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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있는 G아카데미가 주변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있는 홍보 전단지.
 서울 양천구에 있는 G아카데미가 주변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있는 홍보 전단지.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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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고교에서 교장과 교감으로 근무한 교원들이 퇴직 뒤 이 고교 옆에 있는 사설 입시학원에 나란히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장까지 이 학원의 고문을 맡고 있어 "공교육기관장 출신 인사들이 직업윤리를 져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고 전 교장 "'강서고 덕에 집값 올랐다'고 구청장이 말해"

13일,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서울 양천구에 있는 입시학원인 G아카데미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송아무개 전 교장을 전면에 내세운 다음과 같은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 교장은 2년 전쯤까지 서울 강서고에 교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교육특구 목동이 선택한 학원, 강서고 전 교장 송◯◯ 님 G아카데미로 입성... 강서고 전 교장 송◯◯ 업무 개시."

G아카데미는 강서고와 한 동네에 있다. 이 학원은 강서고와 480m 떨어져 있으며, 걸어서 8분 거리다.

송 전 교장은 지난 11월 19일 서울 강서구 대일고 대강당에서 연 'G아카데미 입시설명회'에 나와 참석 학부모들에게 "(강서고 교장을 했기 때문에) 저를 아시는 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저는 강서고에서 뼈를 묻은 사람이며 퇴직 전에 최고의 고교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이뤄 전국 일류 고등학교를 만들었다. '강서고 생겨서(덕분에) 집값 올리신 분'이라고 구청장이 말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송 전 교장은 현재 이 학원에서 '교육관'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G아카데미 임원진 명단을 확인한 결과 서아무개 강서고 전 교감 또한 송 전 교장과 같이 이 학원의 '교육관'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 전 교감도 송 전 교장과 비슷한 시기에 강서고를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출신인 정 아무개씨 또한 이 학원에서 고문을 맡고 있었다. 또한 이 학원 부원장 구 아무개씨도 전 대일외고 교감 출신이다. 원장을 뺀 임원 7명 가운데 최소한 4명이 공교육기관에서 근무했던 인물인 것이다.
 
G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임원 명단과 사진.
 G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임원 명단과 사진.
ⓒ G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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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고와 G아카데미 근처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 주민(학부모)은 <오마이뉴스>에 "해당 학원이 뿌린 전단지를 보고, 고교 교장이 퇴직 후 자신이 근무했던 학교 코앞에 있는 학원에 취직하는 전례를 들어보지 못해 매우 당혹스러웠다"면서 "이 전단지를 받아든 강서고 학생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된다. 해당 학교 교장 출신이 자기가 근무한 학교 주변에서 이런 홍보전에 나선 것은 직업윤리를 져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교육 불신 부풀리는 일... 법령 정비하는 게 필요"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정책대안연구소장도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전직 교장과 교감이, 자신이 근무했던 고교 옆에 있는 학원에서 임원진으로 참여해 학원을 홍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부풀리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이런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령 정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는 퇴직 전 소속했던 기관과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업체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간 해당 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법 적용 대상에 유초중고 기관장은 빠져 있다.

<오마이뉴스>는 당사자들의 해명을 듣기 위해 G아카데미를 통해 강서고 전 교장과 교감에게 '기자에게 연락을 줄 것'을 부탁하고, 이 학원 원장에게도 '설명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태그:#교장 입시학원 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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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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