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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재치있는 혼인서약을 맹세하는 박태환-남윤정 커플의 모습
 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재치있는 혼인서약을 맹세하는 박태환-남윤정 커플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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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 뒤로 미뤄도 좋은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결혼과 죽음'이다."

너무 비약일까? 아니다. 유대 격언에 나온 '결혼'에 대한 명언이다. 요즘처럼 결혼하기 힘든 세태를 대변하는 말 같아 선남선녀들은 이 말을 위안 삼을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더 젊은 나이에 결혼하는 커플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다.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같은 너'

신부입장이 울리자 딸을 데리고 입장하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진지하다.
 신부입장이 울리자 딸을 데리고 입장하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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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기고가 부른 <썸>이란 노래엔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같은 너'라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 남녀의 연애세태를 잘 묘사해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이래저래 내꺼같은 착각에 고르고 또 고르다 결혼이 늦어지는 이들도 다반사다. 결혼이란 과연 무엇일까.   

결혼에 대해 검색하다 '우리나라 미혼남녀는 몇 살을 넘기면 결혼하기 힘들다고 생각할까'라는 미혼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묻는 설문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결혼을 준비 중인 미혼남성은 36세, 미혼여성은 33세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이유는 이 나이가 지나면 결혼상대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조사에서 결혼을 늦추는 이유 1위는 돈으로 꼽았다. 하기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사오정(45세가 넘으면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시대에 주택마련 비용을 제외하고 결혼식 비용으로 5천만 원이 드니 그 비용도 만만찮다(출처:Happy Box '요즘 일본남녀 결혼연령층 VS 우리나라 결혼연령'중에서).

한때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를 최상의 커플이라 불렀다. 지역감정이 심했던 그 시절 동서화합도 한 몫했지만, 노근노근한 경상도 아가씨와 순정의 전라도 머시마가 만나면 잘살기 때문이란다. 이를 증명하듯 또 한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지난 19일 백년가약을 맺은 태환-윤정씨가 그들. 둘은 결혼기념일도 잊을 수 없는 날인 4·19혁명 55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다. 신랑은 신부보다 4살 많은 마흔다섯이지만 꼬마신랑이다.

아침 일찍 혼주측이 마련한 구미행 버스에 올랐다. 전라도는 원래 신랑 측 고향에서 결혼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를 과감히 깼다. 남자의 고향보다 신부를 배려했다. 관례가 중요하리. 사랑하면 됐지.

그렇게 찾은 구미 GM 컨벤션 웨딩에서 오전 12시 반, 결혼식이 시작됐다. 그런데 헐~이다. 결혼식에 주례사가 없다. 주례 대신 신랑과 신부를 소개해준 신랑 친구가 "둘을 소개시켜준 날 봐서라도 잘 살아 달라"고 축사를 대신했다. 또 양가부모님은 하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신랑신부에게 바라는 점을 얘기했다. 주례사 없는 결혼식을 구상한 <여수넷통> 박태환 편집국장의 말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늦은 결혼인데 주례선생님을 모시는 것보다 하객들에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약속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신부와 의견을 봤죠."

보통 결혼식순은 화촉점화에서 시작된다. 이후 주례소개 - 신랑신부입장 - 신랑신부 맞절 - 혼인서약 - 성혼선언문낭독 - 주례사 - 축가 - 양가부모님 인사 - 내빈인사 - 신랑신부 행진이라는 11가지 식순으로 결혼식이 끝난다. 그러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객들은 솔직히 긴 예식이 불편하다.

주례사 없는 결혼식...신랑신부의 굳은 맹세

신부를 소개시켜준 신랑친구 박기찬씨가 주례사 대신 축사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신부를 소개시켜준 신랑친구 박기찬씨가 주례사 대신 축사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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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달랐다. 요즘 추세에 맞게 식순을 대폭 간소화했다. 결혼식에서 하객들이 가장 지루해 하는 주례사의 긴말이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은 30분 이내에 끝났다. 식순은 신랑신부입장 - 신랑신부 맞절 - 혼인서약 - 축사 - 양가부모님 인사 - 내빈인사- 신랑신부행진 7가지가 전부다. 개념 있는 결혼식에 하객들도 반겼다.

특히 이날 백미는 주례사가 아닌 신랑신부가 직접 하객들 앞에 맹세한 혼인서약이었다. 하객들에게 약속한 신랑신부의 혼인서약의 일부다.

"서로가 허용하는 곳에서 잠들겠습니다. 한번 싸워야할 땐 머리채를 쥐는 대신, 최대한 민주적인 방식으로 화끈하게 싸워보겠습니다". 신랑(박태환)

"잘 싸웠으니 화해도 열심히 하며 둘이서 희로애락이 보글보글 끊는 맛깔나는 생활을 꾸려가겠습니다." 신부(남윤정)

새출발이다. 인생에 있어 뒤로 미뤄도 좋은 것이 두 가지가 바로 ‘결혼과 죽음’이라는 유대격언을 이들은 뒤집을 수 있을까
 새출발이다. 인생에 있어 뒤로 미뤄도 좋은 것이 두 가지가 바로 ‘결혼과 죽음’이라는 유대격언을 이들은 뒤집을 수 있을까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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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씨는 2년 전 죽마고우 친구소개로 윤정씨를 만났다. 2년간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2세가 걱정이다. 지금 애를 낳아도 환갑이면 중학생이 된다. 늦은 결혼인데 애는 몇을 계획하느냐고 묻자 "우선은 둘만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느긋해 한다. 또래 친구들보다 한참 늦은 결혼소감도 궁금했다.

"늦은 결혼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늦게 만나서 그런지 우리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늦은 만큼 더 사랑하고 살아야지요."

이왕 결혼할거면서 좀 더 일찍 인연이 되지 왜 이래 늦게 결혼했냐는 물음에 둘의 얼굴에는 그저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다. 커플 태환-윤정씨의 결혼생활이 지금처럼 영원히 행복하길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결혼, #썸남썸녀, #박태환,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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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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