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말을 한 뒤 "다만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덧붙이긴 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경제적 평가에 대해선 성과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 "비석까지 밟으며 조롱했던 그 이재명이 맞는가"
심상정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었나"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황규환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전(前) 대통령의 비석까지 밟으며 조롱했던 그 이재명 후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라며 "불리한 여론에 따라 공약도 한순간에 없던 일로 해버리고, 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념도 내팽개쳐버리는 이재명 후보야말로 진짜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힐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12일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며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는 이재명. 이분들 얘기만 종합해보면 전두환씨는 지금이라도 국립묘지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며 이 후보뿐만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과거 발언 역시 소환해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이재명 후보는 12일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그중 하나가 삼저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 씨의 경제적 평가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사기업 해체-수천억 비자금 조성한 전두환에 경제적 성과?

물론 전두환 정권 당시 한국이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두환씨의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 그는 자신에 대한 정치자금을 적게 줬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기업을 해체시키는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있을 수 없는 행위를 해 위헌 결정까지 받은 인물이다.

1985년 2월 21일 전두환 정권은 당시 재계 순위 10위 권내의 국제그룹을 부실기업이라는 이유로 해산시켰다. 국제그룹의 양정모 회장은 전두환 정권이 새마음심장재단 성금 및 새마을성금에 3억 원, 일해재단에 5억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타 대기업들에 비해 적은 금액을 냈다는 이유로 해체를 결정했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1993년 헌법재판소는 양 회장의 위헌 소송에 대해 전씨의 국제그룹 해체 지시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에 근거하지 않은 대통령의 자의적 조치"이며 "법적 근거없이 공권력이라는 힘으로 사영기업을 해체한 것은 개인 기업의 자율과 경영권 불간섭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위헌 결정의 이유를 들었다.

국제그룹뿐만 아니다. 동명그룹 역시 전씨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의해 해체되었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 8월 국보위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동명그룹의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 강 회장과 강 회장의 장남 등 사주들을 부정축재를 일삼는 반사회적 기업인으로 지목해 합수부 부산지부에 수사를 지시했다.

국보위는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주들과 임원들을 영장 없이 강제 연행한 뒤 가둬놓고 폭언과 폭행, 전기고문 위협 등의 가혹행위를 가했고 이에 사주들은 재산포기 위임각서를 강제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국보위는 이를 근거로 동명그룹의 전 재산을 부산시와 한국토지개발공사에 매각과 증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헌납받았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동명그룹이 헌납한 재산은 수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전씨는 위와 같이 기업들로부터 강압적으로 강탈한 재산을 통해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했다. 1997년 대법원은 전 씨에 대해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했으나 지난 11월 23일 전 씨가 사망함에 따라 남은 추징금 956억 원은 환수가 불가능하게 됐다.

생뚱맞은 이재명의 후한 전두환 평가

제아무리 사기업이 경영을 잘했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사주가 하청 기업들을 강제로 해체시키고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그를 향해 성공한 사주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하물며 사기업도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러한 짓을 저질렀는데 경제적 성과가 있다고 평할 수 있을까. 헌재에서도 위헌 결정이 나온 전씨의 기업 해체를 감안했을 때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성과가 있다고 말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사실과도 맞지 않는 발언이다.

심지어 이 후보는 지난 11월 29일 전두환 씨의 추징금 환수 '소급입법' 문제에 대해 "사실 군사반란 처벌법도 형사법 소급 금지 원칙에 반했는데 합헌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국민이 동의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그토록 전 씨의 추징금 환수에 진심인 이 후보가 전씨의 경제적 평가를 후하게 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10월 22일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전씨에 대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한 것을 가리켜 "살인 강도도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을 조금만 바꿔서 돌려주고 싶다.

"전두환씨도 위헌적 기업 해체, 수천억 비자금 조성만 빼면 경제적 성과가 있는 사람일 수 있다"라고.

태그:#이재명, #전두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