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교 야구부 학부모회에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회비를 납부해도 통장 입출금 내역이나 영수증 한 번 보지 못한다. 학부모회에서 회의 때마다 종이 한 장에 지출내역만 프린트해 보여줬다가 다시 가져가는 게 전부다.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문제제기를 했다 아이가 벤치에만 앉게 된다면, 어떤 부모가 투명한 회비 운영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피해를 본 학부모와 학생 여러 명이 학교를 떠났다."

<시사인천>과 <오마이뉴스>가 지난 7월 16일자로 보도한 '고교 야구부 학부모회 불법찬조금 물의' 기사를 보고 제보한 한 학부모는 만나자마자 한숨을 쉬었다(관련 기사 : "대회 성적 좋으면, 학부모들 돈 걷어 감독 상여금").

그는 7월 16일자에 보도된 고교가 아닌 인천의 다른 고교 야구부 선수의 부모다. "기사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그는 그동안 직접 경험한 야구부 운영의 문제점들을 털어놓았다.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가 주장한 문제점들을 정리하면, 인천 B고교 야구부 학부모회(아래 학부모회)는 학년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 회비 70만~80만 원씩을 낸다. 여기다 월 회비 35만 원에 식대 월 35만 원도 내야 해, 매달 70만 원을 내는 꼴이다.

"지난해에만 회비로 1312만 원 내... 학교 떠난 학생도 여러 명"

인천 B고교 야구부 학부모회가 7월 특별회비 납부를 공지한 내용을 갈무리한 사진.
 인천 B고교 야구부 학부모회가 7월 특별회비 납부를 공지한 내용을 갈무리한 사진.
ⓒ 장호영

관련사진보기

이뿐만이 아니다. 황금사자기 등 전국대회나 전국체육대회가 있을 때 들어가는 경비도 오롯이 학부모들의 몫이다.

최근 학부모회 총무가 학부모들에게 공지한 내용을 보면, '주말리그, 황금사자기, 체전 예선, 우승 수당, 볼 구입경비 납부. 총비용은 1778만원이며 1인당 납부 금액은 39만 원입니다. 7월 22일까지 꼭 납부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경비 1778만 원의 정산 내역을 보면, 선수 46명과 코칭스태프 7명, (학부모회) 집행부 1명, 기사 1명 등 총 55명의 버스대여, 식대, 음료수, 간식비를 모두 책정하고 있다. 또한 체전 우승(?) 수당 615만 원과 볼 구입비 500만 원도 포함돼 있다.

제보자는 "연 회비와 월 회비뿐 아니라, 대회에 나가는 모든 비용을 특별회비로 학부모들에게 '엔(n)분의 1'로 나눠 내게 하는 것도 부담이 크지만, 지역에 3개밖에 안 되는 고교끼리 붙어서 우승했다며 우승 수당 명목으로 성적상여금을 (코칭스태프에) 주는 것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만 회비로 1312만 원을 냈고, 올해 7월까지 약 923만 원을 냈다. 올해 야구부원이 46명인데, 한 해 이렇게 회비로 모이는 돈이 얼마나 많겠는가. 어림잡아도 5억 원은 될 텐데 영수증 하나 정산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가?"라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학부모회 운영의 문제점도 들려줬다. 학부모회 집행부를 학부모들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지명해, 감독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칙을 집행부가 변경하고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여름께 'B고교 야구부 학부모가 시교육청에 특별회비를 너무 많이 걷고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민원을 제기했는데, 민원이 무마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며, 이로 인해 학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을 많이 가지게 됐다고 했다.

제보자는 "이런 문제는 한국의 모든 학교 운동부의 문제일 것"이라며 "혹자는 그럼 학부모가 들고 일어서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이 볼모로 잡혀있고 이것이 악용되는 것이 학교 운동부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사 회비 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다 안 돼서 다른 학교로 가더라도, 운동부가 다 인맥으로 이어져있다 보니 감독이 전학간 학교 감독에게 '그 아이 부모가 이상하더라'고 한마디 해주면, 아이가 운동부를 계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런 현실을 바꿔낼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B고교 교장 "투명하게 운영... 1300만 원 납부 모르는 일"

학교체육진흥법과 인천시교육청의 '2015학년도 학교체육 기본방향'을 보면, 학교 운동부 운영경비 등은 학교회계와 학교발전기금회계에 편입하고 경비 지출 시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돼 있다. 또한 대회 참가비용과 전지훈련비용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게 돼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적다.

B고교도 학부모회가 걷는 회비의 일부만 학교발전기금회계로 편성해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B고교 교장은 지난 23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학부모들이 걷은 회비는 학교발전기금회계로 편성해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간 1300만 원씩이나 걷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회비를 걷거나 집행부를 선출하는 등, 전국의 모든 학교 야구부 학부모회가 비슷하게 운영될 것이다, 성적상여금을 줬다는 부분은 학교가 할 일이 아니라, 모르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B고교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4학년도 학교발전기금회계 결산 보고 자료를 보면, '학교체육활동 기타 학예활동의 지원 사업'에서 야구부 지원 명목으로 학교발전기금 6460만 원을 받아 대회 출전 지원금, 지도자 인건비(학교회계 전입), 동계훈련 물품구입 등으로 6438만여 원을 지출한 것으로 처리돼 있다.

제보자가 2014년 한해에 회비로 냈다는 1312만 원을 야구부원 46명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6억 352만 원이 되는데, 이 금액과 학교발전기금 내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천, #고교 야구부, #인천시교육청, #학부모회, #회비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