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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집회에 연대하러 온 알바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절규 하듯이 노래를 했습니다. "이 씨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할줄 아나?"
▲ 알바 노동자의 절규 노동자 집회에 연대하러 온 알바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절규 하듯이 노래를 했습니다. "이 씨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할줄 아나?"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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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2시. 울산광역시 동구에 있는 일산해수욕장으로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세월호 1주기 추모제와 겹쳐 더 많은 사람들은 오지 못했지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농성 300일 연대문화제가 그곳에서 열렸습니다. 그래도 500에서 600여 명은 모인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알바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대구지역 알바노조'라는 깃발을 들고 나타난 그들 중 한 젊은 여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하고는 연대사를 했습니다.

그녀는 대학생이라 했습니다. 나이는 20대 초반. 그녀는 알바를 하면서부터 노동자란 단어에 눈뜨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젊은 그녀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긴 연대사는 저에게도 아니 거기 모인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저는 알바노조 대구지부 조합원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알바노조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알바노동자와 청소노동자, 참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알바노동을 하면서도 제가 노동자라는 자각을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제가 노동자라는 자각을 갖고 나서도 둘의 문제가 같은 것이라는 인식하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여대생은 떨리는 듯했지만 현실에 대한 자기 소견은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오늘 청소경비노동자 결의대회인 줄 알고 준비했는데 뭐, 그냥해도 될 것 같네요. 어디서 일을 하든 다 똑같으니까. 언니오빠들이 총장 오빠와 벌써 삼백일이라니 이거 축하 드려야 되나 싶네요. 남들은 삼백일에 반지다 뭐다 바쁜데 참 우리 울산과학대 언니들은 얼굴보기도 어려우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저는 알바노동자입니다. 올해 시급은 5580원이구요. 빡세게 일하면 달에 백만 원쯤 벌 수 있겠죠. 가끔 주휴수당을 떼먹는 사장들을 신고하면 어린 년이 돈 밝힌다고 욕을 먹구요. 저는 '예예'하면서 다시 이런 놈들이 드글거리는 '**천국'에 이력서를 낼 겁니다. 먹고 살고 싶다. '용돈벌이가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를 외치면 어린 게 암 것도 모르고 빨갱이 물들었다 손가락질을 받죠."

187년 7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기업들이 한결같이 그랬습니다. 노조활동만 하면 적색분자니, 빨갱이니 하면서 살벌한 공안정국을 만들어 갔습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노조활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으며 도망자 신세가 되어야 했습니다.

저 또한 1990년대 초반에 노조활동에 가담하면서 당시 안기부라는 국가조직에 수배를 받고 도망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겁나던지요. 부당한 걸 부당하다고 글로 적어 배포했더니 수상하다면서 우리집까지 와서 저를 잡아가려 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회사 출근도 못하고 숨어 다녀야 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소경비 노동자이십니다. 최저임금보다 쬐금 더 받으시구요. 빡세게 일하셔서 한 달에 백오십 이백을 벌면, 생활비가 빠듯하고요. 이리저리 일을 하다 몸이 아파 쉬려하면 생활비가 생각나서 그 몸을 이끌고 다시 청소를 하시러 나가실 겁니다.

'먹고 살아보자, 사람답게 살자'하면 욕심쟁이라며 욕을 먹구요. '생활임금 쟁취!'라고 적으면 교수들은 학생 시켜 현수막을 째지요. 그래서 저는, 알바노조는 여기에 왔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자!'하면 빨갱이라 매도하고, '먹고 살자!'하면 욕심쟁이 취급하는 그런 이상한 세상에서 더 이상 당하지 말자구요. 여기 두눈 부릅뜬 '우리 있소'라고 외쳐 보자 구요."

알바생의 외침에 거기 모인 모든 노동자도 공감했을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노동자로 살았고, 우리도 노동자로 되물림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자식 또한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100%지요. 생계형 노동자나 알바 노동자나 도토리 키재기 같습니다. 그나마 정규직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끌어올린 성과로 조금은 나아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상태여서 많은 노동자의 삶은 힘든 여정의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욕심쟁이가 아닙니다. 욕심쟁이는 바로 저들입니다! 저들은 사내유보금을 몇천조씩 쌓아놓고 있으며 학내 유보금을 몇백조씩 쌓아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식 배당금으로 매년 몇천억 몇십조 몇백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만 원을 요구하는 우리를 마치 귀족노조를 만들어 사회를 좀먹는 사람들로 매도합니다. 세상에 어느 귀족이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부득부득 일을 하러 갑니까? 저렇게 일하지 않고 몇십 몇백조 몇천조씩 받아가는 저들에게, 내 몸으로 노동하며 생계를 위한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까?"

