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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바라보는 청춘은 무엇일까? 수많은 정치 이슈와 끝도 없이 쏟아지는 사회면 뉴스 속에 청춘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취업난과 스펙경쟁에 빠져서 개성을 잃고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버린 이 시대의 청춘들, 그들의 꿈은 애초에 평범한 회사원이었을까? 돈이 벌리지 않는 것은 일이 아니라고 규정해 버린 이 시대에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란 뜻을 가진 세상이 존재한다.

흔히 '인디'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달고 있는 그들에게 힘겨워하는 청춘에 대해 지난 4일, 인터넷 팟캐스트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물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인디밴드 우림프로젝트는 리더 양정원, 보컬 박지숙, 첼리스트 장명주, 베이시스트 김현수, 드럼 이희준, 건반 진소희로 구성된 6인조 밴드다.

우림프로젝트가 결성되고 찍은 프로필 사진
▲ 우림프로젝트 우림프로젝트가 결성되고 찍은 프로필 사진
ⓒ 우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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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음악이라는 게 뭐죠?
양정원: "이미 이름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나요? 인디펜던스 즉 자본에 대해 덜 영향을 받는 음악이라는 것이죠.

지금 현재 우리나라 음악계가 아이돌 아니면 인디로 나누어집니다. 그 중간에 있는 이적, 이승철, 유희열, 장기하 등의 뮤지션이 있긴 하지만 크게 나누면 그렇게 볼 수 있죠. 더 쉽게 말하자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대형기획사가 기획한대로 음악을 하지 않는 것을 인디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지금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연주하시잖아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저로서는 솔직히 취미로 느껴져요. 그런데 취미로 음악하시는 건 아니시잖아요. 그러면 취미로 음악하는 사람들과 다른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양정원: "그것도 제가... (웃음) 월드컵 축구 심판들이 평소에는 다른 생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분들이 심판을 보고 있을 때 그분들을 보고 변호사나 교사라고 하지 않죠. 저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실 각자 음악을 생업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다른 생업을 하게 되었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인디 음악을 하려면 자본에서 독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생업이 필요했던 것이죠. 하지만 만약에 음악에만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저희 멤버들은 음악으로 갈 겁니다.

취미로 음악하는 사람들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전환점에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저희는 음악을 선택할 것이고, 그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하기위해서 생업을 하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음악하는 이유는 뭘까요? 각자 대답해 주세요.
양정원: "저는 음악을 하기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사실 음악에 관련된 일이에요. 음악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음악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마땅히 없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맞죠.

사실 어렸을 때 꿈이 음악을 하는 것이었는데 살다보니 현실의 무게가 꿈의 무게보다 커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 아까 물어보셨던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기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아야 했어야 했는지.

지금 다른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이 "나는 음악을 하는 네가 부럽다"라는 말을 쉽게 할 때 화가 나요. 그것을 위해서 많은 것을 놓았어야 했거든요. 저는 오래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뭐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취미로 하는 사람이 되겠죠."

김현수: "처음에는 당연히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하다보니까 늘기도 하고 재밌었죠. 지금은 생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음악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명확한 대답은 못해요.

제 성격상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방향이 잡혔는지는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반대해서 그랬나? 제가 원래 잡기에 능하거든요.(웃음) 계속 그 쪽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아주 작은 기회가 오더라도 그걸 기회로 여기고 잡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렇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작은 것도 기회로 보이게 되죠.)"

장명주: "보통 악기를 전공하는 사람은 진학을 목적으로 하거나 집이 부유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래서 선택한 게 아니에요. 악기 자체의 매력에 빠져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지금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첼로가 클래시컬한 악기이긴 하지만 꼭 클래식에만 국한 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는 전자 첼로도 했었고, 방송활동도 했었죠. 앞으로도 국한된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듣기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박지숙: "저도 좋아서 합니다. 제가 팀에 막내인데, 원래도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좋은 것을 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이렇게 생각은 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일을 할 때,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다보면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때 그래도 음악은 그걸 기쁜 마음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여기 모이는 시간에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있다가도 합주를 시작하면 그 두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그래서 정말 내가 좋은가 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냥 그런 거죠."

