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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아름답고 공평한 대한민국이 되길...
 2017년에는 아름답고 공평한 대한민국이 되길...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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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새로우니, 새롭도다!"

새해 2017년 정유년을 맞이했습니다. 2016년 12월 31일까지만 해도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허무하고, 허무하니, 허무하도다!" 외쳤습니다. 근데 2017년 1월 1일, 하루 상관인데도 삶의 자세가 확 바뀌네요. 역시, 생각은 마음자리에 있나 봅니다. 모든 일에 있어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게 성공의 관건인 듯합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니, 만나면 반갑고 즐거워 저도 모르게 힘을 받았던 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저 또한 다른 분들에게 만나면 힘이 되길 바랐습니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만나면 긍정 에너지가 넘쳐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런 만남이 변함없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 1. 취직 걱정 없는 세상 바란다. "새해 뭐 빌었어요?" … "자식 취직"

한 중년 여인을 만났습니다. 20대 아들 둘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큰 아들은 영어과 임용고시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작은 아들은 대학 재학 중이라네요. 새해 소망 등을 물었습니다.

- 새해, 무엇을 빌었나요?
"마음 비웠어요."

- 마음이 비운다고 비워지나요?
"자식 위해 기도합니다.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절을 해 소원이 이뤄진다면 엄마가 자식을 위해 뭔들 못하겠어요."

- 부부, 사랑 끝에 결혼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낳은 후 사랑은 뒷전이라는데?
"맞아요. 아이 둘 낳고 나니 마음이 남편에게서 아이들에게로 옮겨가대요. 남편은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과 다르더라고요. 식단도 남편보다 아이들 입맛이 우선이에요."

- 아이들이 그 마음 알아주나요?
"알기야 하겠죠. 아이들이 고등학교 가니 엄마의 짝사랑인 걸 알겠더라고요. 어쩌겠어요. 그런가보다 해야지요."

- 아이들 키우면서 특히 기억나는 일 있나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에요. 가족 여행 갔다가 휴게소에서 작은 아들을 두고 떠난 적이 있어요. 남편은 옆자리에 제가 있으면 다 있는 줄 알거든요. 가다보니 작은 아들이 없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찾으러 갔더니 혼자 울고 있대요. 작은 아들은 '가족이 나를 버릴 수도 있구나' 이런 걸 느낀 거 같아요. 그 후 잊었는데 한번은 다 컸는데도 그때 이야길 꺼내더라고요. 날 버리고 갔다는 원망 투로. 다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 지금 소원은?
"아이들 취직요. 결혼하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잖아요. 결혼은 집에 돈이 있던지, 돈이 없어도 직장이 좋으면 할 수 있어요. 요즘엔 돈 없고 직장이 별 볼일 없으면 결혼하기 힘들어요. 취직도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을 가지면 더 좋겠어요."

# 2.  돈과 명퇴 걱정 없는 세상 바란다, 경력 51년 이발사 "일하는 게 자랑"

2017년에는 중소기업 성장 촉진을 도모한 국가경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17년에는 중소기업 성장 촉진을 도모한 국가경제 발전을 기원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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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의 마술사, 김아무개(71)씨. 직업은 이발사입니다. 목욕탕에서 머리 손질하는 모습은 차분합니다. 경력은 무려 51년.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시작된 이발사의 삶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내가 직업 선택은 잘 한 거 같아. 또래들이 다 일손 놓은 지금까지 일하는 거로 봐서. 우리 아들은 '용돈 드릴 테니, 일 그만하라'고 해. 하지만 난 생각이 달라. 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일 없으면 시간보내기도 지겨워서 힘들어. 나이 들어 일하는 게 자랑이야."

그가 처음부터 이발사 직업을 선택한 건 아닙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 손에 이끌려 철공소에 갔답니다. 철공소 일이 너무 힘들어 못하겠더랍니다. 집에서 키우던 닭 두 마리를 팔아 내뺐답니다. 도둑 기차타고 서울로. 서울, 막막하더랍니다. 용기 내 이발소에 가서 일을 배웠답니다. 당시에는 기술 배우는 게 최고였답니다. 구두, 양복 만드는 일과 이발 외에는 기술 배울 게 없었다고 하네요.

"칠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월 300 벌기가 쉽겠어.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이렇게 일하는 게 고마운 일이지."

그는 말하면서도 뿌듯한 표정입니다. 왜 안 그러겠어요. 38세면 명예퇴직을 결정한다는 '삼팔선',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 등이 난무하는 시대에 엄청난 특혜입니다. 이발 기술이 71세인 그들 뒷방 늙은이 신세에서 구한 거죠. 그의 이야기는 아들에게로 넘어갑니다.

