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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 펜스 철망에 한 시민이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있다.
 지난 5월 19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 펜스 철망에 한 시민이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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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뉴스를 아직도 하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것이 제가 현장에 있는 이유다."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인용된 신참 뉴스 기자의 말이다. 뉴스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스쳤다. 인간의 망각은 얼마나 가벼운가. 선체 인양 소식을 듣고 남은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에 안기길 기대했지만, 어느덧 그로부터 7개월이 흘렀다. 세월호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출퇴근길마다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옆을 지나간다. 이곳은 아직도 세월호 관련 노란 현수막이 걸려있고, 밤마다 경찰차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아마 안산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세월호 참사는 내 기억 속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분향소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분향소를 찾은 것은 고작 두 번뿐인데, 갈 때마다 눈물이 쏟아져서 쉽게 발걸음 하지 않게 되는 곳이다. 길게 늘어선 희생자들의 사진,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놓고 간 물건과 편지를 보면 마음이 요동친다. 그래서 그곳 주변을 서성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세상이 변할 줄 알았다. 잘못된 관행과 적폐가 뿌리 뽑히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기대는 헛된 기대였다. 잘못된 관행과 적폐도 뿌리 뽑히지 않았고, 안전 불감증도 여전하다. 사람의 목숨을 가십처럼 여기는 인터넷 속 살인행위도 여전하며, 사람의 목숨보다 이념이 앞서는 일도 여전하다. 딱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 그 누구도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세상은 너무나 바삐 돌아가고, 뉴스는 다른 곳에서도 넘쳐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도 벌써 1년 전 일이 되었고, 2014년 4월 16일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곳곳에서 뉴스는 넘쳐나고, 세월호는 쉽게 기억에서 잊혔다. 이제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면 "아직도"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그 깊은 잔상과 상처를 "아직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도 변한 게 하나도 없고, 5인의 실종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유가족의 시간은 멈췄고, 우리는 여전히 너무 쉽게 망각한 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신참 기자의 말을 들으며 감동했다. 소위 "기레기"라는 말을 듣기 쉬운 그들이지만, 혼자 남아 그곳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언론인이라는 사명감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의가 아닌가 싶다. 또 한편 그들이 없다면 세상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끝까지 남아 세월호를 지키고 있는 그 마음이 감격스러웠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너무나 쉽게 흩어진다. 그날의 맹세는 아무것도 바꿔놓지 못했다. 변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것이 변화라면 그 변화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고, 5년마다 새로운 영웅만을 기대할 것인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겹고 지겹고 또 지겹게 세월호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잊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적폐가 뿌리 뽑히고, 정의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까지 남아 세월호를 지키는 이름 모를 기자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널리즘을 위해 애쓰는 기자분들께도. 당신이야말로 정의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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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가 입니다. 블로그 "사소한 공상의 세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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