우림프로젝트 6멤버가 연습실에 모여 합주 중이다.
▲ 우림프로젝트 합주연습실 우림프로젝트 6멤버가 연습실에 모여 합주 중이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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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요? 왜 남들 사는 데로 살지 않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왜 회사원, 공무원이 되길 원치 않는가? 많이들 그렇게 사는데요. 그리고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한 말씀하자면?
박지숙: "만약에 공무원이나 회사원 분들도 처음부터 그것이 꿈이었다면 저희랑 같은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그게 하고 싶은 것이라면 말이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데 스펙을 쌓고 뭐 흘러가는 데로 살다가 회사원이 되었다면 그런 차이 외에는 없지 않을까 해요. 꿈을 찾아 갔느냐 그렇지 않으냐."

양정원: "남들처럼 산다는 것에서 남들이란, 일반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대학교를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뭐 그런 삶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어떻게 보면 그게 보편적인 삶이겠죠. 하지만 시각을 좀 다르게 가져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숟가락 주고 땅을 파라고 해도 파요. 그게 재밌으면요.

저희는 어떻게 보면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사람일겁니다. 그래서 아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거예요. 당연히 힘들죠.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데... 하지만 저희는 재밌어서 파요. 파다보면 많이 팔수도 있는 거겠죠. 하지만 그냥 파지 않고 다른 삶을 택할 수도 있겠죠. 그 삶에도 어려운 게 있을 거예요.

어찌 보면 그 어려움과 저희의 어려움을 맞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것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하고 싶은 일과 평범한 삶, 그 선택 기로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본인의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라고 하겠는데, 한 번이란 말이에요. 그 한 번 사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잖아요.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일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과정이 즐거울 수도 있지 않겠나 합니다."

김현수: "제가 음악을 하려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재작년쯤에 한 아이가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음악강사를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선생님 한달에 얼마 벌어요?" 중학생밖에 안된 아이들이 음악을 하려고 하는 동시에 수익을 생각한다는 게 조금 서글프더라고요. ...중략... 음악을 하더라도 수익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면 그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좀 철없이 락스타를 꿈꾸거나, 가수왕이 될 거야. 이렇게 시작했으면 하는데... 혼란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큰 거 같아요.

저는 혼란스러운 것들이 있어야 그 다음에 안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청춘들이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안정이라는 가치에 모든 것을 걸고 살다가 중년이 되어서 뒤늦게 사춘기가 오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장명주: "저는 지금 청춘이 힘들다고 하는 것 자체, 즉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 사는 데로 살려고 하기 때문에 힘든 거 아닐까 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남들만 보고 쫓다보니까 자기 것은 없이 살게 되는 거죠. 그래서 힘든 거지, 조금이라도 자기 것을 만든다면 거기서 부터는 그냥 쫓아만 가는 사람들보다는 덜 힘들 것 같아요."

박지숙: "저는 중·고등학생들의 공부(과외 및 학원 강사)를 가르치는데요. 한 아이가 "선생님, 여기 안 오실 때는 뭐하세요?"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음악 한다고 했더니, "아, 그럼 나중에는 뭐 하실 건데요?" 이러는 거예요. 그 말에 음악 한다니까 하고 얘기하고 대충 넘어간 적이 있어요.

지금 아이들에게 어른의 이미지는 그렇게 획일화 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20살도 안된 애들이 진학할 과를 결정하는데 왜 그곳을 가려고 하냐고 물으니까 "거기가 취업이 잘되니까요."라고 대답하는 것도 많이 보고요. 그런데 제가 그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더 안타깝더라고요.

제 나이가 28살이라서 주변 친구들이 한창 취업이다 뭐다 한창 바쁜 시기에요. 그 와중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친구도 상당히 많고요. 그런 친구 중에 기자가 되고 싶어 한 친구가 있었는데, 계속 준비하다 안 돼서 어느 단체에 그냥 들어가서 6개월 동안 일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나 힘들어 하면서 결국 퇴사해서 다시 기자 준비를 했어요.

결국, 기자가 되었는데 지금은 자주 밤을 새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데요. 그런데 정말로 행복해 하고 있어요. 그런 걸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지금 행복한 것이 문제라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우림프로젝트가 갈 길은 어딘가요?
양정원: "제가 대표로 말씀드리죠. 지금 이 밴드를 하기 전에 저는 여러 밴드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팀에서는 가장 배 속 편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계획을 물으신다면 아까 말씀드린 말 중에 있어요. 이 팀을 오래 하고 싶어요. 오래하면 길이 생긴다는 것이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거예요. 이 팀을 오래하기 위해서 음악을 오래하기위해서 힘을 쓸 겁니다. 앞으로도."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인터넷 팟캐스트,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주소는 http://pod.ssenhosting.com/rss/busylife/tutlenews21.xml 입니다.



태그:#인디밴드, #홍대, #우림프로젝트,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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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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