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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공천 규칙(룰) 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 친박(박근혜) 대 비박의 '공천전쟁'이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친박과 비박이 공개 충돌했다. 당내 경선에 적용될 결선투표제가 '뇌관'이었다.

현재 비박계는 결선투표제가 친박계의 물갈이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대구·경북(TK)에서 친박계 후보들이 1차 경선에서 1위를 하지 못할 경우, 결선에서 똘똘 뭉쳐 비박계 현역 의원들을 밀어내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고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만찬에서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를 상대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관철한 바 있다. 

비박 대변 이재오, 결선투표제 반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자료사진).
▲ '비박'계 구원투수 이재오 등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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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석회의에서 비박계 대표로는 이재오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결선투표는 본선 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라며 결선투표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결선투표는 1차에서 이긴 후보가 2차에서 뒤집힐 경우 선출된 후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킨다"라며 "특히 수도권에서 결선투표로 뒤집힌 후보가 (당선된 후보를) 본선에서 지원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틀림없이 '야합이 있어 떨어졌다', '돈 선거 해서 떨어졌다'는 등 온갖 불건전한 예를 들어 당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결선투표 도입 합의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결선투표 도입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당 당헌에 결선투표는 없다"라며 "또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인데 그 중요한 문제를 의원총회에 말 한마디 안 하고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절차상으로 옳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비박계로서는 자신들이 세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의원총회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보다 유리한 안을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또 "원내당협위원장(현역 의원)이 당원 대다수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당원의 경선 참여 비율을 줄여주는 것이 신인의 진입장벽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현행 당헌·당규에는 당원 대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이 50 대 50으로 규정돼 있는데 비박계는 일반 국민의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친박 대변 이인제 "결선투표해야 신인에게 기회 돌아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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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인제 최고의원이 친박계의 뜻을 대변했다. 이 최고의원은 "결선투표제는 경선의 한 방식으로 당헌·당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며 "결선투표는 모두 실시하는 게 아니라 1차 경선에서 1등한 사람이 득표율 50%를 넘지 못하면 2등과 결선을 해서 당선자를 확정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기득권자는 한 사람이고 신인은 다섯 명, 여섯 명씩 도전하는데 결선투표가 없으면 기득권자가 다 (당선)되는데 어떻게 공정한 경선이 되겠느냐"라며 "결선투표를 해야 신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고 우리 당 공천이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을동 최고위원은 "전국에서 1차 투표에 득표율 50%를 넘는 곳이 몇 군데나 있겠느냐, 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그렇다면 전국에서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합의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했고, 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 내부에서도 결선투표 등 공천 규칙을 둘러싼 온도 차가 있는 셈이다. 

비박계는 결선투표를 하더라도 1위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경우가 아니라, 경선 결과 1위와 2위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 접전일 때만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치 아픈 김무성, 원론적 입장만 반복

친박계의 결선투표제 도입 요구를 받아준 김무성 대표는 당내 논란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다르니 다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공천 룰의) 기조와 원칙은 최고위원회에서 합의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공천특별기구에서 논의해야 하고 의원총회에서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내 공천 내분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는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은 이날 국회에서 송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함께 오찬을 하는 등 세를 과시했다.

소속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비스산업기본법 및 기업활력제고법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 필요성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 관련 5개 법안의 처리 필요성을 발제하는 등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공천 규칙 관련 언급도 나왔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두고 당으로 돌아온 유기준 의원은 당의 총선 준비가 미흡하다며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세 과시 나선 친박... '총선 준비 부족하다'며 김무성 정조준

유 의원은 "총선이 불과 넉 달 정도 남았는데 총선을 치를 여러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당의 공천 룰을 정하는 것, 인재영입 등 이런 부분에 대해 지도부가 속력을 내서 경기를 하는 경기장과 경기규칙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절대 불가 태도를 밝힌 전략 공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포럼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바라는 신인과 인재 영입이 이뤄져야 (총선을) 치를 수 있다, 당헌·당규를 보면 우선 추천 지역이라든가 결선투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우리 당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인재가 들어오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결선투표를 주장했다. 윤 의원은 "몇 명의 후보 중에서 1등이 과반을 못 넘으면 1, 2등을 붙이자는 게 우리가 받아들이는 결선투표제"라며 "결선투표제는 어떻게 보면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방법 아니냐, 최고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1, 2등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일 경우에만 결선투표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박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은 순위투표제다, 며칠 전 (최고위가) 합의한 것은 순위투표제가 아니라 결선투표제"라고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결선투표,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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