"아들 취직을 단골손님에게 부탁했어. 그 회사에서 오년간 영업 배우더니 그만 두더라고. 서른한 살 땐데, 월급쟁이 해선 돈 못 번다고. 그 후 혼자 영업해 대기업에 자재 납품하더니, 일 년에 1억씩 모으더라고. 마흔 일곱이던 작년 말에 충북에 있는 모 업체를 20억에 인수했어. 잘 커준 아들이 고맙지. 내가 바라는 건 모두 다 건강하게 사는 것뿐이야."

# 3. 고부 갈등 없는 세상을 바란다, "며늘아, 우리 잘 지내자!"

"나이 먹은 우리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

박아무개 할머니(90) 하소연입니다. 말이 하소연이지 실상은 괜히 하시는 말씀입니다. 3대 거짓말이 있다지요? 첫째, 노인이 "빨리 죽어야지" 하는 말. 둘째, 장사꾼이 "이거 밑지고 파는 거다"는 소리. 셋째,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세월이 변했어도 3대 거짓말 중 첫째인 '빨리 죽어야지' 소리는 변함없는 듯합니다. ㅋ~^^

"세상 살아보니 돈복도 다 필요 없어. 복 중에 제일은 사람 복이더라.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걸 늘 감사하고 살아라."

할머니 훈수입니다. 말씀에 진정성이 촘촘히 박혔대요. 당신께서 살아온 인생 요리의 진국을 송두리째 마시는 느낌이랄까. 제 생각에도 사람 복이 제일인 것 같더이다. 실제로, 주위 사람이 좋으면 모든 걸 해결할 힘이 생깁디다. 할머니, 갑자기 예기치 않던 시집살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내가 열아홉에 시집가서 우리 목사님이 6․25 전에 군대 가고 없을 때 시어머니 밑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팔년간 소리 고래고래 지르던 시어머니 기억 밖에 없다. 6․25 끝나고 우리 목사님이 보급 중대장 맡고 있을 때에야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가라고 놔주더라."

할머니께서도 시어머니에 대한 응어리와 회한이 많으시나 봅니다. 이로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는 나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자식 다 출가시키고 여지껏 할아버지와 두 분이 사신다는 할머니 이야기는 자연스레 며느리에게로 넘어갔습니다.

"난 며느리 전화 한통 받은 적 없다. 지 새끼들은 잘 챙기더만, 어른 정겹게 챙기는 거 한 번 못 봤다. 그래서 집에 온 며느리 손잡고 그랬다. '며늘아, 우리 과거는 잊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근데 뭐라는 줄 아냐? 나 같으면 빈말이라도 '예, 어머니' 할 텐데, 대답도 안 해"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해."

여기서 눈치 챘습니다. 할머니, 며느리와 잘 지내고 싶은 꿈이 있다는 걸. 왜 이런 희망을 안고 계시는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끝없는 고부 갈등, 그 끝이 있어야 한다는 겁 압니다. 그래, 저도 감히 훈수했습니다.

"할머니, 그것마저 다 내려놓으세요!"

대한민국, 2017년에는 웃음 가득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2017년에는 웃음 가득하길 바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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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7년 정유년 나의 세 가지 바람, 반칙의 대한민국 정의로운 나라 되길

2017년, 제 바람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여행 수필 <선문답 여행> 책 내는 일입니다. 지난 해 약속했던 책 발간이 해를 넘겼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다 보니 그리됐습니다. <선문답 여행>은 경상도, 제주도, 전라도 절집 여행과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함께 엮는 중입니다. '삶 = 선문답 여행'이란 생각에, 인생길이 자신을 찾는 여행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책이 발간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째, 해탈의 꿈입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훤히 밝혀 줄 한줄기 빛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그렇더라도 가당찮게 반야를 꿈꾸다니,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곧 부처"라고 했습니다. 하여, 그저 내 안의 나를 찾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면 해탈에 이르지 않겠어요? 마음을 비워 자유를 얻는 일, 누구나 한 번쯤 욕심(?) 낼 일이지요.

셋째, 반칙이 횡횡한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국기문란 및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탄핵촛불을 높이 치켜들어야 했습니다. 올해는 부패하고 무능한, 기득권의 반칙이 통하던 정치권력에서, 평등한 국민권력 아래 불공정과 불평등이 없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와 나눔을 통한 중소기업 성장 촉진을 도모한 국가경제 발전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대한민국, #취직, #해탈, #고부갈등,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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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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