때 진짜 많이 속상했어요. 개선되고 나서도 생각이 양 갈래로 갈라지는 것 같아요. 한쪽은 개선이 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조사만 하는 거지 별수 없다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변화된 뒤에는 너무 뿌듯해요. 일단 동료들이 약 먹는 숫자가 줄었어요. 전에는 쉬는 시간에 현장에서 올라오면 이거 쥐약이야, 마약이야 이러면서 진통제들을 다 먹었어요. 물론 노동 강도가 여전히 세니까 파스는 지금도 붙이지만, 확실히 진통제 먹는 게 줄었어요."

- 2019년 근골조사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느끼나요?

오홍석 : "노동조합 생기고 근골조사 전까지만 해도 큰 사고 아니면 거의 산재가 없었죠. 근골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산재 신청하면 승인이 될까 하는 우려가 많았어요. 두 분 부지회장님이 솔선수범으로 산재 신청해서 승인이 났어요. 이후 3년 동안 약 20건 정도 산재신청했고, 100% 승인되었어요. 서서히 '그럼 나도 산재 신청할 거야.'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산재 신청하는 과정도 그 과정에서 배웠고요. 제일 큰 힘을 받았던 것은 근골조사 결과를 근로복지공단에서도 다 알고, '도드람푸드 하면 이 결과가 있어, 이거면 충분하다'라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워낙 산재 신청자가 많다 보니 공단에서 수시로 현장 실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개입하는 거를 현장조합원들이 직접 목격하니까 더 믿음을 갖는 것 같아요. 산재 신청하는 거에 부담이 많이 줄었던 게 제일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 조사 결과가 심각하게 나오자 회사 측에서 인정하기 어려워했다가 결국 받아들이고 매월 노사협의회 협의를 통해서 개선까지 추진 중이신데요, 이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권우봉 : "근골조사를 끝마치고 나서 우리도 건강하게 일하자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어요. 우리가 주체가 됐다는 의식도 생겼고, 회사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것 같아요. 우리가 현장에서 "뭐가 문제고, 무엇이 개선 사항이다"라고 했을 때 회사에서 안 된다고 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어요. 사고가 발생하면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노사 간 조사를 하고 대책 마련을 해요. 노조가 예방대책이 뭔지를 먼저 회의하고 그것을 제시하여 앞서가는 노조 안을 제시하면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죠."

오홍석 : "중요한 것은 교육인 것 같아요. 교육받은 것을 현장에 접목시켜 그대로 실천했던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힘이 조합원인 거고. 조합원이 다수가 아니면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 2022년 올해도 근골조사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으로 삼고 준비하고 계신지요?

오홍석 : "2019년은 집행부에서 교육을 통해 의식을 깨우치고 변화를 실천했다면 2022년은 집행부뿐만 아니라 현장조합원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아요. 2019년 조사 이후 변화된 현장을 수치화한 데이터로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조사 설문에서 적정 두수가 평균 730두라는 점을 수치화했듯이, 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객관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해요."

이미호 : "처음에는 여유 없이 시키는 것만 했었잖아요. 이제는 직접 눈으로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더 많이 느껴지니까 세심하게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살펴 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권우봉 : "인권적인 노동 환경을 만드는 몇 가지 요건들이 있잖아요. 여태까지는 일 자체를 적게, 천천히 하자가 초점이었는데, 지금은 양적, 질적으로 어떻게 좋은 휴식을 취하고 일할까, 점심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에 다녀갔다. 현장과 조합원 계속 소통하는 힘이 2019년 근골조사 및 이후의 3년을 현장에서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조합원들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는 도드람푸드 지회의 근골조사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경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023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근골격계질환, #근골격계_유해요인조사, #도드람_푸드, #노동자_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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