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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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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났다. 15일 오전 창원특례시의회 앞에서 10·29 이태원 압사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발언하자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시민들도 울먹였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이태원 참사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김미나 창원시의원(비례)은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갖가지 혐오스러운 표현을 했다. 김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을 닫았고, 지난 13일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사과했다.

이날 창원시를 찾은 유가족들은 김미나 의원을 비난했다. 아들을 잃은 이진우(경남 양산)씨는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글을 어제 보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라며 "우리는 자식을 잃고 팔자 고치려고 한 것도 없고 위로금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아픈 가슴으로 하루도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인간 이하다. 인간 취급하기 싫다"고 비판했다.

딸을 잃은 정미진씨는 "딸은 착하고 예뻤다. 동네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간호사가 되겠다고 간호대학에 입학해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며 "저희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다. 그냥 단지 내 새끼가 이쁘게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김미나,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말한 건지... 어제 밤에 잠을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계속 울먹인 정씨는 "우리한테 장사를 한다니... 나라에서 위로금이라고 2000만 원을 주었다. 우리 아이들 연봉도 안 된다. 그 돈은 저도 있다. 다시 돌려주고 내 새끼 살려달라. 시민 여러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조카를 잃은 정숙진씨는 "한번만 더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함부로 못할 것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고 했다. 죽을 때 백원짜리 하나 못 가져간다. 우리 조카가 빵과 커피를 좋아했는데 관에 넣어주지 못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 윤석열 대통령. 죽으면 그 권력을 관에 넣어 갈 수 있느냐. 가지고 있는 재산은 10원짜리 하나도 관에 못 가져간다. 살아있는 동안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어 "뭐가 옳고 틀린지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느냐"며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라. 부모의 마음으로 한 번 더 생각해 달라. 우리도 국민이다"고 덧붙였다.

이후 유가족들은 창원시의회 문순규 부의장을 만나 창원시의원 김미나 망언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김이근 시의회 의장은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유가족협의회는 항의서한에서 "이번 망언 사건은 단순히 국민의힘 경남도당에서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조치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주민을 대표하고 의원의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원이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망각한 채 수 차례 유가족에게 혐오와 비하 발언을 했다. 현격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이 주민을 대표하여 의원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유가족 뿐 아니라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함께 비통해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와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유가족협의회는 "창원시의회는 김미나 의원의 의원 자격을 박탈할 것",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김미나 의원에 대해 즉각 제명 등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창원중부경찰서에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창원중부경찰서에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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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창원중부경찰서에 김미나 의원을 상대로 형법상 모욕죄,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민변 박미혜 변호사는 "글들을 보면 누구나 불법행위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의원이라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행위를 했다. 정치적 의도 때문에 불법을 강행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형일 변호사는 "정치, 정쟁은 모르겠다. 이런 사람을 의원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무마하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비례대표이기에 제명하면 의원직 유지를 할 수 있다. 의원을 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태도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고 성토했다.

이병하 10·29 이태원 참사 경남지역시민대책회의 공동상임대표는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가슴 아픈 유가족의 심심한 위로의 말을 드린다"며 "정말 김미나, 이 사람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 사람과 같고,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비례대표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현재 노동자와 서민들을 무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의 정체성이 이 사람의 발언에 담겨 있다"며 "영남, 경남은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부지갱이도 당선된다. 이번 기회에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정치, 인간다운 의원들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창원시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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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 참사, #창원시의회, #유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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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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