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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수 십년 동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현격히 줄어 들었고, 이제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십대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음반시장에서도 두드러지는데 십대가 주 소비층이 되는 아이돌은 현재도 앨범을 내는 동시에 수십만 장이 나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 트로트 시장에서의 앨범 판매고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이고 무엇보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성인가요의 저력은 여전하다.

20대 중반에서 40대 초중반까지를 이른 바 '낀 세대'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음악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간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들이 음악에서 멀어진 것은 음악이라는 것을 향유할 여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지만, 다른 견해도 있다. 말 그대로 들을 노래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싶어도 들을 만한 노래가 없다고 푸념하는 이들에게 인디음악을 제안해 본다.

지난 12일 인터뷰에 응해 준 인디밴드 여울비는 리더 차성진(건반), 보컬 김보라, 기타 노영민, 퍼커션 조정욱으로 구성된 4인조 혼성 밴드를 만났다. 리더인 차성진씨는 교회 목사를 하면서 대중가요를 하는 밴드를 이끌고 있는 점이 이색적이고, 보컬 김보라씨는 뮤지컬배우 활동을 겸하고 있다. 팀명인 '여울비'는 '여기 울리는 빗소리'의 줄임말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옆에 울고 있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

인디밴드 여울비가 합주를 하고 있다.
▲ 여울비 합주 모습 인디밴드 여울비가 합주를 하고 있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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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싱글 앨범에 있는 '같이 울자'라는 곡은 어떤 마음으로 작곡하였는가?
차성진 : 이 곡은 쓴 지가 꽤 된 곡입니다. 2011년에 쓴 곡인데, 그 당시에 생각한 화두가 '위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위로의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생각한 결과 같이 울어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옆에 울고 있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인 것이죠.

- 인디밴드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차성진: 제가 작곡한 곡을 가지고 첫 공연을 했을 때, 정말 정신없었고 엉망으로 공연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본 지인이 곡이 정말 좋더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었지만 그 말에 기분이 정말 좋았었죠.

노영민: 기본적으로는 연주가 잘 되었을 때죠. 이정도 하면 잘하게 보일 수 있겠다(웃음) 라는 생각이 들 때죠. 만족스럽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아직까지는 2번 정도 밖에 없었어요.

김보라: 여울비 활동할 때가 좋아요. 뮤지컬도 병행하고 있는데 뮤지컬은 프로의식을 가지고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많이 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한데, 여울비 활동은 마음이 편하죠. 이 공연을 대충 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음악을 한다고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편해요.

조정욱: 우리의 음악을 처음부터 만들어 내고 제작과정을 통해서 세상에 내놓는 과정 자체가 재밌었습니다. 저는 원래 아주 둔감한 사람이었는데 악기를 다루고 음악이라는 것을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섬세해 졌습니다. 그런 면도 참 좋은 면입니다. 

- 그렇다면 반대로 인디밴드를 함으로써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조정욱: 다른 분들은 연습만, 오로지 음악만 그리고 다른 문제는 되는 데로라고 하시면서 음악에 빠져서만 살아가는 분들도 계시는데 솔직히 저는 그러지 못하겠어요. 그러다 보니 더 몸이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이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작은 일부터 부지런하게 해야겠죠.

차성진: 처음에 모였을 때는 가볍게 모였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오고 같이 해준 멤버들에게 고맙다보니 욕심이 생기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마음이 쫒기게 되더라고요. 기대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불면증까지 있을 정도로 힘든 면이 있기도 합니다. 고생을 하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고생이 보답 받을 수 있는 고생인가 하는 물음이 있는 것이죠. 사실 저는 나름대로 안정된 수입원이 있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렇지 않은 멤버들도 있다 보니 그런 쪽에 더욱 신경이 쓰입니다. (아, 그럼 따로 회사를 다니시고 있는 건가요?) 사실... 제가 교회 목사입니다.(웃음)