알바 노동자들은 노동가에 맞춰 단체 율동도 했습니다.
▲ 알바 노동자들의 단체 율동 알바 노동자들은 노동가에 맞춰 단체 율동도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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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정경유착에 길들여져 왔습니다. 얼마 전 전직 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지요. 그가 남긴 유서와 뇌물 줬다고 하는 정치인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저는 그만이 정치 실세들에 뇌물을 갖다 바친 게 아니라고 봅니다. 대한민국 기업 대다수가 정치인과 검은 뒷거래를 하고 그 결과로 정치인은 기업을 봐주고 하는 부정부패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회란 각 사회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사회구성원 각자가 제 자리에서 일을 해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 시키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군말 없이 일했습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기에 열심히 일했더니, 결국 우리에게 떨어지는 것은 어느 놈들이 먹다 남긴 빵부스러기였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더 이상 일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쌓아가기 보다 인생은 한방이라는 말이 더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한방은 오지 않았습니다. 환상은 지워졌고,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름 모를 분노는 우리를 찢어버렸고, 우리는 우리를 분노케 하는 적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서로 물어뜯으며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하려 합니다. 더 이상 우리끼리 피를 흘려선 안 됩니다. 그래서 꼭 최저임금 1만원, 쟁취해야 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경제성장에 계산되지 않은 우리의 삶을 우리가 다시 되찾을 때입니다. 피땀으로 일군 그 '경제'의 몫을 내놓으라 말해야 합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 10대 재벌 연봉이 공개되었습니다. 보통 연봉이 100억에서 200억 원이 넘었습니다. 게다가 주주에 대한 배당금까지 합하니 우리 같은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안 되는 큰 금액을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인 우리에겐 한푼 덜 주려고 덜덜 떨면서요. 나라 경제가 부강해지려면 서민 경제가 튼튼하게 뿌리 내려야 하지 않나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OECD 가입국이라는 보기 좋은 허울을 벗기면 비정규직 천만, 가계부채 천조라는 비참한 현실이 여지 없이 드러납니다. 노동유연화라는 미명 아래 양산된 노동불안정화 법들은 매일같이 해고자와 실업자를 쏟아내고 있고, 더 이상 임금 노동을 할 수 없게 된 그들은 대기업과 건물주의 틈바구니 속에 이미 예상되는 비극을 안고 비집고 들어갈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4대보험과 최저임금 등 최소 사회안전망에서 벗겨나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또 다른 이름의 불안정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다시 그 밑의 알바노동자를 착취하며 신자유주의 체제의 착취의 고리를 완성시킵니다."

알바생이 주장하는 1만 원 시급은 정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주가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OECD 가입국 최저임금 평균인 최저임금 1만원은 무분별하게 양산된 자영업자들을 다시 임금노동자로 회복 시키고, 장시간 고강도 일자리를 나누고, 노동을 해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그 동안 우리를 착취하며 배를 불린 자본가들을 압박할 것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신자유주의의 끊임없는 착취의 고리를 끊어낼 가장 날렵한 칼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손을 맞잡고 이 칼을 들어 고리를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함께 합시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투쟁!"

그녀의 열정 넘치는 연대사가 끝나니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녀는 곧이어 기타를 앞에 놓고 앉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녀의 노래가 저에겐 절규처럼 들렸습니다. 부자들이야 알바 안해도 되겠지요.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편안한 대학생활 하고 부모의 기업을 이어 받으면 되겠지요.

하지만 서민층 대학생은 국가로부터 돈을 빌려야 하거나 알바로 학자금을 충당해야 합니다. 국가로부터 빌려 대학 다닌 사람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면 대학때 빌려쓴 학자금 갚느라 자기 생활이 빠듯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 가기엔 학벌이 있거나 없거나 힘든 거 같습니다. 그 여학생이 주장했듯이 알바 시급으로 1만 원이 되기를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겠습니다.


태그:#울산과학대, #알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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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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