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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환승투어 가이드 조미자, 손태양 님
 인천공항 환승투어 가이드 조미자, 손태양 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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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사람이 북적이던 영종도 인천공항의 텅 빈 주차장과 불 꺼진 카페는 코로나19가 공항·항공 산업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한다. 오늘 만난 분들도 하늘길이 닫힌 후 계약 해지됐다가 복직했다. 제3국에서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머무는 환승객을 위한 환승투어 가이드다. 지난 3월 18일 프로그램을 마치고 온 손태양, 조미자(가명)님을 만났다.

인천공항 환승투어, 낯설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손태양 "환승투어의 주 업무는 2가지예요. 첫 번째는 타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목적지로 가는 환승객 중 환승시간이 4~5시간 이상인 분들 중 출입국관리소 통과가 가능한 환승객에게 인천국제공항 인근이나 서울에 있는 관광지를 안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천국제공항 내의 모든 환승객이 어려움 없이 환승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기업연수생, 유학생 등 단체 환승객의 경우, 회사나 학교 관계자가 직접 인천국제공항공사로 '환승'에 대한 협조를 요청해요.

공항 측에서 환승투어 업체에 이 사실을 알리면, 환승투어 가이드가 손님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2층 게이트 앞에서 마중한 후, 2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3층 비행기 탑승 게이트까지 안내해요. 현재 코로나19로 환승객들이 입국할 수 없어 국내투어는 중지되었고, 대신 면세구역에서 환승객을 위해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미자 "환승객의 다음 탑승시간이 저녁이면 가고 싶은 곳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데, 낮이면 인천 부근만 돌아볼 수 있어요. 비행기를 놓치지 않는 범위에서 투어를 통해 다음에 휴가나 여행으로 한국을 찾게 하는 게 목적이죠. 비용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부담하고요.

투어는 전부 영어로 진행되고, 공항 내에서 모객하시는 분들은 일본어, 중국어도 사용합니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외국인으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배우거나 한국 음식을 맛보고 쇼핑하기를 원하세요."

인천공항 환승투어, 이런 서비스가 있다니

손태양 "환승투어 목적은 환승객 유치에요. 인천국제공항 제3터미널 완공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이 전 세계 허브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거죠. 동북아에 경쟁하는 국제공항이 많잖아요.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선택지가 있는데 인천에서 환승하고 싶게 만드는 거죠.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접근성과 중심성을 토대로 매년 공항 경쟁력을 평가하는데, 여기 영향을 미치도록 환승객 이용률을 높이는 게 목표예요. 또 다른 효과는 투어를 통해 인상이 좋게 남아 한국을 한번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재방문 여행객이 늘겠죠."

조미자 "서울 투어 중 경복궁에서 인사동은 오전 8시~오후 1시, 오전 10시~오후 3시 이렇게 45명이 탈 수 있는 버스로 나가는 건데 인기가 많았어요. 하루 두 차례 나가고, 경복궁이 쉬는 날은 창덕궁으로 대체해서 나갔죠.

비행기가 저녁 9시일 경우 경복궁 인사동 투어 후 명동과 남대문 쇼핑까지 하고, 비행시간이 오후 3시일 경우는 쇼핑 생략하고 경복궁, 인사동 투어만 하거나, 출국심사 시간 등이 걱정되면 전등사, 덕진진 투어나 인천 투어를 하는 식입니다.

대부분의 외국 분들이 궁과 절 구분을 많이 못 하세요. 월드컵경기장이랑 홍대나 광명동굴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내근, 외근 모두 근무시간은 보통 8시간이에요. 가이드의 경우 투어를 하고 1시간 점심시간이 있어요."

유일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은 어디서 어떻게 쉬는지 궁금했다.

손태양 "직원휴게실은 있지만 이미 많이 차 있어서 그냥 게이트 같은, 손님들 쉬는 데서 쉬어요. 점심시간이 다 똑같은데, 같은 시간대에 전 직원이 이용할 만큼 넓지가 않아요."

조미자 "너무 멀기도 해요. 점심 먹고 거기까지 올라가면 시간이 다 가요. 그래서 차라리 과일 조각이나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누룽지 같은 간단한 것을 싸 와서 먹어요. 저희 뿐 아니라 공항 내에서 근무하는 많은 직원들이 게이트 옆에 그냥 쪼그리고 쉬어요."

