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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보도된 한국경제 관련 기사. 한국경제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6일 보도된 한국경제 관련 기사. 한국경제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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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확진자 폭증으로 코로나19 생활지원비 예산이 동났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으나, 지난 2월 통과된 1조 1500억원 규모 추경 예산은 누락한 데다 가용 재원은 활용 않고 '예산이 없다'고만 하는 지자체 주장만 반영해 오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한국경제>는 단독기사 "코로나 생활지원비 예산 동났다…전국 곳곳 지급 중단 '속출'"에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올해 잡힌 예산을 두 달 만에 다 소진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와 전국 곳곳에서 생활지원비 지급 중단 사례가 속출한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도 각각 "확진자 폭증에 생활지원금도 바닥…충북 지자체 예산확보 부심", "두 달 만에 바닥 드러낸 코로나 생활지원비…'추경해도 해결 난망'" 등 제목의 기사로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근거는 코로나19 생활지원비로 잡힌 예산을 모두 소진했다는 통계다. 예로 서울 동작구는 배정된 예산 36억원을 지난 2월 말 100% 소진했고, 종로구·동대문구·영등포구도 95% 이상 집행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난 2월 추경 예산안이 통과됐으나 국가와 지자체가 '5대5'로 부담하기에 지자체는 이를 맞출 예산이 없어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전체 예산 아닌 '일부 예산' 근거, 오류 

그러나 통계는 추경으로 확보된 전체 예산을 근거로 하지 않았다. 지난 2월 통과된 추경 예산은 누락하고 지난해 12월, 올해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 편성된 본 예산에만 근거했다. 16조 9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 중 생활지원비 지원 명목으로 추가된 1조 1500억원을 계산에서 빠뜨린 것.

관련 통계를 분석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추경 예산에 근거하면) 동작구 생활지원비 예산은 36억원이 아니라 229억원이고, 종로구, 영등포구 지출내역도 95% 이상이 아니라 18%, 56%에 불과하다"며 "본 예산이 아니라, 교부되기로 한 금액을 모두 포함한 '예산 현액'을 기준삼는 게 재정 현실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생활지원비 총 예산이 사실상 전부 바닥났다'는 내용도 오류다. 보도는 "생활지원비 예산이 국비(50%)와 지방비(50%)를 포함해 총 3251억원으로 사실상 바닥났다"고 전했으나 추경 예산을 포함하면 총 2조3000억원(국비 1조15000억원, 지방비 1조1500억원)이 3251억원에 더해져야 한다. 이 경우 소진 비율은 12.4% 가량이다.
 
나라살림리포트(2021- 제202호) '2020년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 분석 : 잉여금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중 갈무리.
 나라살림리포트(2021- 제202호) "2020년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 분석 : 잉여금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중 갈무리.
ⓒ 나라살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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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 지자체 주장은 '엄살'

이상민 연구원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5대5로 부담해야 할 생활지원비 예산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도 지자체 '엄살'이라고 평했다. 먼저 '5대5'란 비율도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데다, 지자체는 실상 가용 가능한 재원이 충분한데 이를 활용하지 않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5대5는 국비와 지방비의 매칭 비율이다. 이번 추경에서 국비 1조1500억원이 생활지원비 예산으로 증액됐으면 똑같은 1조1500억원을 지방비로 편성하는 식이다. 이를 합해 전체 예산은 2조3000억원으로 증액됐다.

전국 240여개 시·군·구 기초지자체 부담 비율은 16.7% 가량이다. 지방비 50%에서 3분의 2를 광역 지자체가 부담하고, 나머지 3분의 1을 기초 지자체가 부담한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는 50%, 광역지자체는 33.3%, 기초지자체는 16.7%로 매칭된다.

또 지자체 재정은 전년도 12월에 수립되는 본 예산이 실제 거둬들이는 세입보다 평균 30~40% 가량 적게 추계되는 게 현실이다. 예로 2020년 서울시 경우 본 예산안은 17조5000억원이었으나 실제 세입 결산은 27조원이었다. 지자체 '본 예산'만 보면 실제 재정 현실의 부분만 인용하게 되는 셈이다.

지자체엔 '남는 돈'도 적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해 11월30일 낸 '2020년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 분석 : 잉여금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총 잉여금은 65조 4000억원, 순세계잉여금이 32조 1000억원이었다. 순세계잉여금은 전체 잉여금 중 집행 용도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순세계잉여금조차 60% 정도만 본 예산에 반영한다. 40% 가량은 예산안에 등록은 안됐지만 지자체 통장에 남은 돈이다.

이와 별도인 '재정안정화 기금'도 7조 6000억원이 쌓여 있었다. 이 기금은 지자체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세입의 일부를 적립해놓은 기금이다. 유사한 이유로 각 지자체는 일반회계 예산의 1% 이상을 예비비로도 편성해둔다.

"지자체 관료들, 정치적으로 언론 활용"
 
16조 9000억 원의 추가경쟁예산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추경 통과 안내가 표기되고 있다.
 16조 9000억 원의 추가경쟁예산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추경 통과 안내가 표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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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재정안정화기금이나 예비비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쓰라고 편성해놓은 것이다. 별도로 재난관리기금도 가용할 수 있다. '이미 돈을 다 써서 국비에 매칭할 돈이 없다'는 지자체 논리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종합하면, 추경 예산이 집행되기 전 중앙정부가 지원비 예산을 좀 더 많이 부담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일부 지자체 관료들의 정치적 (보도) 작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추경으로 1조 1415억원을 확보했다. 이 예산에 대한 지자체 교부 신청이 완료되면 신속히 국비보조급을 교부하겠다"며 "지방비 확보되기 전 국비로 우선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생활지원비는 확진자나 격리자가 격리·입원 기간 동안 일을 못하더라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격리·입원 통지를 받은 사람이 지원 대상으로 공무원, 유급휴가자 등은 제외다. 한 가구 당 격리자가 1명이면 최대 49만원, 4명이면 최대 13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태그:#코로나 생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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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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