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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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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 9'

새누리당이 패배했으나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묘한 상황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경기·인천·경북·경남·대구·울산·부산·제주 등 8곳에서 승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충북·충남·세종·대전·강원·전북·전남·광주 등 9곳에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이 인천을 새로 얻은 대신 대전·세종 등 2곳을 내준 셈이다.

그러나 접전은 5일 새벽까지 줄곧 이어졌고 새누리당은 결국 수도권 3곳 중 2곳을 얻었다.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맞붙은 경기지사 선거는 새벽 6시 30분께가 돼서야 당락이 갈렸다. 남 후보가 개표율 90.55% 상황에서 0.99%p 격차로 어렵게 승리를 거뒀다.

전국 유권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은 승패의 바로미터로 판단된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라는 짐까지 떠안은 상태였다. 이런 전후사정을 따지면 단순히 '패배'라 규정하기도 어렵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이후 "부산과 경기를 지켜낸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방한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남경필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김진표 후보에게 2%p 뒤진 것으로 나오자 "오차범위 내의 격차인데 다시 뒤집힐 개연성이 있다"라며 "어제(3일) 새벽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경기·인천·강원·대전·세종 등에서 모두 이긴 것으로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주목받는 것은 40일 뒤 열리는 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다. 여권이 세월호 참사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신승했다. 반면, 안마당이었던 부산·대구에서 크게 위협당했고, 대전·세종을 내주면서 중원을 고스란히 야권에 뺏겼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서청원·이인제·김무성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성공한 박근혜 마케팅 

6.4지방선거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지난 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거리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포스터에 사용되고 있다.
▲ 대구시장 선거에 등장한 '박근혜 눈물' 6.4지방선거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지난 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거리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포스터에 사용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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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지난 4일 방송3사 출구조사 이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기도를 놓치게 되면 7.14 전당대회가 창당대회급이 될 것이다, 완전히 헐고 새로 짓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일찌감치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고 여기에 서울시교육감 선거마저 졌다. 이처럼 서울을 완벽히 내준 이상 경기도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재창당에 버금가는 논쟁이 오갈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미세한 차이로 경기를 지키고 인천을 탈환했다. 게다가 인천은 '박심'을 대표하는 유정복 후보가 출마한 곳이다. 당이 선거 막바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 달라'고 읍소 작전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즉,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지지율 하락에도 여전히 '힘'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즉 '박근혜 마케팅'이 최악의 선거결과를 막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에 칼 들이대는 당 대표 원하지 않아"

차기 당권주자 중 현 상황을 반길 이는 '친박' 서청원 의원이다. 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차기 당대표의 면모를 과시했다.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에서도 세월호 참사 후폭풍을 넘어 승리했다.

반면, 서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은 미묘한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김 의원은 친박 주류와 행보를 달리 하면서, 지금의 당청관계를 재설정할 적임자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선방'하면서 친박 주류의 권력 균열 가능성이 낮아졌다. 무엇보다 부산이 크게 흔들렸다. 김 의원은 지난 주말 유세일정을 바꿔가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에 매달렸지만 고작 1.75%p 차 승리(개표율 96.18%)를 얻었다. 부산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사실상 패배에 가깝다. 

6.4지방선거 투표일인 4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개표상황실에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과 이완구 비대위원장이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출구조사 발표 기다리는 서청원-이완구 6.4지방선거 투표일인 4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개표상황실에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과 이완구 비대위원장이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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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 당직자는 "전체 선거의 승패를 떠나, '지역별 책임론'을 더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짚었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불거졌던 당청관계 재설정 여론이 부각될 가능성에는 "당원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당대표가 대통령에게 할 말 다 하고 칼 들이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서 의원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서 의원의 이미지를 염려하는 당내 여론도 있다. 이는 친박 주류 중심의 당권 구도가 변하기를 바라는 요구와 맞닿아있다. 한 의원은 "서 의원은 앞서 당을 이끌었던 'YES맨' 같지 않다, 정치력도 뛰어나고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서도 "나이와 구태 이미지가 치명적인 마이너스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김무성 의원이 더 세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야당이 잘해서 저 정도 득표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론이 우리에게 쏠린 것"이라며 "민심을 정확히 읽고 쇄신과 변화를 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모두 각성하고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남경필, #새누리당, #박근혜 마케팅, #당권, #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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