빌려준 패딩, 고객이 입고 가면 가이드가 물어내기도

환승투어는 처음에는 일부 본인부담금이 있었으나 2013년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입찰로 환승투어 용역업체를 선정하면서 관광지 입장료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모두 무료이다. 입장료도 지자체가 협조해 주는 곳은 무료다.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맡아 외국인을 단체로 응대하는 업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업무 중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조미자 "경복궁 인사동 투어에서 인사동 도착해 자유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저랑 같이 있거나, 밥을 같이 먹고 싶어 하기도 해요. '이건 개인 여행 상품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끊어요.

남대문-명동 투어에서는 남대문 앞에서 내려 명동까지 쭉 걸어가면서 랜드마크를 중간중간에 짚어줘요. 목이 진짜 아파요. 자유시간에는 지도를 주고 다시 모이도록 하지만, 길치인 사람들이 있어요. 자유시간 끝나고 제시간에 안 오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 사람들을 찾으려고 남대문 명동을 미친 듯이 뒤지기도 하지만 5~10분 정도 지나면 가야 해요. 다른 사람들의 탑승 시간이 촉박해지니 어쩔 수 없잖아요. 그분들은 알아서 택시나 지하철을 타고 오시든지 해요.

'베트남에서 오신 누구 노쇼(no show)입니다. 몇 시까지 기다리다가 저희 출발합니다.' 이렇게 업체의 허락을 받고 출발합니다. 공항에 들어와서 그분들 짐 가지고, 찾아갈 때까지 기다려요. 이 시간은 추가 근무로 인정도 안 돼요. 터미널1과 터미널2 두 군데 다 노쇼면 너무 힘들죠.

겨울에 따뜻한 나라에서 오시는 분들은 외투가 없잖아요. 그래서 패딩재킷을 드렸어요. 예전에는 형광 오렌지색이어서 잘 보였는데, 업체가 바뀌면서 검정색으로 바뀌었어요. 어쩌다 환승객이 입고 가버리면 가이드가 6만 원을 물어내야 했어요. 버스 안에 비치된 우산이 고장 나면 기사님들이 물어내야 하고요."

손태양 "노동자가 분실된 것을 보상하는 것은 용역업체의 갑질이죠.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50억 원 넘는 돈으로 환승투어를 운영하고 있어요. 인천공항공사 환승투어 마크를 우산이든, 옷에든 프린트하면, 만약 누가 가져가도 홍보가 되잖아요. 그런데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이문을 남겨야 하니상식 이하의 요구를 노동자들에게 하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환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되겠냐고요."

민간외교관이라지만 고용안정부터
 
코로나로 지금은 공항 내에서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지금은 공항 내에서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조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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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객은 대부분 외국인이라 한국 이미지를 좋게 해야 되니 감정노동이 심할 것이다. 혹시 감정노동 응대 매뉴얼이나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은 있는지 궁금했는데, 매뉴얼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조미자 "처음에 마음이 여려서 비 오는 날 우산을 많이 뺏겼죠. 비치된 우산이 부족해서 나눠 써달라 부탁하는데 안 들어줘요. 제가 우산을 하나 들고 있으면 '나, 나이 들고 추운데 너 우산 꼭 써야 되겠니?' 하면서 가져가요. 그래서 우의를 샀는데 나중에 그것도 벗겨 가려고 하더라고요.

소주를 가지고 차에 못 타게 하면 러시아 분들은 그 자리에서 원샷 해버려요. 본인이 항공사 VIP라며 '기다리는 동안 과자 내올래?'해요. 환승투어가 무료니까 그런지 투어 가이드를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럴 때 '난 가이드지 네 종업원이 아니야'라고 얘기하죠."

환승투어 노동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긍심이나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일까?

조미자 "'환승투어 프로그램에 대해 몰랐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정말 좋다. 이 기회에 한국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전문적이다. 다음에 또 한국에 오고 싶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죠."

손태양 "가족 여행 중 애들이랑 몇 시간씩 씨름하면 힘들잖아요. 그런데 애들을 잠시라도 맡길 데가 있으니 정말 좋아하세요. 환승객이 도움 받아서 감사하다고 할 때 보람 있죠."

35명 정도 근무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19명이 계약 연장에서 탈락했다. 이 중 7명이 노조에 가입해 공항공사를 상대로 투쟁해 2022년 2월 1일자로 복직되었지만, 추가사업비가 1억만 책정되어 한 달 중 9일씩만 근무한다.

연차와 퇴직금이 없다고 해서 여전히 투쟁할 게 많다는 그녀들의 가장 큰 바람은 고용안정이다. 국제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천공항이 코로나19 시대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도 좋은 일터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경희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인천_국제_공항, #인천_공항_환승_투어, #환승_투어_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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