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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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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일단 국회 '탄핵찬성파'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야3당은 대통령 담화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더 굳어진 반면, 새누리당 비주류(비박)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시간을 주자"는 친박의 공세에 흔들리는 형국이다.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탄핵 일정과 관련해서도 "12월 2일은 힘들고 9일로 넘기자"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야3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합치면 172명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명)에는 28명이 모자라다. 이 부족한 숫자는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충분히 채워줄 수 있다는 게 그동안 야권 수뇌부의 계산이었다.

그래서 야당 내에서는 29일 오전부터 "30일 또는 12월 1일 오전 일찍 탄핵안을 국회에 접수하는 쪽으로 합의됐다"(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이번 주 안에 탄핵 마무리하겠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발언들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오를 전후해 "대통령이 오후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말이 국회에서 돌았다. 이러한 관측은 "아마도 하야를 발표할 것"이라는 추측이 덧붙여지며 낭설로 치부됐지만, 오후 1시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발표로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야는 아닐 것 같다"와 "대통령이 전면에 서는 마지막 일"이라는 상충된 메시지를 던졌지만, 대체적인 관측은 전자로 모아졌다.

오후 2시30분부터 약 4분 30초간 이어진 3차 대국민담화의 골자는 이랬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야3당에 오히려 불을 질렀다. 탄핵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치적 생명을 부지할 시간을 벌려고 국회에 진퇴를 맡긴다는 식으로 공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교란책이고, 탄핵 피하기 꼼수"(추미애 민주당 대표), "국회에서 여당 지도부와 어떠한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한 퉁치기"(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비겁하고 고약한 대통령"(심상정 정의당 대표), "국회에 어물쩍 공을 넘겨 시간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여당 비주류 "2일 탄핵안 처리 힘들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의총장으로 향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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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누리당, 특히 비주류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포착됐다. 23일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29일 담화 뒤 비주류 의원들과 즉석 간담회를 했다. 그러나 그는 담화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2일 탄핵안 처리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경원 의원은 "야당은 일단 즉각 거부 입장 말했는데 여야가 기한을 정해서 한번쯤 (퇴진 일시를) 이야기해보는 건 좋겠다"고 말했고, 박성중 의원은 "대통령 발언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취할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은 일단 취하고, 나중에 정 안됐을 때는 (탄핵으로)..."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일단 2일에는 국회에 하야 촉구 결의안을 내놓고 대통령이 수용하는 것을 보자. 7일쯤까지 하야 수용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 탄핵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담화 직후 80여 명이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동안 논의 자체를 꺼렸던 친박 의원들이 "국회 추천 총리와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거들었다.

서청원 전 대표는 "정권이양의 질서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야권과 거국내각 총리를 협의해야 하고, 야권발 개헌론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친박 중진의원과 오찬 간담회에서 언급한 '명예퇴진론'의 얼개를 드러낸 셈이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대통령이 자진사퇴한다면 본인이 일정을 제시해야 하는데,  모든 공을 국회로 넘기는 것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행위"(권성동 의원)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의총에서는 '무조건 탄핵론'과 '탄핵-개헌 연계론'이 1 대 2의 비율로 나왔다고 한다. 권석창 의원은 "친박과 중도는 개헌, 비박은 탄핵 쪽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지원 "탄핵 낙관하기 어려워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긴급 의총 참석한 박지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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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는 지난 20일 탄핵논의 착수 표결에서 32명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세 결집을 노렸지만, 그 숫자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비주류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의원은 "정치생명 내놓고 탄핵하자는 의원은 30명 안팎, 분위기 봐서 동참하겠다는 의원이 10명 정도로 보면 된다. 더 이상 늘지 않는데, 30명 정도면 탄핵안 가결에 위태위태한 숫자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주류의 또 다른 의원도 "촛불 민심은 대통령 지지율 4,5%라고 조롱하지만 그 4,5%가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에서 가장 열성적인 보수층"이라며 "이들이 탄핵파를 조직적으로 '배신자'로 몰아붙이면서 이도저도 아닌 성향 의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측면이 없지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 의원들도 탄핵 정족수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 표가 늘지않는다는 진단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27일 "새누리당 비박계 탄핵 찬성표를 60명 넘게 확보했다"고 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튿날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친박)이 "거짓말 말라"고 반박하자 29일에는 "저희는 30명만 돼도 감사하다"고 물러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오후 의총에서는 "새누리당 비박 의원 몇 분과 통화를 했는데, 탄핵에 대해 아직 낙관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당 안팎에서는 "대통령 탄핵의 명분 축적을 위해서라도 탄핵 일정을 늦추자"는 얘기들이 힘을 얻고 있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일단 여야가 (퇴진 일정을) 논의하되 합의가 안되면 결국 헌법적 절차는 탄핵뿐"이라고 말했고, 최근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도 "(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흔들려선 안 된다. 다음 달 9일까지는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을 맡은 황영철 의원은 "2일까지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여야 대표가 일단 국민이 바라는 조기퇴진 일정에 합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9일까지 안 되면 탄핵으로 가야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등 야3당 대표들은 3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만나 탄핵소추안 발의 등의 정치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여야 합의로 자신의 퇴진 일정을 결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꼼수'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탄핵작업 돌입을 촉구했다.
▲ 남경필 김용태 "달라진것 없다... 박 대통령 탄핵해야"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여야 합의로 자신의 퇴진 일정을 결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꼼수'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탄핵작업 돌입을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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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탄핵, #남경필, #유승민,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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