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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공사 콜센터 노조는 지난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SH공사 콜센터 직접고용 책임지고 추진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SH공사 콜센터 노조는 지난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SH공사 콜센터 직접고용 책임지고 추진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SH콜센터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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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상담이 몰려 화장실도 제때 못 가고 전화만 받았어요. 그렇게 허리 디스크, 난청에 시달리며 일했는데...아직도 그대로에요. 후보시절 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한 오세훈 시장은 아직까지 입도 뻥긋하고 있지 않아요."

채윤희 SH서울주택도시공사(아래 SH공사)콜센터 지회장(43)은 지난해(2020년)를 '악몽'으로 기억했다. 코로나로 SH의 대면업무가 잠정 중단되자 상담문의가 모두 콜센터로 몰렸기 때문이다. 

채 지회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SH에 방문해서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하고 필요한 서류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모두 전화문의를 했다"면서 "2019년에 비해 적어도 두 배는 늘었다. 2019년에 하루 평균 60건을 상담했다면, 지난해에는 매일 100여건의 상담을 처리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콜센터 상담원들의 상담건수가 늘어난 건 SH콜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2020년) 9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확보한 정부민원안내콜센터의 전화상담 현황(2020년 1월~8월)에 따르면 2019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65만건(31.7%), 상담 건수는 40만건(20.8%) 증가했다. 

"지난해 집값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했잖아요. 그러다보니 장기전세주택부터 임대주택까지 문의가 빗발쳤어요. 상담 시간도 길어지고요. 보통 상담이 5분~10분내에 끝나는데, 20~30분씩 답을 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일은 많아졌지만 월급은 그대로 최저임금이었다. 채 지회장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을 근무하며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2020년 기준 8590원) 수준인 180여 만 원. 상담 건수에 따라 받는 수당을 합쳐도 채 230만 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열악한 건 월급뿐만이 아니다. SH콜센터 노조가 설립된 2019년에서야 낮 12~1시사이에 점심시간을 쓸 수 있었다"면서 "그전에는 10분씩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먹고 일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 벌써 약속 잊은건가요?"
 
오세훈 시장은 후보시절 SH콜센터 직영 전환에 찬성했다.
 오세훈 시장은 후보시절 SH콜센터 직영 전환에 찬성했다.
ⓒ 채윤희 지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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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콜센터는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 분양주택을 포함해 주거 업무와 관련된 일체의 상담을 진행한다. 공공임대아파트 당첨 발표, 희망하우징 공고 등 공고 알림과 당첨 문자를 보내는 것도 콜센터 상담원들의 일이다. 채 지회장은 "지난해 12월에만 콜센터에서 보낸 문자가 23만 5498건 이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주택 업무 전반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지만, 이들의 신분은 민간위탁업체의 계약직(KTIS)이다. 채 지회장은 위탁 계약 기간 2년이 만료될 때마다 회사가 바뀌어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 서울시가 SH콜센터를 다산콜센터재단으로 통합·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박 시장의 죽음 이후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시와 SH는 이후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그는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12월 말에 서울시로부터 'SH 직고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후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이 SH에 상담원 직접고용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조와 회사가 협의기구를 구성해 직접고용 방향을 결정하라는 서울시의 권고가 나왔으니 이제 됐구나 싶었죠.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어요. SH에 노조가 3개인데, 이중 콜센터 직원의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노조가 있었어요. 이들이 협의기구에 참석하지 않으니 SH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시간만 계속 흘러갔죠."

제자리걸음의 반복이었다. SH는 서울시 방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규직 노조들과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협의기구가 언제 구성될지 모른다고 했다. 채 지회장은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시장 후보들을 찾아다녔다.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그 중 하나였다.
-SH 콜센터 직영 전환·정규직 전환에 대한 오 후보의 입장 : 찬성한다
-서울시장 당선 이후 SH 공사 콜센터 직영 전환 추진 계획 관련 후보의 입장 : 추진하겠다

채 지회장은 "(오세훈) 캠프에 정책질의를 넣었고, 답변을 받았다. 날짜도 기억한다. 3월 31일 수요일 이었다"면서 "서울시장이 되면 직고용을 추진하겠다던 오시장이 시장이 된 이후 SH 콜센터와 관련해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그는 다시 서울시청 앞에 섰다. 채 지회장은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SH공사콜센터 직접고용 책임지고 추진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정을 제1의 가치로 공약한 오세훈 시장을 향한 외침이었다.

"지금 당장 우리를 직접 고용하라는 게 아니에요. SH는 시간을 질질끌며 직고용 협의체 구성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서울시가 권고한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일정이라도 잡자는 거에요. 우리들은 내내 SH콜센터에서 SH가 추진하는 행복주택, 임대주택 문의를 상담해왔어요. 그런 우리가 SH에 직접고용되는 게 그렇게 말이 안되는 일인가요? 오세훈 시장은 벌써 약속을 잊은건가요."

태그:#코로나, #오세훈, #서울시,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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