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잠을 자야 산다. 편안한 수면은 건강의 바로미터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잠을 편히 자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의 경우 주근보다 야근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타입이다. 지금 시간은 오전 4시, 퇴근하자면 아직도 세 시간 가까이나 남았다.
나로서는 이 시간이 가장 힘들고 졸린 시간이다. 그렇지만 눈을 붙일 수 없다. 이게 참 어렵다. 잠시 밖에 나가 찬바람을 쐬고 왔지만 소용없다. 천근보다 무거워진 눈꺼풀이 다시금 졸음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어 이번엔 세수를 해본다. 그러자 조금 나아진 듯한 기분이다. 어서 퇴근하고 싶다. 그리곤 내 침대에 벌렁 누워서 드렁드렁 자고픈 마음 간절하다. 나는 잠을 자려면 반드시 베개가 필요한데, 내 침대엔 무려(!) 다섯 개의 베개가 있다.
두 개는 같은 종류인데 하나는 머리에 베고, 또 하나는 다리를 편히 얹고 또한 뻗으려고 산 거다. 그러다가 긴 베개를 또 구입했는데 이 용도는 아내 대신 옆에 두고 자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목덜미가 아파 목침을 하나 더 샀다.
지압 효과가 있다고 해서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만 잠시 괜찮을 뿐 통증은 여전했다. 하는 수 없어 경추 마사지 효과까지 있다는, 소위 건강베개를 또 들였다. 그래서 내 베개는 어느덧 다섯 개나 된 것이다.
"별이 다섯 개~!"라며 광고하는 침대가 있다. 하지만 나는 베개가 자그마치 다섯 개나 되는 부자(?)인 셈이다. 어제 오후 출근하는데 회사 근처에서 트럭 한 대가 스피커를 크게 들어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잠이 잘 오는 편백나무로 만든 건강베개를 판다는 광고였다.
1개는 4000원인데, 4개를 사면 '눈물을 머금고' 1만 원에 준다는 내용. 귀가 솔깃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걸 또 사가지고 귀가한다면 아내의 지청구가 집안을 들었다 놓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사백사병(四百四病)은 한의학 용어로 사람의 오장에 있는 405종의 병 중에서 죽는 병을 제외한 404종의 병을 뜻한다. 불교적 접근에서는 사람의 몸에서 땅, 물, 불, 바람의 네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얻는 병인데 한 요소마다 101가지이므로 모두 404가지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말인데 무병장수(無病長壽)는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광고처럼 머리에 대는 즉시 고통은 사라지고 편안한 잠이 찾아온다는 편백나무 건강베개를 또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근데 그 베개는 중국산 아니려나?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