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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고베 시내에 있는 효고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우환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이우환 작가님은 경상남도에서 태어나 대학교에 다니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철학을 공부했습다. 이후 현대 예술 작품 활동을 하며 모노파의 대표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전시실에 전시된 이우환 작가님 작품입니다. 둘레 흰색은 솜입니다. 직접 만져보고 싶을 만큼 사실적이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전시실에 전시된 이우환 작가님 작품입니다. 둘레 흰색은 솜입니다. 직접 만져보고 싶을 만큼 사실적이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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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모노파'의 '모노'는 물건, 물질을 뜻합니다. 사람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물건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1945년 전쟁 이후 돌, 나무, 종이, 천, 철판, 파라핀 등 여러 가지 물건이나 물질을 그냥 활용하거나 꾸미거나 엮어서 특별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을 '모노파'라고 합니다.

미술을 비롯한 현대 예술은 과거에서 전해내려오는 전통적이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추구했습니다. 소설에서도 인간 존재의 근본을 묻기도 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이 나오기도 하고, 인륜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근본을 찾아나서기도 하고, 기승전결 서술을 벗어나 특정 냄새를 따라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뒤 기억을 더듬어 의식을 좇기도 합니다. 
 
         색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엽서로 인쇄될 정도로 대표적입니다. 사진 한장에 모아서 나타내보았습니다.
  색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엽서로 인쇄될 정도로 대표적입니다. 사진 한장에 모아서 나타내보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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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도 현대미술은 전위 미술의 시작과 더불어 새로운 모습을 창조했습니다. 뉴욕 미술관에는 뒤집어놓은 변기나 자전거 바퀴가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현대 예술은 유행과 더불어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음악이나 건축 등 여러 방면에 새로움과 혁신을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이우환 작가는 일찍이 '인간은 유한한지만 바깥과의 관계로 무한히 연결되어 있다. 표현은 무한한 차원으로 열려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작품을 통해서 그 무한한 차원을 열어보라고 관객을 자극합니다. 눈에 보이는 한계를 넘어서 자연이나 인공 소재를 간략하고 절제있게 배치하거나 나타냈습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기만 하는 관객이 아닌, 작품과 더불어 작품의 일부로서 '서정적 자아'의 주인공이 되어 작품과 서로 상호 관계를 느낄 수 있도록 예술 세계를 전개했습니다. 정해진 틀이나 주제를 벗어나 서정적 자아와 작품의 만남을 시도했습니다. 대상은 색채나 형태 등 작품의 장르를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었습니다.
 
         나무판에 녹색으로 나타낸 작품과 전람실에 놓인 돌 작품입니다. 이우환 작가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돌과 색입니다.
  나무판에 녹색으로 나타낸 작품과 전람실에 놓인 돌 작품입니다. 이우환 작가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돌과 색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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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가는 일본 모노파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과 현대 예술 이론들에서 뛰어난 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또 일본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도 작품 전시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특히 일본 나오시마 예술 섬에는 일본 최고의 설계가로 알려진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이우환미술관이 있습니다.

이번 고베에서 열리는 이우환 특별전은 간사이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엔 작품을 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고, 관람객이 '서정적 자아'가 되어 작품과 더불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바람대로 단순히 보거나 보여지는 작품에서 보는 사람이 '서정적 자아'가 되어 작품과 교류하고, 체험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현대 예술의 체험 현장이기도 합니다.
 
         누리집에 소개된 이우환 작가님입니다. 자신의 작품과 더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작가와 작품이 하나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누리집에 소개된 이우환 작가님입니다. 자신의 작품과 더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작가와 작품이 하나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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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누리집> 효고현립미술관, https://www.artm.pref.hyogo.jp/exhibition/t_2212/
이우환미술관(李禹煥美術館), https://benesse-artsite.jp/art/lee-ufan.html
참고문헌> 아사히신문 2022.10.2, 2022..12.13, 일본경제신문, 2022.10.1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이우환, #모노파, #효고현립미술관, #고베시, #현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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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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