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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0일, 우크라이나인들이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네 번째 반전집회를  열었다.
▲ 재한우크라이나인 반전집회 3월20일, 우크라이나인들이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네 번째 반전집회를 열었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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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주 일요일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전집회가 열리고 있다. 20일에는 한국에 거주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주도하는 네 번째 반전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이 참석해, 한국어와 우크라이나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현장에 나온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식어가는 한국의 관심

외로운 싸움을 하는 우크라이나를 대변하듯, 집회를 처음 시작했던 한 달 전에 비해 한국인의 참여는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한국인들은 자비로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와 나누어주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여 러시아를 함께 규탄했다.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전집회는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에 따라 별개로 개최되고 있다. 또 반전집회라고는 하지만 '경제제재 반대'를 외치는 등, 우크라이나인들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집회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과 관심은 더욱더 식어가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이날 집회 말미에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준 기업과 유명인,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굿즈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었다.
▲ 시민이 배포한 우크라이나 굿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굿즈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었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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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꿈꾸는 벨라루스인들

이번 집회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벨라루스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들 수 있다. 지난 2월 27일 있었던 1차 재한우크라이나인 반전집회에서는, 자신이 벨라루스인 혹은 러시아인임을 드러내놓고 참석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한 벨라루스인은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에 '나는 벨라루스인이지만 이름도 나이도 밝히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집회에서는 벨라루스인들이 벨라루스의 깃발을 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소련 해체 직후 사용했던 벨라루스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들고 있다.
▲ 벨라루스의 참여 소련 해체 직후 사용했던 벨라루스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들고 있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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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여한 벨라루스인들이 들고 있는 국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벨라루스 국기와 달랐다. 흰색 바탕에 가운데 빨간색 띠와 문장이 새겨진 이 국기는 1991년 소련 해체로 벨라루스가 독립하면서 사용한 국기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다. 현재 벨라루스가 사용하고 있는 국기는 옛 소련 시절의 벨라루스 국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벨라루스인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가 시작되기 이전의 국기를 들고 나옴으로써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벨라루스를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벨라루스인들은 옛 벨라루스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든 채로 "우크라이나 만세! 벨라루스 만세!"라고 외쳤다.

반전을 외치는 러시아인들
  
한편, 일부 러시아인들 역시 새로운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흰색 바탕에 가운데 파란 띠를 넣은 깃발이다. 

이는 본래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벨리키 노브고로드의 깃발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벨리키 노브고로드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가 점점 확장해 오자,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도시였다.

또, 챠르(황제)가 러시아를 지배할 때, 아직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던 벨리키 노브고로드에서는 도시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행해지기도 한 곳이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 러시아의 변화를 바라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러시아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인 지난 2월 28일부터 이 깃발을 러시아의 전쟁을 반대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재한우크라이나인의 반전 집회는 매주 일요일 12시에 덕수궁 옆, 정동 분수대 근처에서 진행된다.
 
러시아 국영TV '채널 원'에서 생방송 뉴스 리포팅 중 한 직원이 '전쟁 반대(NO WAR)'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등장했던 모습.
 러시아 국영TV "채널 원"에서 생방송 뉴스 리포팅 중 한 직원이 "전쟁 반대(NO WAR)"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등장했던 모습.
ⓒ 러시아 채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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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우크라이나, #반전, #집회, #재한우크라이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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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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