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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태권도협회가 주최하고 여수 태권도협회가 주관한 국기원 동부지구 심사대회가 11일 돌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응시자가 심사중 옆차기를 하고 있다.
 전남 태권도협회가 주최하고 여수 태권도협회가 주관한 국기원 동부지구 심사대회가 11일 돌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응시자가 심사중 옆차기를 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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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일)은 아들이 태권도 국기원 심사를 보는 날이다. 태권도 1품을 딴 지 4년만이다.

아들이 운동을 중단한 이유는 바로 '학원'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사교육에 비판적이지만 학원을 안 보낼 수는 없는 현실 아닌가. 지방이지만 사교육 열풍에 또래 친구들은 다니는 학원만해도 두세 개가 기본이다. 아들 역시 학원 때문에 바쁘다. 영어와 수학 학원 그리고 주말엔 방과후학습까지…. 그렇다고 아들의 성적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학원을 그만둘 수는 없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저녁 굶고 태권도 배우는 아들

품새와 격파를 끝내고 겨루기 심사를 보고있는 아들의 모습
 품새와 격파를 끝내고 겨루기 심사를 보고있는 아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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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동할 시간이 없다 보니 아들은 점점 A자 형태의 비만체형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맞지 않아 운동을 시키고 싶어도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이 태권도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라댔다. 밥때와 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밥을 굶고 한단다. 아들은 학원이 끝나면 바로 태권도 도장으로 달려갔다. 수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9시께. 아들의 늦은 저녁 식사 시각이 늘 안타까웠다.

국기원 심사가 예정보다 2주 이상 앞당겨졌다. 심사를 앞두고 품새를 익히느라 스트레스를 받던 아들은 집에서 하다가 막히면 스마트폰으로 품새 영상을 찾아 연습을 했다. 심사날이 돌아왔다. 아들은 아침에 심사를 보러갔지만 오후까지 순번이 밀렸다.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해 오전 내내 연습, 또 연습을 했다. 이후 심사가 시작됐다. 다행히 아들은 긴장했던 것과 다르게 품새를 절도있게 잘 소화했다. 하지만 발차기는 부족했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품새·겨루기·격파를 끝낸 아들의 심사 소감은 이랬다.

"아빠 나 심사 보기 전에는 엄청 떨렸는데 심사 볼 때는 안 떨렸어."
"잘했다…. 우리 아들, 큰무대에는 강하네."

전남 태권도협회가 주최하고 여수 태권도협회가 주관한 국기원 동부지구 심사대회가 돌산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남동부지역에서 심사를 보러 640여 명이 모였다. 실내체육관에는 응원을 나온 가족들로 가득 찼다.

바쁜 의정활동 가운데 국기원 심사장을 찾은 주승용 의원이 태권도 관계자로 부터 보고를 받고있다. 주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태권도는 체력단련과 어린이 두뇌발달에도움이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정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바쁜 의정활동 가운데 국기원 심사장을 찾은 주승용 의원이 태권도 관계자로 부터 보고를 받고있다. 주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태권도는 체력단련과 어린이 두뇌발달에도움이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정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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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남동부지역 국기원 심사에 640여 명이 응시한 가운데 체육관에는 응원나온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돌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남동부지역 국기원 심사에 640여 명이 응시한 가운데 체육관에는 응원나온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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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의정활동 가운데 국기원 심사장을 찾은 주승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인 태권도가 여수에서 개최된 것을 축하한다"라면서 "태권도는 체력단련과 어린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정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어 이 자리에 참석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태권도 승단시험 안 떨어지려면?

그럼 태권도 심사관들이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김중옥 전라남도 태권도 기술심의회 의장의 말이다.

"태권도는 10개월 이상 배워야 응시 자격이 주어집니다. 품새는 태극 1장부터 8장, 그리고 격파와 겨루기, 발차기를 합니다. 옆차기가 가장 어렵죠. 아이들에게 태권도 종주국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심사를 공정하게 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2% 모자라도 될 수 있으면 합격시켜 불평등이 없게끔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운동한 지 5년째 3품 심사를 본 고흥 청동태권도 5학년 양지웅(고흥 동초교)군은 "오늘 긴장돼 실수를 두 번인가 했는데 열심히 봐서 만족한다"라면서 "실수해 탈락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지만 끝까지 열심히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운동한지 5년째 3품 심사를 본 고흥 청동태권도 5학년 양지웅(고흥 동초교)군은 "오늘 긴장돼 실수를 2번인가 했는데 열심히 봐서 만족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운동한지 5년째 3품 심사를 본 고흥 청동태권도 5학년 양지웅(고흥 동초교)군은 "오늘 긴장돼 실수를 2번인가 했는데 열심히 봐서 만족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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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힐스태권도 조정현 관장은 "태권도를 통해 끈기와 체력이 강해지고, 사회성과 협동성이 길러져 운동하는 아이들은 왕따나 학교폭력이 훨씬 덜하고 좋아진다"고 전했다
▲ 사범과 제자 여수힐스태권도 조정현 관장은 "태권도를 통해 끈기와 체력이 강해지고, 사회성과 협동성이 길러져 운동하는 아이들은 왕따나 학교폭력이 훨씬 덜하고 좋아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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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힐스태권도 조정현 관장은 "예전에 비해 아이들이 포기를 쉽게 한다"라면서 "힘든 것은 안 하려고 하고 엄마·아빠에게 기대다 보니 끈기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태권도를 하면 좋은 점에 대해 조 관장은 "끈기와 체력이 강해지고, 사회성과 협동성이 길러져 운동하는 아이들은 왕따나 학교폭력이 훨씬 덜하고 좋아진다"라고 전했다. 

태권도 수련은 무도적인 개념과 스포츠적인 개념이 있다. 요즘 학교체육이 빈약해 도장에서도 수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단다. 무리하게 무도적인 개념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힘들어 부모님들이 싫어하고, 스포츠로 가르치면 태권도에 대한 본질이 흐려져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 태권도협회의 고민거리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남자3, 여자3)를 따내 7연속 종합우승 차지했다. 태권도인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남자는 이란에게 밀렸다.

아들을 태권도 선수로 키우려고 하는 것을 아니지만 태권도를 통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길 기대한다. 아들이 2품을 따고 3품에 응시하려면 2년이 지나야 응시가 가능하다. 4품까진 4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태권도 수련에 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4품을 딸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끈기있게 수련에 임하자. 물론 학원에 흔들리는 부모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말이다.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마디는 이렇다.

"학원에 지친 아들! 태권도로 학교 폭력, 왕따, 스트레스 확~ 푸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남동부 국기원심사, #태권도, #승단시험, #힐스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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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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