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상훈 민주노총 전북지여 버스지부장 <사진 제공 - 민주노총 전북본부>
 남상훈 민주노총 전북지여 버스지부장 <사진 제공 - 민주노총 전북본부>
ⓒ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련사진보기


정확히 793일 만에 다시 곡기를 끊었다. 남상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장이 지난 7월 3일부터 민주노총 지도부 두 명과 함께 전주시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은 진기승 노동자의 자결로 수면 위에 오른 전주 신성여객 문제 해결을 위해 곡기를 끊었다.

1970년대 초 시외버스에서 표를 받는 승무원으로 일을 시작해 1987년 전북고속 정식기사로 입사한 남상훈 지부장은 청춘을 모두 버스에서 보냈다. 그는 버스기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그는 2010년 1차 버스파업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 지도부의 위치에서 투쟁에 나서며 지금까지 모두 네 번 곡기를 끊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곡기를 끊었던 때는 지난 2012년 3월 15일. 당시 그의 단식투쟁은 전북고속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단식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그는 무려 49일동안 단식을 이어갔다. 당시 그가 요구했던 것은 소박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49일 단식농성은 성과없이 끝났다. 전북고속은 끝내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했다. 그는 건강 이상으로 119의 도움을 받아 농성장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가 겪은 단식 후유증은 컸다. 치아가 모두 빠졌고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 다행히도 지역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아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다.

단식농성 후유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남아있는 남상훈 지부장을 지난 7일 밤 전주시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나봤다.

"마지마으로 단식을 한 게 벌써 2년 전 일인가. 당시에는 성과 없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단식에 들어갔다. 노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나는 따를 뿐이다."

지금 남 지부장이 처한 상황은 2년 전 전북고속 문제가 불거지던 때와 비슷하다. 전주 신성여객은 부당해고에 분노하며 자결을 선택하고 숨을 거둔 진기승 노동자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전주시의 중재안을 지난 6일 거부했다. 그리고 전주 신성여객은 7일 오전 지역신문에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민주노총과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0년 12월부터 민주노조의 파업으로 많은 불편을 (전주 시민들에게) 드렸으며 파업, 폭력, 파괴 등으로 회사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신성여객 호소문 중)

"사측의 전주시 중재안 거부는 적반하장"

지난 7월 3일부터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전주시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지난 7월 3일부터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전주시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남 지부장은 신성여객이 발표한 호소문을 짧게 정리했다.

"호소문을 통해 노조를 탄압한느 심각한 상황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탄압하다가 이제 권리를 주장한다. 폭력이라고 하고, 파업만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나. 진기승 열사도 부당해고라는 노동탄압으로 회사가 죽인 것 아닌가."

신성여객은 호소문을 통해 진기승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을 밝혔지만 진기승 노동자가 죽음을 결심하게 된 부당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 진기승님께서 불행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경위와 원인을 떠나 이같은 불행한 사태에 대해 회사로서는 머리 숙여 송구스러운 뜻을 전한다."(신성여객 호소문 중)

진기승 노동자는 2012년 말 해고됐다가, 2013년 2월 복직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3월 재차 해고됐다. 신성여객은 해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절차를 밟기 위해 복직과 해고를 반복했다. 지난해 3월 진기승 노동자가 재해고 처분을 받기 한 달 전, 노사는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진기승 노동자는 해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올 초부터 신성여객 사측 관리자들의 회유를 받기도 했다. 신성여객 노조에 따르면 '복직을 위해 사업주의 집을 찾아 무릎을 꿇으라는 굴욕적인 제안'도 있었다고 한다. 노조는 진기승 노동자에게 행한 사측의 징계와 회유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노조는 사측의 진정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부당해고로 노동자가 죽었다... 신성여객이 책임져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진기승 노동자가 사경을 헤매던 지난 5월 1일, '신성여객의 해고 징계가 정당하다고 결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은 부당하다'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신성여객은 보름이 지난 5월 중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 항소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항소를 포기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남상훈 지부장은 "그래서 더욱 신성여객의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항소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깨달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누가 죽으라고 했냐'는 말을 유족들 앞에서 하며 상처를 줬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지금 신성여객 사측이 하고 있다. 진기승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

단식투쟁은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남 지부장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진기승 노동자의 장례가 아직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죽어도 7일장을 한다. 그런데 진기승 열사는 30일 넘게 장례를 못 치르고 있다. 노동탄압에 죽어간 노동자가 사측의 사과와 책임 거부 등으로 장례를 이렇게 오랫동안 치루지 못한 사례가 대한민국 노동사에 없다고 한다. 정말 너무한다. 신성여객의 부당해고로 죽은 것 아닌가."

신성여객 사측은 전주시의 중재안 거부 이후 8일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다.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신성여객의 납득할 수 없는 중재안 거부에 부분파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신성여객 불매 투쟁과 함께 서울에 있는 신성여객 사업주의 아들(과거 사장으로 재직)이 운영하는 회사 등에서 집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30년 가까이 버스현장에 있으면서 내가 노예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전에는 몰라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 하면서도 몰랐다. IMF 때는 회사가 어려워 임금도 받지 않고 일했다. 이제는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 그것이 진기승 열사의 뜻이 아닌가."

노예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마음, 어쩌면 진기승 노동자의 한과 만나는 지점이다. 그래서 남 지부장은 '열사 투쟁'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고 단식에 들어간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 #단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