- 제가 알고 있는 기독교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데요? 저는 목사님들은 가요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는 줄 알았는데 직접 만들어서 부르시기까지 하네요?
차성진: 주변에서 목사가 가요를 부르면 어떻게 하냐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있으세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누군가는 하나님을 노래한다면 나는 하나님이 만든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노래한다고 말을 해요. 일상의 시각화가 제 노래의 주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예술이라는 것을 말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노영민: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 내가 하는 음악을 즐기면 먹고 살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리 매니악한 음악을 한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있는 걸 봤어요. 많은 대중이 아니라 소수가 즐기는 음악이라도 꾸준히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보라: 다 힘들어요.(웃음) 멤버들간에 의견이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수입이 없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공연을 할 때 사람들이 너무 적을 때, 그리고 공연 반응이 별로 없을 때 그때가 가장 힘들죠.

차성진: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하면,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죠. 도저히 몇몇의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 불공정한 구조를 만났을 때. 예를 들면, 음악도 그게 심하죠. 대기업들이 음원 수입을 엄청나게 가져가거든요. 얼마 전에 시나위의 신대철씨가 그런 구조에 대해서 많이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 제가 이전에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취재했었죠.
차성진: 아, 그러셨군요. 그런 움직임에 감사한데, 사실 거기서도 희망이 크게 안 보이더라구요.

- 그럴 수 있죠.
차성진: 도대체 이 나라는 얼마나 기업에 휘둘려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그런 것을 맞닥뜨리면 힘이 쫙 빠질 때가 있어요.

- 사실 그래서 음악도 사회·정치에 한 부분일 수 있는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더 하실 말이 있으신가요?
차성진: 거칠게 이야기해도 되나요?(웃음) 농담이구요. 사람들은 기획사에게 왜 아이돌만 만드느냐? 인디밴드도 육성해야하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획사를 욕할 일이 아닙니다. 아이돌 외에는 기획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지요.

지금 발라드 가수나 밴드를 만들어 봤자 금방 사라질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음원을 내 놓아봤자 그것으로는 이익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음원이 이렇게 값싸게 팔리고 제작사와 작곡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적은 상태에서 이익은 광고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서만 발생합니다. 제작사가 왜 아이돌 밖에 만들지 않느냐의 대답은 그럴 수밖에 없어서 인 것이죠. 그리고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대기업에서 인디밴드 후원을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이용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C모 그룹에서 인디밴드를 후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구조를 망쳐 놓고 그것이 후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원을 통해 가져가는 돈은 수천억이 넘으면서 지원은 몇 천 만원이 전부입니다. 그거 지원하고 인디밴드를 육성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잘못된 구조로 가져가는 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그 몇 천만 원 지원하면서 "우리는 문화를 잘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죠... (중략) 음악하는 친구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는데 아쉬워요.

노영민: k-pop star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진아씨도 사실 인디밴드에서 잘 활동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2년 전에 이진아씨의 노래를 들었는데 이번에 똑같은 노래로 화제가 되었어요. 박진영 심사위원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노래"라고 했는데 벌써 2년 전에 나왔고, 이미 M-net 같은 곳에서 방송을 타기도 했었죠.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것만 보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김보라: 최근에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써놓은 댓글을 봤어요. 거기에 '우리나라에도 비긴어게인 같은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인디밴드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는 댓글들이 굉장히 많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속으로 황당하고 아쉬웠어요.

실제로는 수많은 곡들이 나오고 있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런 음악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사람들은 그냥 TV에 나오는 것만 보고 우리나라에는 그런 음악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비긴어게인>에서 나온 상황은 그야말로 판타지이고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차성진: 저희 밴드가 어떤 미래를 걷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어요. 저희도 대한민국의 흔한 20대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저희 같은 인디밴드가 그런 모습을 대표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밝지 않은 미래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노력으로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저희도, 다른 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꿈을 이루고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3월 전에 저희 싱글 앨범이 나올 예정이고요. 저희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으니 와서 같이 놉시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뉴스투데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팟캐스트 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디밴드, #여울비, #같이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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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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