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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제7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제7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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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와 외국어고등학교(외고)가 존치될 것으로 강하게 관측됩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가 기존 정책을 뒤집는 방향으로 국정과제를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조만간 있을 국정과제 발표에 반영된다면, 전형적인 '오년지소계'입니다. '정권 바뀌었다고 정책 뒤집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권 행태를 윤석열 정부가 행하려 합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존치는 대선공약도 아닙니다.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어디에도 글자 하나 없습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밝힌 발언, 시민단체와 언론의 정책질의에 답변한 사항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공약 이행보다 '정권 잡았으니까 하고 싶었던 일 하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국민과 학부모 사이에선 윤석열 정부가 뒤집으려는 '자사고 외고의 2025년 폐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KEDI POLL)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부모의 폐지(자사고·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 찬성 비율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내내 50%를 넘었습니다.

폐지 찬성이 반대보다 많습니다. 2020년 조사에서 찬성(55.5%)은 반대(16.9%)의 3.3배입니다. 전체 응답자도 비슷합니다. 찬성 46.6%, 반대 20.4%입니다. 국민과 학부모 상당수는 자사고·외고 폐지 의견입니다. 인수위는 여기에 역행합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실시하는 교육여론조사(KEDI POLL)에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폐지 부분. 전체 응답자가 있고 초중고 학부모 응답자가 있는데 그래프는 후자.
▲ 자사고 외고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실시하는 교육여론조사(KEDI POLL)에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폐지 부분. 전체 응답자가 있고 초중고 학부모 응답자가 있는데 그래프는 후자.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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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태계를 위해 자사고·외고의 일몰은 적절합니다. 이들 학교는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위주 교육을 해왔습니다. 학교 서열과 불평등을 키웠고,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켰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조치는 그래서 타당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존치시킨다면, 부작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사교육비가 일단 우려됩니다. 국가통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은 지난해에 한 달에 61만 6천 원을 썼습니다.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37만 7천원을 능가합니다. 

고교학점제와의 충돌도 있습니다. 학점제에서는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가 확대되고 대입에 반영됩니다. 절대평가는 외고 자사고가 유리합니다. 그래서 존치하면 '부모찬스→외고 자사고 진학→상위권 대학 진학→취업, 고소득→자녀 수저'의 그림이 지금보다 더욱 심화됩니다. 학점제는 왜곡되고, 그들만의 트랙은 한층 견고해지며, 유리천장과 불공정은 심해집니다.

정책 완성도 또한 우려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고교학점제와 외고 자사고의 일몰을 함께 추진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에 교육과정, 교원정책, 대입정책, 학교시설 정책 등이 맞물리도록 했습니다. 그래야 돌아갑니다. 맞춤교육도 가능하고, 교육의 다양성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큰 그림이 없습니다. 그래놓고 자사고 외고를 존치시키려 합니다. 여러 방안이 맞물려 있는데, 하나만 떼어 뒤집으려 합니다. 자칫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인수위가 해야 할 일은 신중 모드입니다. 결정난 정책을 뒤집으려는 이유, 자사고 외고를 존치시키려는 이유를 우선 설명해야 합니다. 공약도 아닌데 국정과제에 담으려는 까닭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큰 그림은 무엇이고, 세부 방안은 어떻게 되며, 부작용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하는 것 또한 요구됩니다. 그리고 국민 의견을 경청해야겠지요.

정권 바뀌었다고 정책을 뒤집는 병폐를 해결하고자,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오년지소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사고 외고, #윤석열, #인수위, #국정과제, #특권학교 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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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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