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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일운면 공곶이의 붉은 융단이 깔린 동백터널 모습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의 붉은 융단이 깔린 동백터널 모습
ⓒ 류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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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에서 공곶이로 가는 길, 고즈넉한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양지바른 언덕에 멈춰 잠시 숨을 고른다.

거제를 좀 알거나 공곶이를 다녀간 사람 누구에게나 '노란색 봄'이라는 이미지를 강렬히 기억하는 곳이다. 황무지였던 곳을 1969년부터 반세기 넘게 피와 땀이란 양분을 주고 가꾼 덕분에, 매년 봄 피어나는 노란 수선화 물결이 공곶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곶이를 만들어 낸 강명식·지상악 부부는 처음에는 귤나무를 심었다가 한파로 동사하는 것을 보고 대신 수선화와 동백나무 등을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곶이는 봄을 알리는 노란색이 전부가 아니다. 거제의 어느 명소보다 사계절 다양한 색을 지닌 곳이다. 류정남 사진작가(청춘사진관 대표)는 많은 사람이 공곶이의 봄날만 기억하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

공곶이의 겨울은 내도와 해금강이 훤히 보이는 공곶이의 겨울 바다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친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몽돌로 쌓은 돌담도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노부부가 손잡고 오르내렸을 공곶이의 초입부터 시작되는 200m가량의 동백숲 터널길이다. 

붉은 융단의 동백터널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동백터널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동백터널
ⓒ 류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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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곶이를 만나는 첫 관문인 동백터널은 한 컷 촬영 당일 길게 늘어선 계단을 따라 붉게 물든 꽃망울이 툭툭 떨어져 말 그대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겨울에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름이 '동백(冬柏)'인데 공곶이 동백터널의 동백은 겨울 초입에 꽃망울로 붉은색 융단을 만들어냈다. 붉게 타오른 붉을 동백 융단을 즈려밟고 가는 걸으면, 누구나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공곶이의 동백꽃이 어딘지 모르게 애잔하다. 땅 위에 떨어져서도 오랫동안 붉게 피어나는 모습에서 동백꽃의 꽃말인 '기다림'과 '애타는 사랑'을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이번 사진 모델 후보는 예구마을 어르신들이다. 마침 촬영 날은 류 작가가 예구마을 어르신들에게 드론 촬영과 휴대폰으로 사진 예쁘게 찍는 방법을 전수하는 날이었다.

공곶이가 있는 예구마을은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 마을은 지난 2020년부터 총사업비 102억 원이 들여 '꽃길따라 뱃길따라 희로해락 예구마을'이라는 테마로 주민공동광장 조성·한뼘정원 발굴·순례길 정비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류 작가는 이 사업의 주인공인 주민들에게 세상을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아내는 방법은 물론 공곶이를 비롯한 예구마을에 포토존 설계를 돕고 있다. 이번 사진 촬영 장소인 공곶이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정비돼 다가오는 봄 더욱 화려하고 편리하게 방문객을 맞을 계획이다. 

막 수업을 시작할 무렵 예구마을에서 오지랖 넓기로 소문나 명예 이장을 맡고 있다는 강아지 한 마리와 공곶이 2대 지킴이 강병철씨가 공곶이 아래에서 돌계단을 밟고 올라왔다. 

공곶이는 입장료가 없지만 모델료 만큼은 비싸다고 우기는 강씨를 공곶이 동백터널에 앉히고 공짜로 셔터를 누른다. 그냥 막 찍어도 그림이다. 이 모든 게 공짜라 더 좋다.
 
류정남 작가가 주민들에게 사진찍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류정남 작가가 주민들에게 사진찍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최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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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봄의 전령'으로 유명한 공곶이를 다녀가고 있지만, 공곶이의 봄만 알고 공곶이의 여름·가을·겨울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제에서도 공곶이의 사계는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그중에서 공곶이의 겨울을 장식하는 동백터널 꽃길은 이 시기 가장 아름답게 가파른 돌계단을 수놓고 있다. 

공곶이 동백터널 꽃길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계단 위에 떨어진 동백꽃 잎이 많을수록 좋은 장소이긴 하기만 최적의 장소는 공곶이 계단 하부 30m 지점 정도가 적당하다. 

초입에서 사진 촬영은 지나는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동백터널의 끝을 담을 수 없어 자칫 아쉬운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촬영 포인트는 동백터널보다는 계단 위에 떨어진 동백꽃 길을 중심으로 모델과 조화로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다. 휴대폰 사진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적 있는 '휴대폰 거꾸로 잡기 기법'을 이용하되 렌즈는 약간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동백터널이 우거져 생각보다 어두울 수 있으니 밝기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거제의 겨울 바다는 바람 때문에 언제나 추위가 상상 그 이상이니 따뜻한 옷차림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류 작가의 바람을 담아 '공곶이의 겨울'을 시작으로 앞으로 공곶이의 봄·여름·가을 풍경과 포토존을 소개합니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 류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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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거제,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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