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일 때 홍대 인근의 어린이 놀이터에 장터가 열렸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이면 같은 장소에 100여 개의 좌판이 펼쳐지는 '프리마켓(free market)'이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프리마켓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프리마켓
ⓒ 일상예술창작센터

관련사진보기


프리마켓은 주로 손작업으로 만든 작품을 내놓는다. 전업 예술가보다 일반 시민 예술가들이 주로 참여하며, 찾아오는 이들과 작품에 대해 소통하면서 판매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공예, 미술, 그림, 캐리커처, 공연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작 영역의 활동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프리마켓은 홍대신촌문화포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월드컵이 끝난 후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해산됐다. 이후 프리마켓이 계속되길 바랐던 자원활동가들이 '일상예술창작센터'라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었고, 지금은 홍대 앞 문화의 한 축이 됐다. 지난 9월에는 코엑스에서 진행된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를 주최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총감독으로 행사를 진행한 김영등(46)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홍대 근처에서 17년째 인디밴드 공연 클럽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낮에는 센터 일을 하고 저녁에는 클럽으로 간다는 그. 그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며 인터뷰 중에도 손톱만한 돛단배와 별을 종이로 접고 있었다.

숙련 기술이 아닌 개성을 먼저 본다

김영등 대표
 김영등 대표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 10년 넘게 프리마켓을 할 수 있을 만큼 수요와 공급이 꾸준하게 있었나 보다.

"시민기자처럼 자기의 전공이나 그룹에 속한 것과는 무관하게 어떤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 요즘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 것을 즐기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많을 때도 있다."

- 프리마켓에 등록하는 절차는?
"본인이 직접 신청하면 된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베끼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닌 개성을 중요하게 본다. 작업 과정 사진과 최종 작품사진을 보고 독창성을 확인한다."

- 심사 결과에 불만을 가질 경우도 있겠다.
"가능한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는데,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납득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일상적으로 겪어왔던 일이다. 대부분은 본인들이 알고 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인데 특정 분야의 기술이거나 형식을 따르면 제외한다. 숙련기술이거나 일반화돼 있는 것도 안 받는다."

- 홍대 앞 거리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비판적 시각도 있을 것 같다.
"월드컵 기간 문화 행사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인 문화로 만들어 가려고 하니까. 구청과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어린이 공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노점상 아니냐, 이게 무슨 문화냐,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은데 투명하게 운영하는 거냐 등등, 3년 정도 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프리마켓을 통해 활동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합법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창작자와 시민 소통할 수 있는 문화 만들고 싶어"

- 지자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보면 프리마켓처럼 다양한 장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마을 만들기 사업에는 장터가 하나씩 들어가는 것 같은데 우리는 주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의 매개는 농산물이거나 창작물이든 상관없다.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만드는 사람들이 주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따라 시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민간영역도 그렇고 지자체에서도 소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속적인 관계의 매개 역할이 되려면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주도하거나 그 분야의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이 옳다."

- 프리마켓 등 이런 장터가 갖는 의미는?
"별다른 형식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시너지가 많은 것 같다. 프리마켓은 직접 본인이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하며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품과 작가를 같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프리마켓의 특징이다."

예술가와 시민 소통하는 '장터'

개성있고 창의력 있으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다
 개성있고 창의력 있으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다
ⓒ 일상예술창작센터

관련사진보기


다양한 젊은 창작자들이 활동하고, 시민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 대표. 클럽의 밤 문화와 갤러리 중심의 실내 공간 활동이 대부분이었던 홍대 앞 문화를 낮 시간동안 바깥에서 즐길 수 있도록 도운 것이 프리마켓의 힘이다.

10년 넘도록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재정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 단체를 시작할 때 두 세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열 한 명의 상근 활동가들이 있다. 그는 8년 정도는 아무것도 없이 생활했다고 말했다.

"저를 포함해서 활동하는 친구들은 밥값 정도만 생기는 수입이었고, 자기 돈 써가면서 일했다. 프리마켓 관련 활동비와 식비, 교통카드 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는 점차 상근비가 생겨 10만 원으로 시작해 30만 원까지 올랐다. 급여를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부단히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열정 넘치는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았던 순간들이 서로의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그러다 일상예술창작센터는 2010년 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게 됐다. 최저임금에다가 4대 보험까지 받게 됐고, 이후 사업도 비약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현재는 기간이 만료되어 따로 재정 지원은 없다. 현실적인 급여를 줄 수 있는 자립과 이를 넘어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덧붙이는 글 | 프리마켓 http://freemarket.or.kr
일상예술창작센터 http://www.livingnart.or.kr



태그:#일상예술창작센터, #프리마켓, #김영등, #미술, #공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