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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현장에서 복기왕 아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셀카 사진. 복 시장은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26일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현장에서 복기왕 아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셀카 사진. 복 시장은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복기왕 시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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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했다. 권력기반도, 안정성도, 야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체 수단도 없이 권력을 향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했다. 이 사회는 높이 솟은 원추형 소용돌이라는 특유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레고리 헨더슨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한국사회의 중앙집권화를 이렇게 꼬집었다. 꽤 오래 전 몇몇이 모여 한국정치를 공부하던 그때, 우리는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중앙집권화된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지방에 있다는 확신을 키워가는 중이었을 것이다.

단식까지 감행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론에 깊이 공감했고, '강력한 분권주의자, 균형발전주의자'를 자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새로운 환경,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다른 종류의 정치제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고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 헨더슨보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역동성과 능력을 더 믿고 있었다.

익히 아는 것처럼 지금의 헌법은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나 역시도 직선제 쟁취를 위해 수십 일을 거리에서 보냈다. 당시에는 직선제 개헌을 통해 독재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지금의 헌법은 한층 높아진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여론 또한 개헌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몇 개월 남아있지 않은 상황인데도 개헌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있다. 그나마 몇몇 지도자들의 관심사도 권력구조 개편에만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나는 이 같은 인식과 행보가 촛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 민심이 정조준했던 것은 중앙집권화된 한국 사회의 적폐였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빠진 개헌은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에서 '분권국가의 희망'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엑스포에서 열린 지방자치 기념식에서 자치분권 여수선언에 맞춰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상징색깔로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엑스포에서 열린 지방자치 기념식에서 자치분권 여수선언에 맞춰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상징색깔로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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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며 나는 분권국가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국회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방자치권을 헌법화하고, 국가기능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겠다고 밝힌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시민을 진정한 주권자로 우뚝 세운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만큼 내년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선 자치단체장은 중앙에 집중된 행정의 비효율성을 실감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지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지방이 중앙의 통제에 따르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시시각각 판단하고 조치해야 하는 일선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에 보다 많은 권한을 주었다면 결과는 사뭇 달랐을 거라고 나는 여러 번 푸념했었다.

과도한 '중앙집권주의'에 작별 인사를

두 번의 기초단체장을 지내면서 내가 겪은 이러한 비효율적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나는 이것을 과도한 '중앙집권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중앙집권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고" "자치분권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국민의 삶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에 나는 크게 공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돼 있지만, 대한민국은 실상 '서울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서울공화국' 중앙집권시대를 끝내고 '자치분권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어젖혀야 하는 시대적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이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다시 모여 지방분권개헌 국민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던졌으니 분권을 바라는 모든 이들이 화답해야 할 때다. 그것이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고 새로운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복기왕 아산시장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태그:#지방분권, #문재인, #복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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