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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혈세 탕진 사업으로 맹꽁이와 달성습지가 죽어간다.

대구의 외곽을 잇는 총 연장 약 62km의 대구 4차 순환 도로는 최초 착공부터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타당성 논란을 야기했다. 일명 '앞산터널공사'가 대표적인 예다. 대구의 모산으로 불리는 앞산(성불산)을 관통해 도로를 놓으려 했던 대구시와 이를 막으려는 대구시민들 간 싸움이 격렬했다. 도로는 완공됐지만, 앞산 생태계는 크게 훼손됐다. 뻥튀기 교통수요예측 탓에 현재 통행량은 애초 예상의 30%에 불과하다.

범안로, 앞산터널도 모두 적자인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도 대구시는 '대구 4차 순환선 성서-지천간 도로사업'을 10월 중으로 착공 예정이다. 이 신설 고속도로사업은 국내 최대 맹꽁이 집단 서식처인 대명유수지, 1989년 이미 세계습지목록에 오른 천혜의 자연자원 달성습지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또한 다사읍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거주 환경 역시 위협받게 된다.

맹꽁이와 흑두루미를 지켜야 한다

맹꽁이의 사체. 로드킬 방지 펜스 등을 쳐도 죽어나는 맹꽁이가 많다. 이곳에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맹꽁이들이 죽어갈까.
 맹꽁이의 사체. 로드킬 방지 펜스 등을 쳐도 죽어나는 맹꽁이가 많다. 이곳에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맹꽁이들이 죽어갈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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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일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맹꽁이. 이 일대는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처이다.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일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맹꽁이. 이 일대는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처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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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로가 지나는 대명유수지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처다. 달성습지 또한 대명유수지와 더불어 맹꽁이의 주요 서식처이자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삵, 노루, 고라니, 너구리와 같은 포유류와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쇠부엉이, 물닭, 왜가리, 대백로, 물수리, 흰꼬리수리 등의 다양한 조류가 산다. 뿐만 아니라 살모사, 쇠살모사, 누룩뱀, 꽃뱀, 줄장지뱀, 장지뱀 따위의 파충류 서식처이기도 하다. 그대로 보존되어야 할 중요한 생태 자원이다.

특히 달성습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의 도래지이다. 1990년대까지는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방문했으나 무분별한 개발로 발길이 끊겼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지난 2013년 11월 1일, 403마리의 흑두루미가 16년 만에 찾아왔다. 간신히 도래지로 복원된, 생태적 보호가치가 높은 곳이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역시 앞으로 달성습지를 세계적인 흑두루미 도래지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황당하게도 동시에 이 습지를 파괴하는 도로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터마저 위협하는 도로사업

또한 이 신설 고속도로사업은 달성군 다사읍의 아파트단지를 지나게 되어있다. 이곳 주민들은 주거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구시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국민혈세 탕진 공사라며, 이 공사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수차례 집회를 열었다.

이 신설 고속도로가 포함된 대구 4차 순환 도로는 교통수요가 '뻥튀기'로 예측되어 그 필요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미 완공된 범안로와 앞산터널로의 현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대구 4차 순환 도로 노선도. 공사가 이루어진 곳은 전체에서 아직 절반도 채 안 된다. 이미 완공된 구간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굳이 다 연결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대구 4차 순환 도로 노선도. 공사가 이루어진 곳은 전체에서 아직 절반도 채 안 된다. 이미 완공된 구간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굳이 다 연결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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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도로사업인 범안로는 이미 그 적자분(매년 100억 원)을 대구시가 시민의 혈세로 보전한다. 지난해 개통된 앞산터널로 적자분 역시 대구시가 떠안은 상황이다.

애초부터 대구 4차 순환 도로는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었다. 이런 '혈세 먹는 하마' 식의 사업 때문에 생태의 보고인 달성습지와 대구 시민의 삶터가 훼손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대안노선 무시하는 대구시의 탁상행정

이 도로사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면 대안노선이 있다. 가장 좋은 건 기존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금 잘 닦여 있는 10차선 성서공단도로를 활용하면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도로를 이용하며 교차로마다 지하화 내지는 고가화한다면 빠른 속도로 성서에서 지천을 이을 수 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도 경제적인 도로가 완성된다.

거리도 훨신 짧고 비용도 더 적게 들 경제적인 대안노선이다. 기존도로의 상당 부분을 이용한다.
 거리도 훨신 짧고 비용도 더 적게 들 경제적인 대안노선이다. 기존도로의 상당 부분을 이용한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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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구시는 고가화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기존 안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은 아닌지 의아스럽다.

이처럼 환경적·경제적 이유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다. 이 기존 안에 따르면 신설 구간의 도로는 급경사로 건설된다. 이미 강변도로에서도 경사 구간의 교통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다. 신설 도로 역시 급경사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할 수 있고, 차량 속도 또한 제대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고속도로의 기능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기존 노선계획은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    

혈세 탕진하는 도로사업, 지금이라도 철회하라

달성습지의 광활한 모습.
 달성습지의 광활한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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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달성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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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는 대구시민의 것이자 인류의 유산이다. 대한민국의 도로포장률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신설 도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불필요한 도로보다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맹꽁이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 혈세를 탕진하면서까지 달성습지의 가치를 훼손할 필요가 있을까.

대구시가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도로 사업을 '묻지마' 식으로 강행한다면 시민들의 공분을 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수근 시민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달성습지, #맹꽁이, #대구4차순환선, #앞산터널, #범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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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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