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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의 온기에 몸을 의지한 포롱이
▲ 아픈 포롱이(잉꼬새) 손바닥의 온기에 몸을 의지한 포롱이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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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아파트 발코니로 직진하는데, 발코니 앞에 미리 와 서 있던 아내가 말했다.

"밤사이에 포롱이(잉꼬새)가 죽어서 당신 보기 전에 치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금세 눈가에 물기가 핑 돈다. 이 무슨 주책인가?  민감한 18세 소녀도 아닌 살만큼 산 늙은이가 이 무슨 망령된 모습인가? 아내 보기가 민망해서 황망히 화장실로 달려가 얼른 얼굴을 씻었다.

죽기 보름 전부터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나긴 했다. 5년 넘게 함께 살아온 포롱이가  갑자기 곱똥을 눈다든지, 깃털이 부스스한 채로 주둥이를 외로 꼬고 있다든지, 평소 안 하던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긴 했지만, 며칠 째 그러다가 자연치유가 되었는지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증상이 오래 갔다. 혹 새를 돌보아주는 동물병원이 있는지 수소문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픈 포롱이를 초롱이가 부리로 쓰다듬어주고 있다.
▲ 포롱이와 초롱이 아픈 포롱이를 초롱이가 부리로 쓰다듬어주고 있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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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인 초롱이가 가끔 포롱이 깃털을 다듬듯이 쪼아주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죽기 며칠 전부터는 거실로 통하는 문이 열리면 쪼르르 달려와서 무릎에 앉거나 어깨에 올라오는 일이 잦았다. 건강할 때는 깃털도 만지지 못하게 하던 포롱이였는데……,

가까이 다가온 포롱이를 조용히 내 손아귀로 감싸고  쓰다듬어 주면 눈을 깜빡이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듯 가만히 있었다. 손아귀의 따뜻한 촉감이 포롱이의 고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준 것일까?

포롱이가 죽은 뒤 왜 내가 그 일이라도 자주 많이 해주질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이 든다.

따뜻한 손아귀로 감싸주는 것을 좋아했다.
▲ 아픈 포롱이(잉꼬새) 따뜻한 손아귀로 감싸주는 것을 좋아했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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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인공부화해서 새장 속에서만 자랐던 포롱이지만, 우리 집 발코니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보면 야성을 회복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포롱이와 나는 한 식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것은 고정된 장소에 항상 준비된 모이를 먹던 새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먹이를 찾겠는가? 혹  굶어죽는 경우가 생긴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 앞 바다에서 포획되어 서울대공원에서 재롱을 떨던 제돌이(돌고래)이가 제주도 앞 바다에 방사되어 옛 친구들 곁으로 되돌아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 이유를 내세워 초심을 눌렸다. 인공 부화되어 새장 속에서 자란 포롱이(잉꼬새) 와 제주도 앞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던 제돌이(돌고래)를 동일선상에 놓고 똑같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심정이였다.

무릇 생명을 가진 존재는 원천적으로 자유를 갈망한다는 것을 알기에, 먹이 문제를 핑계 삼아 포롱이를 데리고 있다가 마침내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죽게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포롱이가 죽기 전 다정했던 한쌍의 잉꼬새
▲ 포롱이와 초롱이 포롱이가 죽기 전 다정했던 한쌍의 잉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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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전의 포롱이와 대화가 가능했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포롱아! 너는 굶어죽을 위험이 있는 자유를 원하는가? 아니면 배는 부르지만 대신 부자유한 환경을 감수하겠는가?"

함께 살면서 내게 기쁨을 주고 떠난 포롱이에게 이런 말이 위로가 될런지.....

"아무튼 이승에서 인연을 끊고 떠난 포롱아!  저승에서는 우리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더라도 아파트 발코니가 아닌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자구나."      


태그:#잉꼬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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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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