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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평생에 KTX 열차를 처음 탔다. 지난 22일, 서울 나들이 갈 일이 있어서 안동역에서 청량리 구간을 운행하는 KTX를 이용했다. 오후 1시 35분 안동발 KTX-이음(준고속열차)이 서울 청량리에 도착한 시각은 3시 45분쯤으로 2시간 10분이 조금 덜 걸렸다. 안동-청량리 간 KTX가 생긴 건 지난 2021년 1월 5일, 1년 하고도 6개월 만에 KTX 고객이 된 셈이다.

새로 개통한 안동역은 전통 고가옥 형태이다. 안동 도시의 이미지에 맞게 디자인하고 시가지를 관통하던 철로도 외곽으로 돌려 새 노선으로 개통했다. 깔끔하게 단장된 안동역을 출발한 KTX 이음은 덜커덩(옛 기차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지만)거리는 열차 특유의 소리를 내며 달렸으나, 생각보다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19분 만에 영주역에 도착해 다른 승객이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2020년 12월 준공한 신 안동역(안동시 송현동)
 2020년 12월 준공한 신 안동역(안동시 송현동)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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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안동-청량리 구간 KTX-이음 열차
 중앙선 안동-청량리 구간 KTX-이음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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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철도 영주역 안동에서 KTX로 19분 걸린다.
 중앙선 철도 영주역 안동에서 KTX로 19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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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차창밖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풍기에선 동양대 간판이 보이고, 소백산이 눈앞에 들어왔다. 비가 온 탓인가 안개가 끼여 소백산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풍기역과 소백산 터널을 거치면서 단양과 제천을 지날 때까지 객실은 조용했다.

손님도 그리 많지 않았고, 코로나 탓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옛날 열차 안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용하던 객실은 원주와 서원주에서 만원을 이뤘고, 객실 앞과 객차 사이에 입석 고객도 많았다.

도로에 차가 많아졌고, 건물도 많이 보였다. '이제 (서울에) 가까워졌나 보네' 하는 느낌이 들 때쯤 청량리 도착했다. 열차 승강장에는 안동행 KTX를 타기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KTX열차서 본 풍기읍, 멀리 소백산이 보인다. 풍기 소백산과 영주 동양대학교가 보인다.
 KTX열차서 본 풍기읍, 멀리 소백산이 보인다. 풍기 소백산과 영주 동양대학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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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와 서원주역에서 많은 승객이 탔다. 열차 안은 만원이다.
 원주와 서원주역에서 많은 승객이 탔다. 열차 안은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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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에 도착한 KTX-이음
 청량리역에 도착한 KTX-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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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이용해 서대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30분쯤. 안동집을 출발해 서울 목적지까지 3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울 친구들이 '안동 촌놈' 왔다고 반겼다. 하지만 난 "야, 나 오늘 KTX 타고 왔다"라고 큰소리쳤다. 내가 직접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부선과 전라선 철도에 KTX가 생긴 지 수 년이 됐지만 나는 단 한 번도 KTX를 이용하지 못했다. 안동서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갈 일이 없어서이다.

그동안 서울 출장이나 여행은 대부분 버스 혹은 승용차를 이용했다. 기차는 거의 4시간이 가까울 정도로 오래 걸려 이용하지 않았고 버스는 동서울이나 센트럴까지 3시간, 승용차는 그보다 더 걸리는데다 운전하는 피곤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KTX 이음 여행으로 서울과 안동 간 거리가 크게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앙선 철도의 복선화 사업 공사가 끝나면 안동과 서울(청량리) 간 KTX 운행시간은 1시간 20분대로 줄어든다고 한다. 서울 출장이나 여행도 당일치기가 넉넉히 가능해진다. 그러면 안동 사람들의 서울 나들이가 쉽고 서울 관광객의 안동 여행도 좋아질 것이다.

아직도 서울에선 안동이 <은하철도999>에 나오는 곳처럼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안동에서는 유명한 서울 강사 섭외가 힘들고, 행사 때 가수나 예능인을 부르기가 어렵다고 한다. 너무 멀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너무 멀어서 안동까지 못가요~" 하는 엄살에 "KTX 타면 금방 와요"하는 답변이 일상화될 듯하다.

어릴 때 처음 열차를 탔던 날이 생각난다. 아버지 손을 잡고 대구서 대전 큰집에 가던 날로 기억한다. 아마 그날이 조상님 제삿날이었지 싶다. 막상 제사 모습은 생각나지 않아도 열차 승강장 간이 판매대에서 먹었던 따뜻한 '가락국수(우동)' 맛을 잊지 않고 있다.

또 '가락국수'에 고명으로 얹었던 '쑥갓' 맛도 기억한다. 그날부터 '쑥갓'의 쌉쌀한 맛을 지금까지 좋아한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함께한 맛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모처럼 KTX 여행에서 아버지가 느껴진다.

태그:#중앙선 열차, #KTX이음, #안동~청량리, #중앙선복선전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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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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