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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부가가치세 도입'을 천명한다. 지금은 모든 거래에 포함돼 당연하다고 느끼는 부가가치세가 사실은 유신독재 시기에 도입된 세금이다. 물론 기자회견문에는 부가가치세라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미 1974년부터 정부는 부가세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해 왔고 1975년에는 '1977년부터 부가세 제도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정부재정수입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세금을 고민하다가 당시 유럽에서 신설되던 부가세를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부가세는 모든 거래에 10%의 세금을 매기는 간접세로 시행 첫해부터 내국세 비중의 14.4%를 차지할 정도로 정부 입장에서 효자 세금이 되었다. 이듬해 1978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해 이후 가장 비중 있는 기간세목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12년 기준 국세수입 203조 원 가운데 부가세 수입은 56조 원으로 28%를 차지, 23%에 머물고 있는 소득세나 법인세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직접세에 비해 간접세는 모든 국민들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동일한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불공평한 과세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대다수의 국민들은 부가세에 저항했고 유신독재 몰락을 앞당기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부마항쟁 당시 "부가가치세 철폐하라"는 구호가 나왔고, 시위대는 세무서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은 물론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산층의 저항까지 불러왔으니 아무리 철권통치를 하던 유신독재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두환 신군부는 유신 붕괴의 주요 원인이었던 부가세에 대해 재검토를 하기도 했다.

요즘 박근혜 정부는 담배세 인상부터 시작해 주민세, 자동차세 등 온갖 간접세를 인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나라라면 증세를 할 때 가장 먼저 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해야 할 것이다. 직접세는 낮추고 간접세를 높이는 식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부유층을 보호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세금정책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기업 상속을 할 때 1000억 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느니, 손자의 교육비에 대해 1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한다느니 이런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세금을 더 걷으려다 몰락한 유신독재의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동아일보 1976년 1월 15일자 2면
 동아일보 1976년 1월 15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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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76년 1월 15일자 2면
올해 조세제도전면개혁 박대통령 연두기자회견 요지

(전략)... 앞으로 조세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 이 개혁의 역점은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가급적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둘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중산층 이하 근로자들의 저축에 충분한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를 지금 내각에서 마련중인데 수일후 발표가 될 것이다. ...(후략)



태그:#부가세, #부가가치세, #담배세, #유신독재, #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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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번영을 여는 북한 전문 통신 [NK투데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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