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이맘 때면 대전 서남부터미널에는 제비가 찾아온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약 10여 쌍이 찾아와 둥지를 틀었다. '지지배배' 외치는 제비소리를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서남부터미널을 지난 25일 찾아갔다.
오랜만에 제비를 만날 것을 기대했다. 역시나 제비는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다. 아쉽게도 개체 수는 많지 않았다. 당일 확인한 제비는 3쌍에 불과했다. 지난해 만들었던 둥지가 덩그러니 빈 채로 남겨져 있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3쌍만 남은 것이라는 걱정도 앞섰다.
턱시도를 입은 듯 한 모습의 제비를 그나마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대전에서는 서남부터미널과 신탄진 시장에서만 제비둥지를 볼 수 있다. 추가 서식처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꾸준히 찾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서남부터미널은 횡했다. 코로나 19로 이용객이 줄어 식당도 폐업했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는 제비도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사람과 공존하는 형태로 번식하는 게 제비의 특성이다. 서남부터미널에 사람이 줄면서 제비도 떠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었다.
강남에 갔다 오는 제비는 사람이 있는 곳에 둥지를 튼다. 흥부와 놀부가 제비다리를 고쳐줄 수 있었던 것도 제비가 사람과 공존 방식으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서남부터미널에 다시 사람이 차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제비가 다시 오기를 바란다. 코로나 19의 간접 피해를 제비가 받은 것이 아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