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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 업계 1위 티브로드에서 설치, 수리 기사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 탄압에 혈안이 된 회사 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서울과 전주에서 7개월 넘게 길거리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지금 두 사람은 곡기를 끊고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이다.

불평등이 화두다. 평등세상을 바라며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농성투쟁에 맘보태는 이들의 기고를 일곱 차례 연재한다. '기술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 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과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했다. - 편집자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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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친척 형님을 만났다. 그 형님은 평소 1번만을 찍어왔고, 내가 하는 활동들에 못 마땅해했던 분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정부적이고, 보수 중의 보수였던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 확 뒤집어져야 해." 다른 사람도 아닌 그 형님께 이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놀란 눈으로 "왜요?"하고 물으면서도 요즘 폭락하는 쌀값 문제 때문이려니 했으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그분의 말씀이 이랬다. 정규직에 비해서 비정규직 차별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거다. 알고 보니 사위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월급도 많고 이런저런 혜택도 많은 반면에 그 사위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는 아들은 비정규직으로 월급이 훨씬 적고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거다. 그러니 열 받을 만하다.

추석 연휴를 거리에서 지낸 사람들

추석 연휴가 끝났다. 추석 연휴 중에 집에 가지 못하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아니 그들은 추석이 끝난 뒤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집에 갔다가도 아침이면 회사나 작업장이 아니라 거리로 나온다. 거리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농성장에 출퇴근하면서 지킨다. 추석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추석 차례를 지낸 데도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추석날 오후 합동차례를 지냈다. 벌써 세 번째 맞는 추석이다.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키는 이들도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10개월째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을 지키는 대학로 농성장도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성추행과 인권유린을 폭로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눈물의 삭발식을 했던 김포공항 미화노동자들도 농성장을 지켰다. 고 한광호 씨의 장례도 180일 넘게 미루고 노조파괴에 맞서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용역 구사대와 대치 중인 갑을 오토텍 노동자들, 그리고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렇게 거리에서 추석을 보낸 이들 중에 재벌 태광그룹 소속의 티브로드 노동자들도 있다. 이들이 해고 철회를 요구하면 국회 앞에서 단식도 하면서 농성에 들어간 지 오늘(9월20일)로 22일째다. 이들은 해고된 지 233일째 거리 투쟁 중이다.

티브로드는 "국내 대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 전국 77개의 사업권역 중 22개 권역에서 22개 방송사업자를 보유, 방송, 초고속인터넷, VolP(인터넷전화), MVNO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태광그룹의 미디어 분야 소속 회사다. 태광그룹은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겠다면서 "'인권존중'에 우선 가치를 두는 사회공헌"을 내걸고 있다. 그런 재벌그룹의 회사 노동자들이 왜 단식도 하면서 거리 농성을 하고 있을까? 이 재벌의 이호진 회장을 규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브로드에서 일하는 16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난 2013년에 35일간의 파업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론의 비난에 몰린 회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는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조합원의 고용 승계, 협력업체 재하도급 금지, 임금의 순차적인 인상 등에 합의했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유지되는 케이블TV업계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의미 있는 1단계 승리를 이룬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태광그룹과 원청회사인 티브로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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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괴하면서 인권존중?

"살려고 노조 만들었는데 이젠 죽으라 한다"는 노조원들의 말처럼 그들은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비정규직 조합원이 있는 센터부터 계약을 해지했다. 노동조합 간부라는 이유로 찍어놓고 고용을 거부했고, 근로조건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하락시켰다. 이미 임금이 단가수수료 정책의 영향을 받아서 철저한 성과급제로 바뀌고 난 뒤였다.

그래서 기술직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인터넷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부담에 내몰렸다. 안 그러면 퇴근을 시키지 않는다든지, 벌점을 매겨서 월급을 차감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런 과정에서 올 3월 협력업체 교체 이후에 조합원이 가장 많은 한빛북부기술센터(광명), 전주기술센터에서 51명이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서 해고되었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233일째 하고 있다. 이들이 추석연휴에도 국회 앞을 떠나지 못한 이유다.

원청인 티브로드는 하청업체의 일이니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간접고용은 장막 뒤에서 줄을 연결해서 조종해대는 인형극과 같다. 결국 고용을 하는 업체들은 인형극의 인형일 뿐 그들은 줄로 조정하는 장막 뒤의 실세에 의해서 장악되어 있다. 이런 인형극은 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법원의 판례들이 축적되어가면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점점 더 간접고용은 교묘해진다. 하지만 인형극은 인형극이다. 그런 인형극을 끝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인권존중의 사회공헌'을 내건 태광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씨앗이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 상생의 문화를 이루겠다'는 그럴듯한 수사로 본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까지 태광이 한 짓을 보면 인권에 반하는 짓만 해왔다. 자신들 그룹의 회사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인권을 말하는 것은 기만일 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범죄행위에 가깝다. 마침 8월말에 오너인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징역 4년 6개월에 추징금 10억원을 선고한 고법의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시켰다. 횡령은 맞지만 횡령의 대상이 틀리다는 이유였다.

이호진 전 회장은 다른 재벌들처럼 '아프니까 재벌'이라는 말처럼 병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간암 투병 중이라고는 하지만 강남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거기에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불법과 반인권 행위를 통해 자산 38조 원, 연매출 13조 원의 공룡기업이 되었다. 결국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착취하여 재벌의 곳간만 미어터지도록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재벌을 눈감아주면서 세상은 너무도 보수적인 사람조차 저주하는 뒤집혀야 할 야만사회가 되어 버렸다.

장막 뒤의 재벌에 책임을 묻자

다행히 국회가 태광을 벼르고 있고, 야당들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곧 진행될 국정감사에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 등 실세 간부들이 불려 나가 증인석에 설 것으로 보인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 제기가 구의역 참사 이후 높아지고 있다.

다시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전봇대를 타다가 추락해서 죽는 일이 있지 않게, 너무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해서 급한 나머지 서둘다가 사고를 당하지 않게, 죽음 이후 국화 들고 추모하는 일이 재연되지 않게 이제 시민들이 나서자.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노조 만든 게 잘못이 아님을, 인권존중을 말하면서 인권을 말살하는 재벌이 문제임을 분명히 말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티브로드 가입자라면 지금 당장 이것부터 해제하자. 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는 회사가 망할 수 있음을 행동으로 경고하자. 그게 우리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씨앗이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 상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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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티브로드 해고자 복직 단식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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