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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사진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동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사진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동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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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미국 언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잔인함에 맞설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논란이 된 그 인터뷰입니다. 그런데 해당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는 이런 발언도 했습니다.
 
여성이 교육과 직업의 기회에서 배제되었던 것은 어머니 세대 이야기일 뿐, 지금의 여성들은 동등한 기회를 가진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성 불평등이 있다고 주장한다. - 2021년 7월 12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 내용 중

20대 여성인 저는, 과연 이준석 대표와 같은 나라에 살고 있기나 한 걸까요? 단언컨대, 성차별은 어머니 세대뿐 아니라 지금의 2030 여성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도 무수히 존재합니다. 여성이 겪는 성차별과 성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의 과제일진데,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제1야당 대표라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최근에 2030 여성들과 각자의 취업 경험담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됐던 취업의 기억은 '여성이라서 넘고 넘어야 했던 벽이 너무나 많았던 성차별의 경험'이었습니다.
 
똑같은 대학, 똑같은 학과를 졸업하고 스펙도 비슷한데, 나중에 보면 남자 친구들은 잘나가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고, 여자 친구들은 더 작은 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으로 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업계에선 보통 서류 전형 합격자 비율이 여성 8, 남성 2 정도인데, 결국 면접까지 거치고 나면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뽑거나, 남자 둘 뽑거나, 그러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준석 대표님은 아마도, '그건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라 일축할까요? 여성들의 경험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 어쩔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통계가 명확히 나타내주고 있는 바는, 아직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구조가 실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통계와 연구결과들마저 부정해버리는 건 분명한 비과학적 태도입니다.

2030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2021년 3월 26일 서울역 인근 대관회의실에서 열린 한 기업의 면접시험장 모습.
  2021년 3월 26일 서울역 인근 대관회의실에서 열린 한 기업의 면접시험장 모습.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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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아직 종식되지 않은 성차별을 드러내는 증거들은 너무나 많지만, 몇 개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 임금격차 = 같은 졸업시기, 같은 경력의 20대 남녀의 임금격차를 비교한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같은 경력,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나온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17.4% 낮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출신학교가 같더라도 공대 나온 여성은 공대 나온 남성보다 소득이 17.1% 낮았습니다. 시험점수만으로 취업할 수 있고 임금체계가 법제도화돼 있는 공무원이나 교육계의 경우 성별격차가 가장 적게 나타납니다.

▲ 유리천장 =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은 22.1%, 금융업계 여성 임원 비율은 7.4%입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에서 9년째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ICT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팀장들 중 72%가 회사 내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응답했습니다.

▲ 경력단절 = 전국의 경력단절 여성은 169만9000명으로, 광역시 한 개를 만들고도 남습니다. 여성의 고용률은 20대 후반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50대 초반, 40대 후반 순으로 높은 양상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30대 여성들이 임신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 가사분담 = 비교적 성평등하다는 2030세대에서조차, 가사일은 공평하게 책임지는 대신 아내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책임진다는 응답이 20대의 경우 51.4%, 30대의 경우 65.7%로 집계됩니다. 한편, 남편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책임진다는 응답은 20대의 경우 4%, 30대의 경우 3.9%입니다. 가사일이 특정 성별의 의무가 된다면 그 성별이 직업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는, '모두를 위한' 정치

과거에 비해 지금의 2030 여성들은 교육의 기회를 훨씬 평등하게 누리고 있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면접을 봐서 직장은 여성 채용을 꺼리니 시험 점수만으로 취업할 수 있는 직종으로 여성들이 몰리고, 그래서 공무원 채용의 '양성평등 할당제'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을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서글픈 대목이기도 합니다.

'2030 여성들은 성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현실부정론일 뿐입니다. 2030 세대 남성들의 인식이 4050 세대에 비해 더 성평등하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사회의 주요 의사결정권을 4050 남성들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2030 여성들은 불이익을 겪습니다. 2030 세대 내부에서 역시 성 불평등과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준석 대표님이 대표가 되기 전부터 이제껏 해왔던 발언들을 보며,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왜 '이수역 사건'이라는 개별 사건은 전체 페미니즘 운동을 폄하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한 범죄에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는 성별과 관계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게 열심히 발언하면서, 최근 성폭력 피해를 입고 돌아가신 이 중사님을 비롯한 여성들의 죽음에는 어찌 전혀 관심이 없는지요.

이준석 대표님은 이제 제1야당의 당대표입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실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의 절박한 문제들에 성실히 응답해야 할 책무가 있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좋은 정치인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종식시키는 일이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임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남성 역시 '나답게' 살 수 없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 또한 '인간답게'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여성들의 투쟁 덕분에 우리는 여성들도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현실의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함을 부정하는 정치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리라, 제가 감히 확신하는 이유입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와 젠더 1차 세미나 '젠더와 세대'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와 젠더 1차 세미나 "젠더와 세대"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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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출처]
서울시, 2020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통계청,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김창환 등(2019),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대졸 20대 청년층의 졸업 직후 성별 소득격차 분석"
여성가족부, 정보통신기술 분야 여성임원 확대 장애요인 및 개선방안 설문조사 결과(2020)
장혜영 의원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회사 임직원 현황(20.12월말)'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사)미래포럼 '공공부문 성별다양성' 세미나 발표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민진씨는 청년정의당 대표입니다.


태그:#차별, #이준석, #강민진, #페미니즘, #취업
댓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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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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