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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미ㆍ장인호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
▲ 인천평화복지연대 윤경미ㆍ장인호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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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아래 연대)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아래 복지보건연대)가 통합해 인천평화복지연대로 탄생했다. 지난 18일에는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인천평화복지연대 창립총회와 출범식이 열렸다.

1996년 창립한 인천연대는 시민문화예술운동, 부평미군기지 반환운동, 지방자치단체 업무 추진비 공개 운동, 부패 정치인 낙천·낙선운동, 인천대공원 유료화 반대운동, 행정·의정 감시 운동, 작은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운영 등 풀뿌리시민운동을 펼쳐왔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2006년 창립했다. 시혜적 복지를 넘어 시민의 건강권과 복지권, 인권 등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사회복지운동에서 출발했다. 이후 공공 의료와 교육 복지 운동, 주민참여 예산운동, 그리고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 200만 서명운동'과 수도권 매립지 연장 대응 등, 인천 권리 찾기 운동을 펼쳤다.

두 단체는 각각 창립 20주년과 10주년이 되는 2016년에 맞춰 시민운동의 전망과 지평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20년 위원회'와 '10년 비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뒤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전망을 함께 모색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출범식을 사흘 앞둔 지난 14일,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를 맡은 윤경미(52) 인천연대 상임대표와 장인호(48) 복지보건연대 대표를 만나 통합 과정과 새 단체의 지향점을 들어봤다.

서로 비슷한 고민, 통합으로 시너지 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윤경미 상임공동대표
▲ 윤경미 인천평화복지연대 윤경미 상임공동대표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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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의 통합은 각자 조직을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데서 비롯됐다.

"10년 비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스왓(SWOT: 강점·약점·기회·위협)분석을 했다. 그 무렵 인천연대에서도 비슷한 걸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뒤 두어 차례 모임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조직 비전의 방안으로 통합 얘기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장인호 대표)

복지보건연대는 지역에서 '모든 연대'라 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사회복지분야 외에도 교육복지, 보건의료, 주민참여예산, 항만·항공산업 육성, 중소상인과 골목상권 살리기, 수도권매립지 연장 대응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중 상당 부분을 인천연대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동으로 활동했다.

"평화통일운동이 현재 전반적으로 위축됐다하더라도 19년 전 '평화로 통일을'이라는 기치를 맨 앞에 내건 인천연대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또 구별로 풀뿌리조직을 갖추고 있음에도 광역단위 이슈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래서 변화를 받아들기로 한 뒤 지난해 20년 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자체 분석과 평가를 실시했다." (윤경미 대표)

인천연대의 자체 분석과 평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윤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다시 아래로 내려가 풀뿌리 조직을 강화하는 게 시민운동을 강화하는 일이다. 인천연대는 구별로 풀뿌리 조직을 갖추고 있었지만 지역 주민의 일상적인 참여도는 높지 않았다. 주민이 참여하려면, 그 지역 현안을 같이 풀어가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인천연대 부설 기관으로 있던 작은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을 인큐베이팅해 독립해 내보내다보니 동네에서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계기와 공간이 사라졌다.

복지보건연대는 구별 풀뿌리조직은 없지만 사회 복지를 매개로 한 기층조직(사회복지종사자 모임 등)을 두고 있었다. 주민을 조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복지보건연대와 이를 함께 실행할 수 있는 구별조직을 가진 인천연대가 통합하면 광역 단위 의제와 구 단위 현안, 그리고 부문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통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구별 조직 주축, 상설위원회·부설기관 설치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인천 10개 군·구 중 우선 8개 구에 조직을 두기로 했다. 부평의 경우 부평평화복지연대, 중구와 동구의 경우 중·동평화복지연대가 된다. 이후 동 조직까지 촘촘하게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전문 영역에서 구별 조직을 지원할 상설위원회와 부문 모임을 운영하기로 했다. 부문 모임으론 사회복지종사자·선배 시민·교육 복지·청년 모임을 두기로 했다.

상설위원회에는 평화통일·사회복지·교육·사회적경제위원회를 둬 조직을 정책적으로, 또 실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부설 기관으로 참여예산센터와 공동주택지원센터, 시민보건안전센터를 설치해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통합, 걱정보다 격려와 믿음이 컸다

복지보건연대는 인천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두 단체를 통합하자고 했을 때 복지보건연대 쪽에선 '우리가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고, 인천연대 쪽에선 '진보적인 시민단체로서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걱정도 있었지만 회원들의 격려와 믿음이 컸다. 운영위원 중 한 분은 '우리보다 잘 하는 조직과 만나고 싶다. 서로 가지고 있는 장점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융합하는 조직으로 발전시켜 통합의 효과를 내자'며 응원해줬다." (장 대표)

인천연대 쪽에선 회원 중에 복지보건연대의 활동을 시혜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또 평화통일운동이 큰 줄기인데, 통합하면 평화통일운동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원로 회원들의 우려도 있었다.

