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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지방의회는 최근 전반기 의사일정을 마치고 후반기 원 구성에 돌입했다. 의장단 선출을 비롯해 원만하게 원 구성을 마무리한 지방의회도 있지만 여러 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주로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의원 간 눈치싸움과 신경전, 갈등 조짐이 나타난다는 소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둔 '당적 바꾸기' 논란도 있다. 과거에는 원 구성을 둘러싸고 길게는 3개월 동안 파행을 겪은 지방의회도 있었다.

지방의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장단 선출방식인 이른바 '교황식 투표'도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사전에 후보등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선출 당일 의원들이 각각 이름을 적어내는 선출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의원들 간의 비공식적 접촉을 통한 물밑경쟁과 의원 간 담합 등을 초래했고 주민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 비리와 부정한 방법이 동원될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지방의회 의장단은 물밑에서 벌어지는 감투 다툼의 결과가 아니라는 의혹을 받으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도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북구의회에서 벌어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

회의규칙 개정안 부결에 항의하는 피켓시위
 회의규칙 개정안 부결에 항의하는 피켓시위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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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의회 역시 그동안 교황식 투표를 통해 의장단을 선출해 왔는데 최근 진행된 전반기 마지막 회기에서 의장단 선출과 관련한 회의규칙 개정안이 통과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후보등록제와 정견발표를 도입하는 것으로 의장단 선출에 최소한의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절차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회의규칙 개정으로 20여 년간 이어져 온 의장단 선출방식이 바뀌게 되었고 의장단 선출이 보다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반을 넘는 9명의 구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었으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되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에 반발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구본승 의원을 비롯한 7명의 의원이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의장이 이를 받아들여 본회의에 다시 부의되었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28일 제199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회 내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회의규칙 개정을 촉구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199회 정례회가 시작된 지난 6월 10일, 정의당 강북구위원회를 비롯한 1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구의회 앞에서 회의규칙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운영위원회에서 개정안이 부결되자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재심의와 통과를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의회 안에서의 노력과 의회 밖에서의 대응이 회의규칙 개정을 이끌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확인된 과제 또한 많이 남아있다.

먼저 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되는 과정은 좀처럼 납득을 하기 어렵다. 운영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심의하면서 별다른 논리적 근거 없이 좀 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표결처리를 진행했고 찬성 2명, 반대 4명으로 부결이 되었다. 표결 결과는 당적과 무관했고 애초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 2명은 반대표결을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촌극이 벌어진 것은 관행대로 의장단 선거를 준비되던 와중에 지지하는 의장 후보를 중심으로 개정안에 대한 입장이 갈린 것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또한 같은 회기에서 다뤄졌던 강북구의원 행동강령 조례가 보류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청렴하고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구의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행동강령 조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되었다. 이는 여전히 지방의회가 지방정치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 감시와 견제가 지방의회를 바꾸는 첫 걸음

지난 3월 8일 진행된 강북구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 제안 기자회견
 지난 3월 8일 진행된 강북구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 제안 기자회견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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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의회 회의규칙 개정을 둘러싼 과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역할이었다. 지역 정치에 관심 있는 강북구의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3월부터 정기적으로 모임을 진행하며 의정활동 대응과 구의회 개혁과제 등을 논의해왔다. 이번 대응이 일회성 대응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시민사회는 올해 의정활동 대응에 대해 논의하면서 행동강령조례 제정, 민주적 의장단 구성을 위한 회의규칙 개정, 공무국외연수 관련 대응, 업무추진비 공개 등을 핵심 과제로 도출한 바 있다. 이에 기반해 지난 3월 8일 강북구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회의규칙 개정과 관련한 대응 역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후반기 의정활동이 시작되면 앞서 서술한 나머지 과제들에 대한 대응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5년이 되었지만 매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 무용론, 지방의회 폐지론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만큼 주민들의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문성과 청렴성을 확보하려는 지방의회 자체의 노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감시와 견제가 부재하다는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언론과 여러 시민사회단체, 직능단체 등에 의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는 국회와 비교할 때 지방의회 특히 기초의회는 일상적 감시와 견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의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토론과 소통에 의하기 보다는 통상적인 관행과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의회 운영과 의정활동이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의원은 주민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정치인이고 기초의회는 주민들의 삶과 가장 밀착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주민들과 소통하며 현장에 밀착한 의정활동을 통해 작지만 주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고질적인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문제가 불거질 때만 일회성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상시적인 대응 말이다. 지속적인 방청과 모니터링에서부터 보다 민주적이고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기초의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함께 선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회 안팎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때 기초의회는 명실상부한 민의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고 주민들의 참여 속에 지방자치가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관심 있는 주민들과 우리동네 구의회 의사록 함께읽기 같은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태그:#강북구, #기초의회, #강북구의회, #지방의회,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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