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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중간 평가'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서는 벗어나게 됐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경고하는 민심의 기류도 뚜렷했다.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세월호 심판론 넘은 유정복·서병수, 박근혜 구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선거사무실에서 득표차를 벌리며 앞서 나가자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선거사무실에서 득표차를 벌리며 앞서 나가자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서병수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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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여권의 참패 위기감이 높았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책임 회피가 분노를 사면서 야권의 '무능정부 심판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여권이 반전 카드로 내놓은 '박근혜 구하기'는 '세월호 심판론'을 넘어섰다. 새누리당은 핵심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서 경기도를 지켜냈고, 인천을 거머쥐었다.

특히 인천에서는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유정복 당선자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 영향권에 있었던 전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음에도 심판론을 비켜갔다. 부산에서는 친박계 핵심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가 무소속(오거돈 후보) 돌풍을 잠재웠다.

여권에서는 선거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박 대통령의 존재감이 지지층 결집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로 조기 레임덕 우려까지 시달렸던 박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고민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의 중심인 서울에서 패했고 특히 2012년 대선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줬던 충청과 강원 지역에서 여당이 모두 패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을 전환하고 청와대와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라는 민심의 경고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국정원장 인선이 첫 시험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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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박 대통령은 가장 먼저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인선이라는 첫 시험대에 오른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 대개조를 위한 쇄신 드라이브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실패 없는' 인사가 필수다.

어정쩡한 성적표를 받아든 야권으로서는 지방선거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인사 정국'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나 후속 개각 인사청문회에서 현미경 검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안대희 전 국무총리 낙마와 같은 또 다른 '인사 참사'가 발생한다면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국정운영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청와대 인적 쇄신 폭도 주목된다. 우선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권 내에서도 새 출발을 위해서라도 김 실장의 퇴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고 야당에서도 김 실장을 정조준하면서 인적 쇄신 요구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좁은 인재풀의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내각과 청와대의 동시 개편에 차질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국가 대개조라는 국정어젠다를 구체화하고 인적쇄신을 차질없이 끝내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불통의 국정운영, 대야 관계 변화 있을까

박 대통령이 대야 관계의 변화를 꾀할지도 관심거리다. 국가 대개조의 일차 관문인 정부조직 개편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통의 국정운영을 바꾸라는 민심의 요구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대야 관계 변화 가능성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안한 회동 수용 여부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 개혁에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조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당초 여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세종시장 선거에서는 이춘희 새정치연합 후보가 이겼다. 세종시의 핵심 유권자인 공무원들은 현직 여당 시장을 심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공무원들에 책임 떠넘기기와 인기영합적인 공직사회 개혁 드라이브에 상당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선거에서 선전했다고 하더라도 드러난 민심을 정확히 읽고 쇄신에 나서야 한다"며 "청와대부터 각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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