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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30화의 에필로그 편에서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지덕사(至德祠)가 소개됐다.
 
24일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에필로그(역사기행) 편에서 소개된 상도동 지덕사
 24일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에필로그(역사기행) 편에서 소개된 상도동 지덕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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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1호인 지덕사는 조선 태종의 장남이었던 양녕대군 이제(李禔)의 묘와 사당을 일컫는다. 지덕사에는 양녕대군의 친필 숭례문(崇禮門) 목판 탁본뿐만 아니라 세조가 쓴 금자현액(金字懸額) 및 정조가 쓴 지덕사기(至德祠記) 등이 보관돼 있다.

지덕사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으로서 친숙한 공간을 TV로 다시 마주하니 새삼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다.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오랜 시간 굳게 닫혀있었던 지덕사가 주민들에게 개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개방과 함께 종갓집 음식체험 등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엿보여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네 주민으로서 지덕사를 방문했을 당시 '반쪽짜리 개방'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지덕사의 주인인 양녕대군의 봉분에 올라가는 것도 차단돼 있고,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어진 등이 모셔진 사당도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사실상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곳은 추모비석 등이 즐비한 잔디밭 정도였다.
 
지덕사 경내의 모습. 양녕대군의 친필 숭례문(崇禮門) 글씨를 새긴 비석이 세워져 있다.
 지덕사 경내의 모습. 양녕대군의 친필 숭례문(崇禮門) 글씨를 새긴 비석이 세워져 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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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 체험 운영해보면 어떨까

최근 드라마 방영을 통해 양녕대군과 그의 사당 지덕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번 기회에 지덕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덕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동작구청이 지덕사를 관리하고 있는 전주이씨 양녕대군파 종중과 협의하여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라 생각한다.

기존에 진행했던 종갓집 음식체험, 버스킹 등도 좋지만 기왕이면 공간의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면 좋겠다. 지덕사에 갈 때마다 넓은 잔디밭이 휑한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곤 했다. 이곳에 시민들을 위한 간이 활터를 조성하고 '국궁교실'을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추모비석들이 세워져 있는 지덕사 경내의 잔디밭
 추모비석들이 세워져 있는 지덕사 경내의 잔디밭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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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활쏘기)은 예로부터 남녀노소할 것 없이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연마해온 우리 민족의 전통무예였다. 특히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양녕대군이 활쏘기와 사냥을 즐겼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양녕대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지덕사에서 양녕대군의 상무정신(尙武情神)을 기리고 전통문화를 계승·전파하는 차원에서 국궁 교육과 체험을 실시하는 것은 장소에 걸맞는 활용 방안이라 생각한다. 지덕사가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인 국궁을 알리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면 그 자체로 유의미한 사례가 될 것이다.

선례도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남 아산의 현충사(顯忠祠)가 대표적이다. 현재 현충사에서는 청년 이순신이 무과 시험을 준비하며 활쏘기를 연마했던 공간에 간이 활터를 조성하고 관람객들에게 간단한 교육과 함께 직접 활을 내보는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사극에서만 보던 활쏘기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호응도 매우 좋다.
 
충남 아산의 현충사에서 시민들이 활쏘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충남 아산의 현충사에서 시민들이 활쏘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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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서울 전체를 통틀어 국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다.

만약 지덕사에 간이 활터가 조성된다면 지덕사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대학생 등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국궁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국궁을 체험하기 위해 찾는 청년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지덕사의 역사까지도 알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태그:#지덕사, #양녕대군, #국궁, #활터, #태종이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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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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