"약 1년 6개월 동안 통합을 준비했다. 물론 지금도 통합을 반대하는 회원이 있을 것이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려했고 많이 만났다. 분명한 것은 이른바 사무처 중심으로 통합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원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1년 반 동안 회의와 회원 토론을 100차례 넘게 진행했다. 토론을 거치면서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회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6.15공동선언 이후 평화통일운동은 시민 주도에서 관 주도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연평도 국지전 사태처럼 서해는 늘 한반도 화약고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평화 운동, 통일 운동의 새 지평을 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

평화 없이 보편적 복지 어렵다

장인호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
▲ 장인호 장인호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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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평화통일운동을 상징하는 단체와 사회복지보건운동을 상징하는 단체가 통합하니 '평화'와 '복지'가 만나 한몸이 된 셈이다. 이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한국이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한반도 평화다. 평화와 복지를 단체명에 내걸고 활동하는 단체는 없었는데, 평화와 복지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분단이 해결되기 전까지 온전한 의미에서 보편적 복지 국가는 어렵다.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다가도 '종북' 프레임에 갇히기 일쑤다. 그래서 평화와 복지는 한 몸이나 다름없다." (윤 대표)

윤 대표의 설명은 더 이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으로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이 부각했고, 시민도 이젠 복지를 시혜적 복지로만 생각하지 않고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평화 복지라 했을 때 주민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인천연대가 초창기에 벌인 부평공원 조성, 인천대공원 무상 개방, 학교급식 의무화 등도 사실 복지 운동에 해당한다."

장 대표가 윤 대표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이제 어딜 가든, 어떻게 이동하든, 어디에 있든 자기 몸과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곧 복지가 됐다. 안전하게 잘 사는 게 복지 아닌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서는 그렇게 안전복지라는 화두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 안전과 복지는 이제 모든 이들에게 해당한다. 한국 사람의 안전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정전 상태에 있는 남북 간의 전쟁 위험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평화는 곧 안전이자 복지다.

특히, 인천은 접경 지역인데, 서해5도에서 평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인천에서 평화복지는 바로 이런 시대적 가치를 담고 있다. 사회복지종사자들도 한반도에 평화 정착 없이 보편적 복지가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독일 사례 등을 참고해 지역에서 평화복지운동을 시민운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을 연구할 계획이다."

2만 명 친구 맺기, 시민이 주체로 서는 시민 운동

두 단체가 통합해 규모가 더 커졌다. 사무처에서 일하는 상근 활동가도 많아졌다. 13명에 달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바로 상근 활동비 지급 등, 살림살이다. 인천연대와 복지보건연대 모두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단체로 유명했다. 모두 회비와 시민 후원금으로 상근 활동가 급여와 사업비를 충당해왔다. 상근활동가 급여라고 해봐야 최저임금 수준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시민이 주체로 서는 시민운동'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면 단체 운영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인천의 유권자가 약 200만 명이다. 그래서 인천을 움직일 1%, '2만 평화복지 친구 맺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 3000명을 모집하는 게 목표다. 인천을 더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월 3000원 이상을 후원할 시민을 찾고 모을 계획이다. 물론 월 3000원을 내지 않아도 친구를 맺을 수 있다. 오프라인만으로는 2만 명을 모으기는 어렵지만, SNS를 활용하고 다른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장 대표)

"서구의 한 주민 모임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같이 하면서 마음을 나눈 적이 있다. 이 분들이 인천평화복지연대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분들은 SK인천석유화학 안전 문제에 대응하면서 인천연대를 알았다. 현안에 부지런히 참여해 같이 할 수 있는 주민들을 만날 것이다. 발족에 맞춰 창립기금 1억 원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새 시대를 열었으면 한다." (윤 대표)

회원이 주인인 시민단체

 윤경미ㆍ장인호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
▲ 인천평화복지연대 윤경미ㆍ장인호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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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동 상임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회원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회원들을 믿는 마음이 그보다 크기 때문이다.

"통합하면 낯설어 사무실로 자주 찾아가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하는 회원도 있었다. 서로 이질적인 면들을 잘 융합해야한다. 그래서 내년 2월까지를 숙성기로 설정했다. 통합 후에는 복지보건연대 회원들도 구별 평화복지연대 모임으로 가야한다. 회원 간의 관계가 아직 서먹하니,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숙성기를 두기로 했다. 모든 회원이 통합된 조직에 마음을 낼 수 있게 하는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장 대표)

"통합을 앞두고 인천연대 연수지부의 부부 회원을 만났다. 인생의 15년을 인천연대와 보낸 부부다. 그런데 통합을 두고 부부싸움을 격하게 했다고 했다. 아내는 통합에 찬성하고, 남편은 반대한 거다. 통합에 앞서 각 지부를 순회하며 토론을 진행할 때 숱한 어려움을 토해냈다. 격하게 토론했던 회원들이 1년이 지난 지금 통합을 준비하면서 다시 마음과 몸과 돈을 내기 시작했다. 이 벅찬 뭉클함을 잊을 수 없다. 저 또한 회원들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한발씩 걸어갈 뿐이다." (윤 대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통일, #보편적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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