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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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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이라고 생각한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가 아니라 '통신자료 무단수집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의 말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2007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비판해왔다. 공익법센터는 국가기관, 포털사이트, 통신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포털사이트는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만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신사는 여전히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광범위한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은 간사는 3일 서울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위헌적인 수사관행을 그대로 따라간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특히, 기자의 통신자료를 무단수집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불법사찰 주장을 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시민사회에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두고 사찰 지적을 했지만, (당시) 여당 반대로 끝내 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여당일 때는 괜찮고 야당일 때는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또한 국민의힘이 사후 통지를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후 통지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수사기관이 사찰하기 전에 (법원이 이를) 막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통신사가 법원 통제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찰 논란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지은 간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공수처만의 문제로 몰고가는 건 기회주의적 태도"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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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가 다수의 야당 정치인과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사회는 오래 전부터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따라 손쉽게 통신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비판하고, 법원이 이를 통제하는 영장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수처가 위헌적인 수사관행을 그대로 따라간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 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두고 비판이 있다.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통신자료 무단수집으로 기자의 취재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취재원이 공익제보자라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익제보자는 어디에 제보를 해야 하나. 국민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누구와라도 통화할 수 있어야 하고 글도 쓸 수 있어야 한다."

-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롯한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두고 "공수처가 불법 사찰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공수처를 향해 "미친 사람들"이라면서 거친 말을 내뱉기도 했다.

"공수처만의 문제로 몰고가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

- 왜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시민사회에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두고 사찰 지적을 했지만, (당시) 여당 반대로 끝내 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여당일 때는 괜찮고 야당일 때는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태도다."

이지은 간사는 지난 12월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5년 11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거론했다. 여기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민식·배덕광 의원은 "수사를 못하게 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 국민의힘은 공수처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수처 폐지만 강조하고 있는데, 통신자료 무단수집 제도의 핵심 문제를 놓치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불법사찰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적 법조항을 바꿔야 한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에 정말로 진정성이 있다면, 공수처 폐지가 아니라 제도 개선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공세로 보일 수밖에 없다."

- 검찰은 한 해 100만 건이 넘는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민의힘은 검찰과 공수처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통신자료 무단수집 논란은 공수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를 활용해 수사하는 수사기관 전체의 문제다.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면, 수사기관 가운데 통신자료를 가장 많이 가져가는 검찰과 경찰도 없어져야 하나. 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필요하다면서 언제든지 통신자료를 싹쓸이해서 가져갈 수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알려주지 않으니 모를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검찰이 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통신자료는 전화번호수 기준으로 59만7454건이었다. 경찰은 187만7582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정원은 1만4617건, 공수처는 135건이었다.

"여야 다 문제가 있다고 하니 법 바꿀 절호의 기회"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2월 3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2월 3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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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28일과 3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30일 개정안을 냈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제공받는 경우, 통신사업자가 그 내용을 당사자에게 통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이지은 간사의 평가다.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후 통지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수사기관이 사찰하기 전에 (법원이 이를) 막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에 손 들어주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손쉽게 통신자료를 가져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통신자료 제공여부를 제3자, 즉 법원이 통제하거나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 사찰 논란을 없앨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대안이다."


- 사후 통지가 지금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 않나.

"현행보다 나아진 건 맞다. 하지만 우리는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후통지로는 그 위헌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여전히 통신자료 무단수집 문제는 남는 것이고, 사찰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 여야 모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나.

"여야가 다 문제 있다고 하니, 절호의 기회다. 제도를 빨리 바꿔야 이런 논란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껏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데에는 수사기관의 적극적 로비 탓도 크다. 여당이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에 설득됐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을 위해 현재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법원의 허가를 받거나 통지를 하도록 제도가 바뀌면, 범인들이 증거인멸하고 도망간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러한 수사기관의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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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지은 간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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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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