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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대비 16.4% 인상된 금액이다. 하지만 최저시급 인상이 실제 임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견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도 높다. '휴게시간 늘려 잡기' 꼼수와 근로기준법 제58조의 간주근로시간제 조항 때문이다.

꼼수1: 명백한 위법, 휴게시간 늘려 잡기

'휴게시간 늘려 잡기'는 실제로 근로하는 시간이지만 근로계약 시 실근로시간 일부를 휴게시간으로 표기하는 꼼수를 말한다. 당연히 위법이고 '근로시간 도둑질'이다. 하지만 근로감독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에서 이 같은 꼼수는 사업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또 근로감독이 이뤄진다 해도 근로기준법 제59조에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허용하는 외식업, 숙박업 등 26개 업종의 경우,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변경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원칙대로 부여하지 않는 변형적 사용도 용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알바노조, 노동당 등 시급만원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6월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민원캠핑'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시급만원, 시급하다! 알바노조, 노동당 등 시급만원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6월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민원캠핑'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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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장시간의 휴게시간 부여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는 휴게시간의 최저기준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최장시간에 대한 규제 규정이 없으므로, 법정시간 이상 상당히 긴 시간(2~4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하는 것은 무방"(근기 01254-1344, 1992.8.11)하다고 본다. 따라서 서류상으로 장시간 책정되어 있는 휴게시간에 대해 '실제로' 그 시간을 근로자의 휴게를 위한 시간으로 부여할 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장시간의 휴게시간을 '실제로' 부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근로계약서상에서만 휴게시간을 장시간으로 잡아버리는 데 있다. 이 같은 계약 형태는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포괄역산근로계약에서 자주 나타난다. 때문에 최저시금 인상과 함께 근로감독관의 철저한 사업장 점검이 뒤따르지 않을 시, 최저시급도 올랐고 실질 근로시간도 전년과 동일한데,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시간은 줄여서 표기되어 실제로 노동자가 지급받는 임금수준은 전년과 차이가 없게 되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꼼수2: 탈법 허용하는 '간주' 근로시간제

양대노총 택시노조가 지난 7월 27일 오전 국회 앞에서 택시업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규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양대노총 택시노조 근로시간 특례규정 폐지 기자회견 양대노총 택시노조가 지난 7월 27일 오전 국회 앞에서 택시업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규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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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휴게시간 늘려 잡기' 꼼수가 합법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의 간주근로시간제 규정이 그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8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근로시간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는 '외근근로시간제'를 규정하고 있다.

또 동조 제3항에서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는 '재량근로시간제'를 명시하고 있다(간주근로시간제는 이 두 근로시간제를 합쳐서 일컫는 용어이다).

외근 영업 등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나 연구개발, 기사의 취재·편집 등 업무 수행이 근로자의 재량에 맡겨진 경우, 실제 근로한 시간이 아니라 임의의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정근로시간이 실제로 근로하는 시간보다 적은 경우이다.

예를 들면 지난 27일 있었던 양대노총 택시노동자 기자회견에 따르면 택시노동자들의 월 실질 근로시간은 230~280시간에 다다르나, 임금을 인정받는 소정근로시간은 일 2~4시간에 불과하다(관련 기사: 양대노총 택시노조가 "근로시간 특례 규정 폐지" 외치는 이유).

택시노동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이 이런 식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택시 업무가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외근근로형태이기 때문이라는 게 사업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업장 밖에서 배회식 영업을 한다고 해도 택시노동자의 일일 근로시간이 2~4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실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활용하면 택시노동자가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실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를 이용하면 택시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정차되어 있는지, 정차하고 있다면 몇 분 정도 정차 중인지까지 사업주가 상세히 알 수 있다. 애초에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의 전제가 택시업에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로' 근로한 시간과 근로계약서상 근로한 시간 간의 괴리

일일 소정근로시간을 낮춰 잡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낮춘 시간만큼 임금을 주지 않아도 돼 최저시급을 맞추기 쉬워진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일 소정근로시간이 2시간 이내로 산정되면 1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근로자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중요한 근로기준법상 보호조항 대부분을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면 1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근로자는 우선 주휴수당(동법 제55조)과 연차유급휴가(동법 제6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동법 제18조 제3항). 또 1년 이상 일해도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뿐만 아니라 1개월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미만이 되어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고(고용보험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9조 제1호)이나 국민연금(국민연금법 시행령 제2조 제4호)의 직장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휴게시간에 대해 판례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또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을 의미"(대법 1992.4.14, 91다20548)한다고 본다. 하지만 시급노동자들 중 일부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음에도 근로계약서상에 잡혀 있는 장시간의 휴게시간을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이 같은 폐해는 야간근로가 많은 숙박업에서 특히 자주 일어난다).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실제로' 근로한 시간과 쉰 시간에 따라 책정해야 한다. 실제로 쉬지 않고 일한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마찬가지로 실제로 일한 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노사가 합의해버리는 것은 잘못된 합의이다.

안 그래도 올해 최저임금 미달자가 16.3%(313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체 노동자 6명 중 1명이 지금도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최저시급이 올해 대비 16.4%나 인상됨에 따라 사업주의 인건비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위법·탈법 행위가 만연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수시·정기 점검의 대폭적인 강화와 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태그:#최저시급, #최저임금, #근로시간_특례조항, #근로기준법_제58조, #근로기준법_제5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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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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