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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위원의 최저임금 동결 요구안을 규탄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위원의 최저임금 동결 요구안을 규탄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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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초 한국잡월드(잡월드)에 입사한 정아무개(30대)씨는 현재 기본급 186만 원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주 5일, 40시간 근무 시 주휴수당을 포함해 수령할 수 있는 182만 2480원보다 약 4만 원 정도 많은 수준이다. 그의 월급은 그가 잡월드에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그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정씨를 비롯해 다수의 동료들은 '금전적인 이유'로 주말을 포함한 주 6일 근무를 자발적으로 택한다.

"사실 아무리 직장을 아끼고 좋아한다 해도 일하는 입장에서 누가 주말까지 나와서 일하고 싶겠냐. 서울과 경기도에 살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수당이라도 더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 6일 근무를 하는 것이다."

정씨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잡월드에서 9년째 일을 했지만 호봉이나 경력을 인정해준 적 없다"면서 "지금 소속된 곳이 공공기관 자회사라 최저임금을 맞춰주긴 하지만 올해 입사한 사람과 잡월드가 처음 생길 때부터 일한 선생님들과 급여에는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명성 쌓은 잡월드, 일하는 이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그가 속한 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고용정책 기본법에 근거해 '청년실업 및 인력수급 불균형 완화, 어린이·청소년의 미래지향적 직업관 형성과 직업선택 진로설계 지원'을 목적으로 2011년 법인이 설립된 후 2012년 5월 공식 개관했다. 이후 잡월드는 하루 평균 3천 명 이상 방문하는 직업 체험 공간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회사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지만, 그곳에서 직업체험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인 정씨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결과적으로 2018년 9월에 설립된 한국잡월드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에 소속되게 됐다.

정씨는 "자회사로 전환된 지 3년 됐지만 "비정규직 용역일 때보다 대우가 좋아졌다거나 임금 면에서 나아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직장이 경기도 성남 분당에 있다. 그렇다보니 다들 생활 영역도 서울과 경기 일대다. 바꿔 말하면 이는 기본급이 186만 6440원인 월급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세와 핸드폰, 통신료, 교통비, 식대, 세금, 보험료를 내고 나면 솔직히 남는 게 없다."

그는 "이런 생활이 10년 가까이 반복되니 최저임금을 기대하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저임금이 1만 원대가 된다고 갑자기 세상이 좋아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숨통이 트이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비혼 단신의 최소 생계비는 208만 4332만 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최저임금에 준해 정씨가 받는 월급 182만 2480원보다 26만 원 1852원 많은 금액이다. 이것을 1년 단위로 환산해보면, 정씨는 1년간 314만 2224원을 빚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도 최저임금 받으며 살아봤으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6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6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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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나고 자란 정씨는 대학졸업 후인 2012년께 상경해 지금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씨는 "솔직히 집세 때문에도 너무 힘들다"면서 "언제까지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노동자들만 희생하고 감내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달 29일 재계가 2022년 최저임금 최초 안으로 8720원 동결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경제가 어려우면 언제나 노동자보고 참으라고 말하는데 언제나 빠듯한 건 청년과 노동자들뿐이다. 언제까지 노동자들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최저임금이 높다고 말하는 재계 사람들이 그 임금으로 서울과 경기에서 빡세게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정씨는 '자신이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내가 최저임금과 다르지 않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욕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지금 내가 일하는 이 자리에서 일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나만 더 괜찮은 급여를 받는 곳으로 옮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생활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초안 1만 800원보다 360원 낮은 1만 440원을, 경영계는 최초안 8720원보다 20원 높은 8740원을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이로써 노사 요구안의 차이는 1700원이 됐다.

태그:#잡월드, #최저임금, #8720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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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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