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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몇 년째 살다 보니 무척 한국화됐구나 싶은 외국인들을 종종 본다.
 이태원에 몇 년째 살다 보니 무척 한국화됐구나 싶은 외국인들을 종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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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국에 너무 오래 산 외국인들 특징에 관한 우스개 글을 보았다. 이태원에 몇 년째 살다 보니 무척 한국화됐구나 싶은 외국인들을 종종 본다. 슈퍼에서 참이슬에 삼겹살, 쌈장에 쌈거리 등을 자연스럽게 사 가거나 가게에서 스스럼없이 '이모~'를 찾는 그들조차도 대화를 해보면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거나 '때'가 덜 탄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난 한국 생활의 '고수' 외국인 부류 중 하나는 바로 한국어로 또박또박 "현금영수증 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물론 '개인이세요? 사업자세요?'하고 물으면 당황하며 다시 영어로 회귀하는 이들도 있지만, 국세청에서 발급받은 현금영수증 카드를 처음부터 내밀거나 한국어로 또박또박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는 이들도 꽤 있다.

또 다른 고수는 바로 '카드 할부'를 하는 외국인들이다. 처음에 가게에서 일할 때 일부러 'a lump-sum payment(일시불)'과 'an installment plan(할부)'이란 단어까지 외워뒀는데 실상 거의 써먹은 적이 없다. 그들에겐 평소 할부라는 개념이 없는 듯 몇 십 만 원어치를 사도 거의 일시불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할부 여부를 묻지 않게 됐는데,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 간혹 또박또박 한국어로 "*개월 할부해주세요"라고 하는 고수들이 있다.

내가 만난 한국 생활의 '고수' 외국인 부류 중 하나는 바로 한국어로 또박또박 "현금영수증 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내가 만난 한국 생활의 '고수' 외국인 부류 중 하나는 바로 한국어로 또박또박 "현금영수증 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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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 편의점에서 마주친, 요즘은 한국인들에게도 생소한 '한라산' 담배 있냐고 한국어로 묻던 백인 할아버지도 숨은 고수였다.

무엇이든 오래되면 희석되고 신선함은 사라진다. 어떤 이유로든 한국에 오래 머물며 반 한국인이 돼 가는 외국인들은 그렇게 변해가는 게 두려운 듯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각설하고, 먼 과거 외국인이 드물고 희귀했던 때에 비해 지금은 참 흔한 존재가 됐지만 아직도 외국인 울렁증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도 많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겪어볼 수록 느끼는 건, 흔한 말이긴 하지만 정.말.로 '국적', '인종'이라는 얇은 막 하나만 벗겨내면 그냥 다 똑같은 '지구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거다. 처음엔 그게 신기했지만 그 진실을 깨달을수록 허탈해지기도 한다. 사실 환상의 원동력은 무지(無知) 아니던가.


태그:#외국인, #이태원, #고수, #한라산, #현금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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