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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최순자 총장
 인하대 최순자 총장
ⓒ 사진출어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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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 최순자 총장은 프라임(=PRIME, 산업연계교육 활성화를 내건 교육부의 이공계열 강화 대학 구조조정 사업) 사업에서 탈락한 뒤에도 기존 단과대학 10개를 7개로 개편하고, 미래융합대학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만 줄었지 탈락한 프라임 사업과 사실상 동일한 방식의 개편이다.

인하대는 "인문사회계에서 총139명을 감축해 공과대학에 54명을 늘리는 등, 경쟁력이 강한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신설하는 사회복지학과로 30명을 이동하기로 했다"며 "이 같은 조정은 지난 10년간 단과대학별 정원 변화와 취업률, 미래사회 변화를 대비해 학장협의회에서 정한 평가지표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7년 학과별 입학정원(안)'을 지난달 20일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등록했다. 이어서 26일엔 "학사구조와 입학정원 조정안에 대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 입학정원을 대교협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총장이 학교구성원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학사구조와 입학정원 조정안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총학생회는 곧바로 총장실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교수회는 6월 1일 임시총회 때 총장 거취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할 정도로 구성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최 총장이 강조한 의견수렴은 예상했던 대로 '대학평의원회 의결'로 대체됐다. 인하대 대학평의원회는 지난달 31일 '최순자 총장'식 프라임 사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진행해 구조조정(안)을 가결했다.

대학평의원회는 학생 1명, 교수 4명, 직원 1명, 외부인사 5명으로 구성된다. 표결에서 반대 4명(학생1, 교수3), 기권 1명(교수1), 찬성 6명(외부5, 직원1)으로 가결됐다.

대학평의원회 심의 직후 주영광 총학생회장은 "저와 교수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구조조정이 강행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우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한 뒤, "다만, '이번 입학정원 조정은 2017년에 한하며, 2018년 입학정원은 교수회 및 학내 구성원과 협의해 결정한다'를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오전 열린 교수회 임시총회는 교수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총회 성립 정족수인 357명을 훨씬 초과해 406명이 참석했다. 이는 최 총장이 강행하는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수회는 이날, 구조조정에 따른 학칙개정 관련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사항과 송도캠퍼스 관련사항을 보고한 데 이어, 핵심 사안인 '총장 불신임(안)'에 대한 토론과 심의를 진행했다.

교수회는 "불신임을 투표로 의결하기보다는 '불신임에 준하는 강력한 경고를 총장에게 전달'하고, '정석인하학원에 총장 불신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한다'는 수정안이 대다수 교수들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고 밝혔다.

'선취업 후진학' 공대 등용문인 융합기술경영학부 역사 속으로

인하대가 '포스트 프라임 구조조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선취업 후진학'으로 2013년부터 공과대학 융합기술경영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이 올해 처음 4개 학년이 완성됐는데 '평생교육대학' 신설로 단절이 발생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융합기술경영학부는 특성화고교를 졸업해 먼저 취업하고, 나중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이 취업 후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 중이면 서류전형만으로 입학할 수 있다. 특성화고교 졸업생뿐 아니라 늦깎이 직장인도 입학할 수 있다.

그런데 인하대가 지난달 9일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 사업에 선정돼, 공과대학에 소속돼있던 융합기술경영학부는 현재 1학년생이 졸업할 때까지만 존속할 예정이다.

대신 인하대는 평생교육단과대학(198명)에 메카트로닉스학과·IT융합학과·헬스디자인학과·서비스산업경영학과·금융세무재테크학과 등, 모집인원 40명 안팎의 4년제 학위과정 5개 학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입학전형은 융합기술경영학부와 같다.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융합대학) 신설로 공과대학 내 융합기술경영학부가 사라지고, 지난 2013년부터 입학한 학생들은 평생교육단과대학과는 별개로 과도기 상태로 수학할 예정이다. 현재 융합기술경영학부에는 ▲2013년 18명 ▲2014년 6명 ▲2015년 18명 ▲2016년 35명 등, 모두 77명이 재학 중이다.

융합기술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20대 직장인 Y씨는 "고교 졸업 후 정규 공대학위를 받기 위해 입학한 경우도 있고, 다른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인천에서 일을 하려면 인하공대 학위가 필요해 입학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평생교육대학이 신설되고 융합기술경영학부는 사라지면 졸업 후 내 소속이 없어진다. 이는 입학할 때 꿈꾸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학부는 분위기가 가라앉고 뒤숭숭하기만 하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또한 학생들은 평생교육단과대학 신설로 기존 융합기술경영학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직 관리와 회사 경영을 공부하고 싶어 입학했는데, 4년 만에 학부는 폐지되고, 교육과정과 교수진 변경으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선후배 간 유대도 단절되게 됐다.

직장인들은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꿈을 품고 1년에 약 1000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고 인하대에 입학했다. 20~30대 직장인에게 1년에 1000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고작 4년을 내다본 인하대의 미래 전망에, 이 학생들은 졸업 후 자신의 학과가 사라지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관계자는 "융합기술경영학부를 평생교육단과대학에 통합하는 것으로,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 2017년 입학생부터는 단과대학 소속이 변경된다"고 한 뒤 "다만 그 전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할 때 공대 학사학위를 받는다. 재학 중 수업도 기존 교수들이 이어서 진행할 계획이다. 미래융합대학(=인하대 평생교육단과대학의 명칭)의 교과과정과 교수진 등에 관한 구체적 부분은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최순자, #대학 구조조정, #평생교육단과대학, #정석인하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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