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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시가현 고난초 모리시리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야가와 신사에는 아침부터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사 마당에 장작불이 오래 탄 것을 보니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찾아왔나봅니다.
  
          시가현 고난초 모리시리 야가와 신사에서 하츠모데 첫참배를 하고, 줄을 서서 부적을 사고 있습니다.
  시가현 고난초 모리시리 야가와 신사에서 하츠모데 첫참배를 하고, 줄을 서서 부적을 사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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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을 비롯한 일본 사람들은 새해 첫날 아침부터 유명한 신사나 절 혹은 집 가까이에 있는 신사나 절을 찾아가서 새해 복을 빕니다. 이것을 하츠모데(初詣・初詣) 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첫 참배'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하츠모데를 하기 때문에 신사나 절은 북새통을 이룹니다. 특히 유명한 절이나 신사는 새해 첫 일주일 동안 몇 십만 명이 다녀가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들이 신사에 와서 복을 기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적을 사거나 운세를 점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길'이 나왔다고 큰 소리로 감탄을 연발하기도 합니다.

야가와 신사가 있는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초하루 마을 산신제를 지냅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해 농사의 풍년과 무병 장수를 기원합니다. 오래 전 산에서 산나물이나 과일을 채취하고, 농사를 짓던 습속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을 남자들이 아침부터 금줄을 만들고, 찹쌀떡을 만들며 산신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을 남자들이 아침부터 금줄을 만들고, 찹쌀떡을 만들며 산신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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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무렵 마을 앞 공민관에 마을 남자들이 모여서 준비를 시작합니다. 부엌에서는 물에 담가둔 찹쌀을 건져 찹쌀떡을 만들고, 창고에서는 볏짚으로 금줄을 꼬거나 대나무를 다듬어 젓가락이나 제물 받침대를 만듭니다.

마을 남자들의 제물 준비가 끝나면 공민관 다다미 방에 제물들을 정리해 놓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가 지나면 다시 모여서 재물을 정리하고 간단히 제사를 지냅니다. 이때 축관이 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독축을 합니다.

이후 마을 남자들은 제물을 준비하여 열을 지어서 산신제를 지내는 산으로 향합니다. 이때 이들이 '이타 이타'라고 큰 소리를 지르면서 마을 길을 나섭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문 앞에 나와서 산신제 준비에 수고가 많다면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마을 남자들은 산신제 행렬에 따라나섭니다.
 
         산신제 준비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이타이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산신제를 지내는 산으로 향합니다.
  산신제 준비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이타이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산신제를 지내는 산으로 향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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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를 지내는 산 입구에는 마을 사람들이 관리하는 야사카 신사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배전(拜殿)에 제물을 펼쳐놓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앉아서 산신제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새해 새로 맡을 제관을 뽑습니다. 산신제는 마을을 두 반으로 나누어 각 반이 번갈아 준비합니다. 원래 이 마을에서는 특별히 가정이나 개인 사정으로 기원하는 사람 가운데 뽑았으나 바뀌었습니다.

제관은 나이 높은 순에서 낮은 순으로 당번제로 맡습니다. 새로 뽑힌 제관에게는 '우마 말'이라고 하여 마을 사람 두 명이 금줄을 들고 '이히히히' 하며 말소리를 흉내내면서 새로 뽑힌 제관의 머리에서 바닥으로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야사카신사에서 산신제 준비과정을 보고하고, 새로운 제관을 뽑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야사카신사에서 산신제 준비과정을 보고하고, 새로운 제관을 뽑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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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을 사람들은 산 입구로 이동하여 산신제를 지냅니다. 이 때에도 제관을 선두로 제물을 든 마을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이동합니다. 산 입구 산신제 제단 위에 금줄을 치고, 아래에 제물을 펼쳐놓습니다. 그리고 제관이 축문을 낭독하고 제를 지냅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금줄을 잘라서 이제 산에 들어가도 좋다는 신호였습니다. 오래 전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를 마치면 산에서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산 입구에서 산신제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 제물로 사용되었던 술, 밥, 찰밥, 곶감, 찹쌀떡들을 나누어서 먹습니다. 특히 찹쌀떡 불을 피워 구워서 먹습니다. 이렇게 찹쌀떡을 구워서 먹으면 찹쌀의 끈기로 무병장수하고, 한해가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제 마을 사람 가운데 농사를 짓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옛부터 이어온 산신제를 우리 때에 중단시킬 수 없다는 책임감과 지금까지 이어왔으니 이어가겠다는 신념으로 해마다 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거의 20년 이상 큰 이상 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신제를 지내고 제물을 나누어서 먹습니다. 이때 찹쌀떡은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산신제를 지내고 제물을 나누어서 먹습니다. 이때 찹쌀떡은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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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법> 시가현고난초모리시리(滋賀県甲賀市甲南町森尻) 마을은 JR오사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구사츠역(草津駅)까지 간 다음 구사츠 선으로 갈아타고 기부가와(貴生川) 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모리시리 산신제, #하츠모데 첫참배, #새해 첫날, #모치 찹쌀떡,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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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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