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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국회 직원 등 상주 근무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국회 직원 등 상주 근무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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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16일) 지역 소식에 따르면 군산시의 코로나 확진자가 7월에만 36명 발생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대유행을 예고한 가운데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었다.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현저히 적은 군산 같은 소도시는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덜 겪고 있다. 작년에 비하여 올해는 코로나 예방 조치 협조와 백신 접종 등으로 곧 마스크를 벗고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고가 현실이 되면서, 전문가들은 또 한 차례 코로나가 대유행 할 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나는 늘 학원 가족들에게 전했다.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낸 우리나라의 우수한 대처 능력을 믿는다고, 개개인이 매사에 조금만 더 조심하면 된다고,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니 잘 협조하자고 말이다.

그런데, 최근 군산시에도 수도권에서 내려온 20~30대 주점 모임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다보니, 하루 아침에 긴장 상태로 바꿔졌다. 풍선 부풀리기 효과니 뭐니 하며, 수도권 사람들의 지방 이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휴강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나는 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의 확진자 발생 문제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제도 한 학교에서 발생한 확진자로 인해 군산시가 떠들썩 했다. 중고생들은 학습 이동 동선이 겹쳐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각 학교에서도 발 빠르게 검사를 의뢰해서 진행했다. 학원 연합회에 올라오는 소식지에도 학원장들의 신중한 자체 판단을 요구했다.

어제 오후에 소식이 나온지라, 나도 역시 저녁에 만날 고등생들의 수업을 휴강했다. 그리고 아침에 군산시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뉴스를 보고, 겁에 질린 거북이처럼 얼른 목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학원 가족에게 휴강의 메시지를 띄웠다.

<코로나 발 긴급공지!> 학원 가족에게.

어제 OO여고 확진자와 관련하여 모 고등학교들도 검사 착수, 그 결과가 오늘과 내일에 걸쳐 나온답니다. 중고학생들의 이동 동선이 워낙 다양해서 불안하시지요. 오늘 학원 수업 휴강합니다. 단, 선생님들께서 영상 또는 전화 수업 예정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제가 책임지고 가르칩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낳습니다. 불편은 또다른 편리의 이기를 창조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울수록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의 불편과 상심을 내 맘 안에 새기면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굿 위크엔드♡

 
오늘 아침(7.16)에 띄운 공지문-이웃의 어려움을 내 맘으로 새깁니다
▲ 코로나예방에동참하는 학원공지문 오늘 아침(7.16)에 띄운 공지문-이웃의 어려움을 내 맘으로 새깁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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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가족 단체 문자와 학원 밴드 공지글로 올리니, 학부모들의 답장 역시 신속하게 왔다. 다행스럽게도 예전과는 달리, 걱정보다는 잘 이겨 낼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보내주셨다.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문자가 많아서 이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늘의 내용을 알바하는 아들에게 전했더니, 아들이 대뜸 말했다.

"엄마, 지난번에 친구 3명 놀러 온다고 한 것 기억해요? 코로나 때문에 몇 번을 미뤘는데, 하룻밤만 있다가 간대요. 어떻게 하죠?"

"아이고야, 생각 좀 해보자. 그러면 일차로, 네 친구들이 자가진단 키트를 이용해서 검사받은 인증서를 나한테 보내 달라고 해줘. 그리고 군산의 유명지를 보고 싶다고 하는 거니까, 그 근처에 숙소를 잡아줄게. 어차피 우리 집에 에어컨도 없는데, 시원하게 자야지. 또 하나, 친구들에게 엄마 아빠에게 인사 못 드린다고 전해줘. 만의 하나라는 말이 있잖아. 그리고 내려와서는 먹거리를 배달시켜서 먹고. 절대 돌아다니지 말고. 술 한잔 하고 싶음 그것도 미리 준비해서 오붓하게 시원한 방에서 마셔. 그럼 허락할게."
 

사실, 내 아이들은 가장 빛나야 할 청춘의 시기다. 21살, 23살이라면 에너지가 넘치고 넘칠 나이다. 그런데, 작년에 대학을 간 딸은 아직도 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그나마 아들은 1년이라도 다녀본 3학년이다. 이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온다는 것은 기쁨 중의 큰 기쁨인데, 제대로 맞이 하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아들은 엄마의 의도를 알고, 허락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힘들수록,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 

군산시의 사람들도 이번 주말엔 경계 태세로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할 것 같다. 학원 관계자들의 백신 접종 신청도 끝났고, 어제는 자원봉사센터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 1365 가입 봉사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신청을 받아서 처리했다.

얼마 전 나는 잔여 백신을 신청해서 운 좋게도 접종을 마쳤다. 그 후, 내 마음은 한결 편하고 강해졌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의 가장 큰 해결책은 오로지 백신 접종을 맞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어느새, 새벽을 차고 나온 매미들의 소리가 우렁차다. 이 소리를 만들기까지 매미들이 숙고하는 시간이 얼마나 길던가. 삶이 힘들수록, 뜻대로 안 될수록, 장고하고, 숙고하는 시간의 길이도 비례해서 길어져야, 참다운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오늘은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인내하는 삶, 함께 사는 공동체의 개인에 대한 짧은 글 하나를 보내줘야겠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한 마디 덧붙여야지.

'언제나 너희들을 사랑한다고. 너희들의 꿈을 지지한다고. 지금을 참는 자가 내일이란 말을 쓸 수 있다고. 얘들아 오늘도 GO GO GO!'

태그:#군산시코로나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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