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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의 MBC에 대한 주장 중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며, 엄정하고 투명하게 시행되는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의 신뢰를 훼손했다." - 한국언론학회·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MBC를 공격하면서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까지 싸잡아 비난했지만, 그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MBC는 물론 언론 관련 단체들을 비난해왔던 박 의원이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반격을 받으면서 체면을 구긴 것.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13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MBC가 보도한 내용이 '팩트체크가 아니라 보수진영 공격'이고, 또한 취재지원금 일부가 사적으로 유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단체들이 오후에 보도자료를 내고, 박 의원의 비난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면서 망신을 사게 됐다.

박성중 "MBC, 팩트체크 가장해 보수진영 공격... 티라미슈도 사 먹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4대 공영방송 보도를 비교하는 피켓을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방송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이번 참사, 방송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 언론 탓하는 박성중 의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4대 공영방송 보도를 비교하는 피켓을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방송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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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MBC가 문재인 정부 5년간 네이버가 기부하고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팩트체크 센터가 공동선정하는 '취재보도 지원사업'에 단독신청 하여 수억 원을 수령"했다며 "문제는 MBC가 팩트체크를 가장해 취재지원금을 보수진영 공격자금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MBC는 기부금을 유용해 '제주 4·3 사건 70년, 책임자는 누구인가?'라는 방송을 제작하여 제주4.3사건을 보수진영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왜곡된 조작보도를 자행했으며, 또한 '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 현장 검증' 등 보도에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자원외교 특성을 곡해하는 방송을 제작하여 국민을 호도한 바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애초 지원금 신청서상에도 없는 해외 일정을 추가하면서 취재지원금을 초과하는 등 지원금을 흥청망청 사용한 것이 발각된 상황"이라며 "불필요한 예산은 사적유용에 해당함에도 MBC는 이를 준수하지 않았고,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팩트체크 센터는 이 문제를 방관해왔으며, 네이버는 결국 보수진영 공격자금줄 노릇을 한 꼴이 되었다"라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기업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유착한 시민단체, 방송미디어 관련학회, 직능단체, 대학 등의 기금이 친 민주당 세력인 좌파 생태계 유지를 위해 쓰이고 보수진영을 공격하는 자금으로 더 이상 유용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여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MBC가 취재지원금을 유용해 카페에서 티라미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먹었고, 심지어 하노이 맥주를 먹는 등 고급 한우 집에서는 수십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이는 취재지원금 여비 규정 위반 소지가 다분히 있어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도 문제 삼았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신청서를 결재한 전 MBC 최승호 사장과 현 박성제 사장"이라며 박성제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비난의 대상이었다.

"강한 유감" 표한 단체들... 해외 취재→사전 명시, 식사 비용→규정 범위

그러자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는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학계 인사로 구성된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맡기고 있다"라며 "심사기준에 진보/보수 등 이념적 요소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MBC를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이다.

또한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는 언론중재법 제2조1항의 "언론"에 해당하는 방송‧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 신문"이라며 "단독신청도 가능하고 언론사들간의 협업을 통한 공동신청도 가능하지만 2017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공동신청은 한 건도 없었다. 모두 MBC의 사례와 같은 1개사의 단독신청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 의원이 MBC가 '단독신청'한 것을 마치 지원금을 '단독으로 수령'한 것처럼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들은 "MBC를 막론하고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에 선정된 어떤 언론사도 신청한 지원금을 초과하여 취재지원을 받은 바 없다"라며 "MBC 사업 중 신청서의 "예산집행계획"에 해외 여비를 미리 명시하지 않고 해외 일정을 진행한 사업은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선정된 사업에 대해 신청서에 기재한 항목에 맞게 예산을 사용하였는가에 대하여 영수증을 대조하여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이는 MBC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선정 후 사업 중간점검을 반드시 거친다. 선정된 MBC의 8개 사업 중 중간 점검이나 최종 결과보고서 제출에서 당초 기획안과 어긋난 결과를 제출함으로써 집행이 되지 않은 사례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박 의원은 MBC가 카페에서 티라미슈(60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3500원 × 3잔)을 구입하거나, 베트남 음식점에서 하노이 맥주(5000원 × 2잔)을 포함해 식사한 점, 한우 전문점에서 식사를 한 점(14만2000원)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두 단체는 "해당 영수증들은 여비가 아닌 기타 일반관리비에 속하는 회의비로 지출된 금액들"이라며 "신청금액(자부담 제외)의 10% 이하를 식비, 회의실 대관료 등의 회의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MBC가 진행한 모든 사업에서 일반관리비 비용이 신청금액의 10%를 초과하여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없다"라는 지적이었다.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는 "그간 이 사업에 선정된 보도들은 아시아태
평양방송연맹(ABU)이 주는 상을 수상하거나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타 기관에 의해서도 질 높은 보도로 평가받아 왔다"라며 "사실보도에 충실한 고품질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언론인들을 돕기 위해 엄정하게 수행되어온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을 박성중 의원이 '좌파 생태계 유지를 위해 쓰이고 보수진영을 공격하는 자금'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한국 언론계 전반을 돕는 사업"이라며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명예를 훼손하는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MBC "4·3 보도와 자원외교 검증이 국민 호도? 사실과 달라"

MBC도 직접 반박에 나섰다. MBC 뉴스룸은 <미디어오늘>에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발언에 대한 MBC 뉴스룸의 입장'을 보내 "지원금을 유용했다는 부분 역시 사실이 아니다. 팩트체크를 가장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팩트체킹 공모와 응모, 선정과 지원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적"이라는 취지이다.

MBC 뉴스룸은 특히 박 의원이 '보수진영 공격'이라고 문제 삼은 보도에 대해 "4·3 사건의 전모와 함께 미군정이 당시 미 국무부에 보낸 기밀문서들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내 미국이 관여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라며 "김대중 정권 때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노무현 정권에선 대통령의 사과, 이명박 정권 당시 4·3 평화공원이 설립됐으며, 박근혜 정권 당시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는 등 보수와 진보 모든 정권이 함께 진상규명과 피해자 치유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밝혔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부 해외 자원외교 현장 검증' 보도 역시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시작된 해외 자원외교 사업은 보도 당시 10년에 걸쳐 막대한 손실을 냈으며, 석유공사 등 관련 공기업이 큰 손실을 입은 사실을 인정하고, 철수와 매각 등 처리방안을 고민하던 시점이었다"라며 "실패로 끝난 사업의 추진과정의 문제점과 예산낭비 여부를 검증한 보도"라고 강조했다. 두 보도 모두 "보수진영의 잘못으로 몰아갔다는 주장은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라며 "국민을 호도하거나 보수진영을 공격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반발이다.

해외일정 추가나 여비규정 위반 소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지원사업 신청서'의 '사업개요'에 '미국 문서보관소 등 취재', '자원3사 투자사업 현장 현지 취재'라고 적혀 있고, 응모 당시 해외 취재 부분을 적어낸 데 따라 해외 취재를 진행한 것으로 해외일정을 추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것. 또한 "서울대팩트체크센터의 지원금 규정과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MBC 등 지원대상자가 제출한 영수증을 심사해 승인한다. 지원금 총액을 초과할 수도 없고,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용도로 사용할 수도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태그:#박성중, #국민의힘, #MBC, #한국언론학회, #SNU팩트체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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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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