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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정의당과 노동당 등 남은 진보정당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통합진보당과 다르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정의당과 노동당 등 남은 진보정당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통합진보당과 다르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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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이라는 헌정 초유의 상황을 맞은 근본원인을 "선거연합을 통해 당내 특정 정파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데만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12년 13석을 얻으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비례대표 경선부정 논란 등 당내 세력 다툼으로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의당과 노동당 등 남은 진보정당의 이후 활동과 관련해 "'통합진보당과 다르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범야차원의 협력을 통해 종북몰이가 묻힐 수 있는 대안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23일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야권, 약자보호를 위한 공동행동부터 나서야"

-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을 당하는 상황까지 처한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회변화를 읽어내는 데 미숙했던 게 아닌가 싶다.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물질적 부의 분배 문제가 아니다. 부와 권력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정책 결정 권한을 누구에게 주는가의 문제다. 여기서 시민주권으로 가기위해 매진했어야 한다. 물론 계속 정권의 공격을 받아보니 일정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시민주권으로 가기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지점에 소극적이면서 선거연합을 통해 당내 특정 정파의 입지를 구축하려는데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대국민정치가 실종되면서 통합진보당을 어렵게 만들었다. 사실 국민들은 지난 2004년에 민주노동당에게 10석을 줬다. 2012년에는 13석을 줬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기회를 준 거다. 그것을 비례대표 경선부정 논란과 같은 당내 정파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으로 만들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놓고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은 강하게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헌재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진보정치의 위축을 우려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이들 진보정당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진보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위축될 수 있다. 여기서 이념이라는 건 '신념의 체계'보다는 '어떻게 사회를 변화발전 시킬 것인가'라는 비전의 측면을 뜻한다. 진보의 이념은 곧 사회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지점에서 진보정당들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한다. '통합진보당과 다르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하고, 박근혜 정권을 공격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대 국민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새정치연합도 함께 끌어와야 한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면서 대중이 체감할 수 있게 해야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이 된다. 당장 핵발전소 문제와 쌍용차 굴뚝농성과 같은 의제가 있다.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행동,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

"의원직 박탈 문제, 시민사회에 맡겨야 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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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헌재 결정을 비판했지만 통합진보당과는 더욱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러면서 '종북몰이'가 자신들까지 미칠까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낙후된 이념을 넘어서려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단순히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는 걸로는 해소가 안 된다. 그러면 새로운 대안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종북이라고 정부가 겁박하면 수세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범야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그 공세에 맞설 수 없고, 수권능력도 보여줄 수 없다. 진보정당과 그은 선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범야차원의 협력을 통해 종북몰이가 묻힐 수 있는 대안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 될 것이다."

- 당이 해산됐지만 통합진보당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의원직 박탈에 소송을 제기한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은 이후 어떻게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조직적 후퇴가 당 지도부 보위 차원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역전할 수 있는 대안 조직,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헌재의 의원직 박탈은 문제가 있지만 그 문제 역시 시민사회 주도에 맡기는 게 좋겠다. 이미 시민사회에서 그 문제의 부당함을 연구하고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 싸움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직 유지가 중요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또 내년 4월 치러질 재보선에서 출마 문제를 놓고 갈등이 발생하면 박근혜 정부를 도와주는 꼴이다. 재보궐 선거를 범야권의 선거로 넓게 보고,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재보궐 지역에 의원직을 상실한 분들이 나올 필요도 없다. 진보진영 전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심판과 헌재 결정의 부당함을 알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당들의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당을 창당해 그곳으로 진보진영이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새로운 면모를 갖춘 정당의 등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건 '뺄셈의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다. 다 같이 해야 하는데, 따로 하겠다는 모양새가 된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수권능력을 갖춘 야권이다. 새로운 정당으로는 활로를 개척하기 어렵다. 수권야당 건설로 가는 순서는 명확하다. 범야권에 좋은 정치인들이 모여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공동행동을 하는 것이다.

지금의 정당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그런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 그걸 통해 지지가 모이고 신뢰를 얻게 되면 새로운 정당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그렇게 나서면 고리원전 1호기는 당장에라도 폐기할 수 있다. 그렇게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승리감을 구축하면서 내부 갈등했던 세력 간의 신뢰 회복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태그:#통합진보당, #통진당, #정당해산, #박근혜,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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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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